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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ondamento della Cheonan

천안함,신상철 선생의 투병생활에 부치는 글


Daum 블로거뉴스
 
날지 못하는 나비
-신상철 선생의 투병생활에 부치는 글-

 



천안함의 진실은 어디쯤 와 있나.
 


얼마전 대한민국에서는 참 희한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유신독재시대 때도 없었던 영화상영 중단 사태였다. 누구인가 협박을 해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중단 시킨 것이다. 누구인가는 누구인가?...영화상영이 중단될 시기의 한국의 정치사정은 매우 나빳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 등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신출내기)정권의 정통성이 의심받고 있던 터라 '누구'는 자연스럽게 특정 권력층을 의심하게 됐다.

그런데 협박을 한 당사자의 얼굴이 안 보인다. 그게 헌누리당 중앙당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궁청원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청화대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가스통 할배들이 그랬다던지, 별을 몇 개 단 똥장군이 그랬다던지 등등, 당췌 알 수 없는 사람 혹은 단체가 영화상영을 중단시켰다는 것. 어쩌면 협박당사자는 당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느그덜 (이런 저런 비리사실 있지...)뒷조사 안 당할려면 지금 당장 영화상영 중단 시켜!...시끄러! 말이 많군. 당장 중단시키라면 중단시켜!!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까불고 있어. 쯔아식~"

대한민국에 오래 살다보면 별 재미도 없는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게 된다. 딴나라 사람들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떼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도 한 두번이면 재밌다. 인터넷이란 게 무한대로 생산되는 개개인의 콘텐츠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끊임없는 유혹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인터넷에 로그인 하는 순간부터 로그아웃 될 때까지 키득거리거나 심각하거나 심드렁하거나 분노하는 등 세상을 구겨놓은 듯 축소해 놓은 게 인터넷 세상이다. 정말 재밌다. 진시황도 누리지 못했고 세종대왕님도 누리지 못한 사이버세상. 디지털시대에 사는 사람은 황제 보다 왕 보다 역대 그 어떤 권력자들도 누리지 못한 재미를 누리고 있는 것.  

그런데 인간은 욕구만으로 살지 못하는지, 일단 재미들리면 그 다음엔 '신들린 맛'을 찾게 된다. 조금만 신경을 더 써서 부지런히 검색을 하면 답답한 수첩공주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에로틱한 얼음공주의 혼외자식까지 설(說)을 통해 알게 되는 세상이다. 인터넷이 대명천지를 앞 당기게 된 것이다. 비밀이 없는 세상. 공공연한 비밀을 공유하는 세상이 된 지 꽤 오래됐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발가락만 보고도 엉덩이를 봤다고 침소봉대하며 난리가 아니다. 요즘은 그게 SNS를 타고, 때론 카톡을 타고 카톡카톡 거리며 사람들을 깨운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외출 나가면 승객 대부분이 손바닥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있다. 인터넷이 손으로 옮겨간 것이다.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스마트폰이 팔린 수 만큼 대한민국 사람 혹은 세상 사람들은 대한민국 돌아가는 일을 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부처님 손바닥 속에 있다'는 말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 말이 씨가 되어 발현된 희한한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정색을 하며 모르는 체 하는 인간들이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고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누구인가'하는 인간들이다.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다. 그냥 누구인가 하는 좀비같은 녀석들...


 



그렇지만 그들이 하는 행위를 참고하면 비민주.반민족적인 인간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게 헌누리당 중앙당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궁청원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청화대의 모 씨가 그랬다던지, 가스통 할배들이 그랬다던지, 별을 몇 개 단 똥장군이 그랬다던지 등등의 예측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예측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해 두해도 아니고, 10년 20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0년 이상 혹은 60년 이상 씩이나 이어지고 있다면, 아니 그런 예측만 하고 산다면 얼~마나 지겹겠는가. 

필자에게 해당되는 시츄에이션이자, 필자 세대에게 덧 씌워진 굴레같은 운명이 주로 이런 모습이다. 그 과정에 딱 10년, 작게는 딱 5년만 상대적 자유를 맛보았을 뿐이다. 참여정부의 '바보대통령' 때 일이다. 필자는 당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당신의 날개가 퍼덕일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숨 쉴 공기조차 없거나 턱 없이 부족했던 것. 당신을 옥죄어 오고있는 '누군가'가 당신의 날개를 꺽어버리고 굼벵이처럼 구불게 만든다면 세상은 이미 살만한 가치를 상실한 곳이 아니겠나. 


그래서 당신의 날개를 꺽어버린 사악한 무리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탈을 쓴 '누군가'라면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진들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하지만 역사는 고자질쟁이라서 언제인가 '누군가'를 밝혀내고야 만다. 거짓으로 또는 우격다짐으로 진실을 덮어두었다면 거적대기만 치우면 될 일. 그 시간이 너무도 길어져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빠삐용'의 명대사 한 마디로 글을 맺을까 한다. 영화속에서 빠삐용은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죄가 무엇인지 너는 알고 있다."
"난 죄가 없소. 난 포주를 죽이지도 않았고, 아무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당신들이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오."
"그건 어느정도 사실이지. 그러나 너의 진짜 죄는 포주를 죽인 게 아니다."
"그렇다면 내 죄가 무엇이오."
"너의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없는 최악의 죄다. 인생을 허비한 죄!!"
"흠...그렇군...유죄!..."


 
영화 빠삐용 엔딩 장면


천안함의 진실을 갈망한 사람들은 언제인가 반드시 천안함의 의혹 내지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거나 했을 것이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언제인가'하는 시점과 '누군가'가 일치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삐용의 꿈과 생시의 일을 거듭하게 될지도 모른다. 빠삐용은 10년에 걸친 탈옥 기도를 끝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다. 그가 탈출을 결심한 배경은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빠삐용을 구속시켜 살인죄를 적용시킨 검사를 보복하는 일이었다. 빠삐용은 탈옥 후 실제로 검사의 행적을 찾아나섰다. 

그러던 어느날 그 일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검사의 추적을 그만두게 된다. 그대신 그는 자서전 '빠삐용'을 썼다. 그게 영화로 제작됐고 그는 마침내 범죄시효가 만료되어 조국 프랑스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의 가슴에 새긴 나비 문신처럼 프랑스령 기아나의 절벽에서 훨훨 날아 탈출에 성공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그가 지은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없는 최악의 죄였으며, 그건 '인생의 시간을 허비한 죄'였다. 

우리가 그토록 학수고대 하던 천안함의 진실은 아픔과 수고를 동반하는 것일까.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고자 최선을 다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의 근황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신 선생의 근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싶었다. 여러분들이 실망할 수도 있는 가슴아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신 선생은 현재 대장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고 진행되던 천안함 사건 재판도 동시에 중단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곧 완치를 눈 앞에 두고 10월 경이면 천안함 사건의 재판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트윗을 타고 전파됐다. 

반가운 일이지만 반길일도 못되었다. 당신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천안함의 진실이 세상에 낱낱이 밝혀질 시점이 너무 어두운 것. 어둠을 밝히는 한줄기 빛같은 존재가 천안함의 진실일 망정 당신은 너무 지쳐있는 모습이다. 또 진실이 통째로 다 밝혀져도 사람들은 더 이상 환호하지 못 할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 더불어 자기 날개가 꺽일 걸 두려워 하고 있는 암울한 세상이다. 사정이 그러하다 해도 신 선생의 쾌차를 기원한다. 비록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여도, 이 세상에는 진실에 목마른 사람들이 '누군가' 보다 훨씬 더 많다. 접어 두었던 날개를 펼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 더 이상 인생을 허비할 시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일어나라 진실이여!...날자꾸나! 날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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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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