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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축학개론,첫사랑의 여자가 쌍년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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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촬영지 '서연의 집'에서
-첫사랑의 여자가 쌍년이 된 이유-
 



"니가 나 한테 쌍년이라 그랬지?..."

건축학개론...영화 속에서 주인공 서연(한가인)이 승민이(엄태웅) 한테 한 말이다. 승민이는 서연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멎쩍어 하며 도망친다. 승민은 자기가 사랑했던 서연이 한테 '쌍년'이라고 말 한적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쌍년이라니...왜그랬을까.

제주(서귀포)에서 돌아와 케이블티비로 다시 <건축학개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영화를 다 보니 승민이가 그럴만 했다. 승민이의 내성적인 성격을 참조하면 그가 내뱉은 쌍년이란 욕은 욕이라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서연)이 자기의 마음을 못 알아 주니 야속한 마음에 그냥 내 뱉은 말이 '쌍년'...




참 풋풋해 보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다 본 후 시청 소감이 그랬다. 그런데 끝내 두 사람은 결혼으로 골인하지 못했다. '첫사랑은 실패로 끝난다'는 속설이 들어맞는 것일까. 한 사람은 첫사랑 승민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또 한 사람은 첫사랑 서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결혼에 실패한 서연과 결혼으로 먼 곳(미국)으로 떠나버린 승민...

서연은 건축주가 되어 건축사 승민에게 제주도 서귀포 위미리의 옛집에 집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집이 완성되자 승민과 서연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15년 만의 재회가 이별로 막을 내렸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남겨준 집. 그 집은 실제로 건축학개론을 촬영하면서 허물고 다시 지어진 집이다.

어쩌면 영화속 서연은 이 집에서 평생토록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곰되씹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 집 구석구석 승민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기 때문. 그 현장을 잠시 둘러보며 필자의 첫사랑을 떠 올려본다.


첫사랑의 여자는 다 쌍년일까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서연의 집에 들어서는 동안 바람이 몹씨 불어댓다. 서연의 집으로 가는 해안길은 태풍 볼라벤으로 파손된 해안 축대 복구공사로 먼지를 날리고 있었는데 첫사랑의 추억을 붙들어 놓으려는(?) 사람들은 서연의 집으로 꾸역꾸역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현무암 울담(집울타리로 쌓은 담) 사이에 장미가 꽃을 피웠다. 또 자전거 여행자가 피곤한 여정을 내려놓고 있기도 했다.




서연의 집에 맨 처음 발을 디딘 후 카페 정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 바람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조금 전 지나쳐 온 입구가 보인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풍경. 건축학개론에 출연한 감독과 건축가 주연배우 등의 손바닥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한 여성이 자기 손바닥을 한가인(서연 역)의 손바닥에 맞대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흉내낼 일일까...ㅜ)




서연의 집 카페 안은 꽤 넓었지만 사람들로 붐벼 좁아 보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가 날 때까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카페 안에서 바깥으로 바라본 풍경. 그곳에서 한 여성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또 한 여성은 솔로?...이곳에 오신 분들은 건축학개론을 보신 분들이거나 소문이라도 들어봤을 사람들인데 홀로있는 여성들을 보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서연의 집에서 첫사랑을 기억하는 건 괜찮겠지만, 첫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면 왠지 멀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말해봐. 그때 왜 나한테 잘해줬었어?
...널 좋아했으니까.




서연의 집 카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영화속 스틸컷이 벽면 한쪽을 다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면에는 대본이...




대본 맨 마지막을 살펴보면 건축학개론의 불길한 여운이 느껴진다. 




난 어떤집에서 살 꺼냐면...2층을 올리는거야. 2층집. 창도 많고.마당도 있고.




여기가 거실이랑 안방(슥슥) 애들방은...애는 둘 정도 낳을 꺼니까.(슥슥)




우리 십 년 뒤에 뭐 하고 있을까?




말해봐. 그때 왜 나한테 잘해줬었어?
...널 좋아했으니까.




2층에도 자리가 없었다. 손님들 어께 너머로 서연과 승민이 드러누웠던 잔디밭을 봤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바깥으로 나가봤다. 바람 때문인지 손님들이 모두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속에서 서연과 승민의 첫사랑 장면은 수도 없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서연의 생애를 행복하게 해 줄 과거의 추억들이 <서연의 집> 곳곳에 스며든 것이다. 서연이 승민에게 건넨 씨디의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억의 습작'은 마침내 서연의 집을 완성했겠지만 승민은 떠나고 만다.




승민은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서연이 선물해 준 '씨디' 재생기를 택배로 부쳐주는 장면이 영화의 끝장면이다.




난 어떤집에서 살 꺼냐면...2층을 올리는거야. 2층집. 창도 많고.마당도 있고.
여기가 거실이랑 안방(슥슥) 애들방은...애는 둘 정도 낳을 꺼니까.(슥슥)




말해봐. 그때 왜 나한테 잘해줬었어?
...널 좋아했으니까.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쯤 창 밖을 바라보니 두 연인의 모습이 정답다.




풋풋했던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개론이 아니라도 첫사랑은 우리에게 낮설지 않다.




누구나 아무나 한 때 열병처럼 앓는게 첫사랑...




내게도 첫사랑이 있었다.




승민이 한테 첫사랑 서연이 쌍년 처럼 납뜩이 안가면 어떡하지(대본이 적힌 앙증맞은 떡과 카피가 나왔다)...를 연발하며 열병을 앓던 때




지금은 다 부질없는 짓. 가끔 그때를 추억해 보곤 한다. 희한하게도 자기가 좋아한 여학생 앞에만 서면 '똥마려운 개' 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것. 다른 때는 씩씩해도 그녀 앞에만 서면 가슴이 떨려 주체를 못하니 덜순진한 아니 안 순진한 납뜩이(조정석)가 부러워 보이기도 한 것. 자주 만났어도 손 한 번 밖에 못잡아 봤으니 이런 바보.천치.축구.짬뽕.짜빠구리...




오죽하면 승민이가 자기 속을 몰라준다며 '쌍년'이라 했겠나.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범생이들이 하는 짓은 원래 그럴 것. 공부 열심히 해야지.또 군대가야지.군대갔다 와서 직장 잡아야지.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할 걸 생각해 보면 군대 제대할 때까지 '고무신 거꾸로 신지않은 것'만해도 다행일 것. 

그땐 왜 그랬는지...같은 나이 또래의 첫사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가 주로 그랬던 것. 그래서 승민이가 영화속에서 납뜩이 한테 고백한 것 처럼 후회할 일이 생길 조짐이 생기며 점점 멀어지는 게 첫사랑이었다. 승민이는 납뜩이 한테 이렇게 고백했다.

"근데...나...여기서 그냥 포기하면......평생 후회 할 거 같다..."




영화속에서 승민이는 평생 후회할 짓을 저질렀다. 서연의 대시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을 포기하는 듯 하자 서연이 결혼을 해 버린 것. 15년 만에 만난 서연과 승민의 관계는 그랬다. 순간의 선택이 15년을 좌우한 것. 그렇다면 나의 첫사랑은 어떻게 사라졌나.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갔다와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해 보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왠 이쁜 여학생 처자가 널 찾아왔더라.참한 여자가 몇 번...언제 귀국하느냐며..."




그리고 어느날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나누는 자리에서 벼락같은 전율이 흐르는 소리를 전해듣게 됐다.




"나...(니가 좋아하던)그 녀랑 결혼한다."
그 녀는 한때 데이트 중에 '이 다음에 작은 집에 살면서 아이 둘만 낳고 살고 싶다'며 소박한 고백을 털어놓은적 있었다.




그 이후로 그녀와 친구를 여태껏 만난적 없다. 쌍년!...(서귀포 바닷가에는 바람이 왤케 심하게 부는지...ㅜㅜ)




스스로 용기있게 처신 못한 순진한 행동은 승민이가 납뜩이 한테 고백한 것 이상으로 또 얼마나 채찍질을 해야했던지...




그게 어느덧 15년도 아니고 수십 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승민이는 자기가 후회할 짓을 해 놓고 서연이를 쌍년이라 부른 이유가 정말 납뜩이 간다. 첫사랑의 여자가 '쌍년'이 되는 이유는 모두 '내 탓' 때문이다. 내탓!!...이 포스트를 읽은 당신의 '십 년 뒤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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