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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식당 갯마을,비쥬얼 만으로 뻑~간 맛집


-비쥬얼 만으로 뻑~간 맛집-



한 번 선택하거나 선택을 당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것


먼 여정의 여행길에 나서면 맨 먼저 생각나는 게 있다. 가족이다. 고국에 두고온 가족이나 형제 자매들이다. 이들은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 부모가 같고 사는 땅이 같거나 대체로 고향이 같다. 세상 어디를 가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인연이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운명적 관계다.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없는 식습관 하나가 끈질기게 인연을 이어준다. 한 번 맛 본 음식이 제 입맛에 맞으면 다른 맛으로 바꾸기 힘들다. 수만가지 진수성찬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고 해도 손이 가는 음식은 따로 있는 것. 오래토록 먹어왔거나 빛깔이나 모양새만 봐도 침샘이 화들짝 놀라는 음식이 있다. 그 맛을 평생토록 못 잊는 것.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해녀식당 갯마을> 위치.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가깝고 해안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대로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않는다.

혈연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면, 입맛은 쉽게 바꿀 수 없는 식습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먼 여정의 길을 떠나게 되면 이 집 저 집 음식점 앞을 서성거리게 마련이다. 혹시라도 주문한 음식이 입맛에서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 

그러나 주문한 음식이 상 위에 놓여지는 순간 삽시간에 그런 잡념을 날려버리는 맛집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으랴. 비쥬얼 만으로 뻑~가버린 <해녀식당 갯마을>이 그 주인공. 제주도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 오름이 성산일출봉이라면,성산일출봉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게 만든 맛집이 '해녀식당 갯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눈 앞에 펼쳐진 비쥬얼...함께 만나 보기로 한다.


비쥬얼 만으로 뻑~간 맛집 '해녀식당 갯마을'의 음식들
 




일행과 함께 상 앞에 퍼질러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맨 먼저 나타난 '쟁반물회' 한 접시. 눈요기 만으로 맛이 느껴지는 화려한 비쥬얼. 엷게 썰어둔 각종 해물이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듯한 야채 속에 숨어있다.




해녀식당 갯마을에서 부르는 물회는 그렇게 부른다. 제주산 '오리지널' 물회라는 말. 제주에서 제주산 해물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 집은 남달랐다. 안주인이 식당을 운영하고 바깥양반은 낙원호(배)를 타고 근해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오는 것. 직접 잡아온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므로 차림표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해녀식당 갯마을에서는 남편이 잡아온 물고기를 이름하여 '낙원호의 생물고기'라고 불렀다. 대체로 제주산 고등어와 갈치와 자리돔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두 번째 상 위에 놓여진 물회는 향토물회. 쟁반물회는 2인분(3만원)이상 주문할 때 맛 볼 수 있고 향토물회(1만원)는 푸짐한 양에 가격도 착한편. 




상 위에 차려낸 반찬은 곤약샐러드와 자리젓갈과 물김치 등 소박해 보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해조류가 있었다.




바로 이것...접시 위에서 살아움직이는 듯한 해조류가 '가시리'라는 해초. 톳나물과 미역은 익히 봐 왔지만 가시리는 처음. 이 해초는 해녀식장 갯마을 앞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보이는 바다에서 채취해 온 것이라 한다. 




우리 고려가요 중에 이런 노래가 있었지.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얄리얄리얄라셩 얄리얄리얄라셩 얄리얄리얄리얄라리 얄리얄리얄라셩  잡사와 두오리 마라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온님 보내보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쇼셔...가시리가 뚝배기 속에서 전복과 된장을 만나 '가시리국'으로 나타난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맑은 된장국으로 끓여낸 가시리국(한 뚝배기 만원)은 일행의 탄식을 자아냈다. 가시리 가시리 잊고...!!




한 숟가락 퍼 올리니 이런 포스!...




성산일출봉의 오름을 닮은 뚝배기 속에서 가시리를 두른 전복이 된장 향기와 가시리 향기를 살포시 풍긴다.




그리고 해녀식당 갯마을의 별미 소라죽(한 그릇 만원)...바다향기를 품은 소라살의 쫀득쫀득한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치아가 부실한 어른들이 제주투어에 나서 성산일출봉에 들르시게 되면 권유해 드리고 싶은 음식이다. 희한하게도 해녀식당 갯마을에서 뚝배기나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음식들만 보면 성산일출봉의 오름이 절로 오버랩된다.




그리고  이날 일행의 탄성을 자아낸 갈치구이 한 접시...




얼마나 도톰한지 주인 아주머니께서 걱정이다. 맨날 이렇게 굵은 갈치를 맛 볼 수 없다는 말. 그 때 그 때 (잡아온) 형편에 따라 상 위에 올려지는 갈치구이이기 때문에 도톰한 갈치를 만난 건 행운이란 뜻. 갈치구이는 조리방법과 크기에 따라 가격도 천처별만차별. 갈치조림은 3만 5천원(小)부터 4만5천원(中),5만5천원(大)까지. 구이는 2만원에서부터 2만5천원까지 현재 시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해녀식당 갯마을에서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게 음식의 비쥬얼...화려하다 못해 눈부실 정도.




일행이 쟁반물회와 향토물회를 비우는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먹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폭풍흡입'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건더기가 사라지면 국수나 밥을 국물에 말아먹는다.




그 때 필요한 제주산 딱새우. 딱딱한 껍질을 벗겨 속살 맛을 보니 간장조림의 짭쪼름하고 달콤한 새우살이 입안 가득...그야말로 '딱'이야. ^^




이렇게 한 상 차려진 해녀식당 갯마을의 특산품이 눈 앞에서 사라진 시간은 불과 몇 분 안 걸린 듯 금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해녀식당 갯마을에서 즐긴 점심...로그아웃!!




이 집이 <태양을 삼켜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맛집이었지만 카메라에 담을 만한 풍경은 없었다. 외양은 허름했고 아주머니 조차 소박한 해녀의 모습. 비쥬얼 만으로 뻑~간 맛집에서 서성거린 이유는 이 집 만의 독특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해녀 한 분. 이런 행운이...ㅜ




방금 물질을 마치고 돌아온 해녀 한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귀갓길에 나선 장면. 우리가 그릇을 다 비운 창 너머에 서면 성산일출봉이 코 앞에 보인다.제주를 신비스럽게 만든 오름이 성산일출봉이라면 첫느낌이 너무 좋았던 맛집 하나. 그 집에서 챙겨오지 못한 맛집 풍경 때문에 두 번째 들른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해녀식당 갯마을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 번 선택하거나 선택을 당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것. 그게 혈연이며 맛집이 아니던가. 겉모습은 허름했지만 속모습은 화려하고 기억에 오래토록 남는 집. 여행길에서 건져온 지울 수 없는 추억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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