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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lago llanquihue

힐링,그곳에 가면 '치유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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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치유의 바람'이 분다
-뿌에르또 옥따이의 숨은 보석들-



바람의 소리를 들어 본 적 있는가...물의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바람이나 물의 소리를 들어봤다는 사람이 적지않다. 바람이 귓가에 스치며 후걱 거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이며, 갈대밭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이며, 벌판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란다. 또 도랑에서 졸졸 거리는 소리가 물 소리며,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를 물 소리라고 하며, 작은 구멍을 헤집는 쪼르륵 거리는 소리를 물 소리라 한다.

그게 바람 소리며 물 소린가...바람은 본디 소리가 없고 물도 그러하다. 바람이 지나는 길에 풀꽃이 마주치면 향기가 날 것이며 마른 갈대밭과 마주치면 서걱거림이 들릴 것. 또 물이 가만히 있으면 침묵할 것이나 흐름을 방해하면 곧 방해꾼의 소리를 낼 것.

사람들의 아우성도 바람과 물 소리 같은 것.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 아픔을 잉태한 것이며, 즐거운 비명은 행복에 겨운 것. 바람과 물을 닮은 인간의 마음이 쟝끼우에 호수 곁에 서면 고요해진다. 그 호숫가에 서면 '치유의 바람'이 부는 까닭이다. 그 바람은 아무 소리도 없이 여행자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리고 다그친다.

잊어라.
내려 놓아라.
붙들지 마라...





참 쓰잘데 없는 짓이었다. 우리는 뿌에르또 옥따이의 한 민박집 아주머니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얼마나 초라한 짓인가. 설령 그 아주머니가 우리를 아는 척 해 주었던 들 그게 무슨 소용이람. 뿌에르또 옥따이에 도착해 맨 먼저 만나 보고싶었던 8년 전의 민박집과 이주머니는 어느덧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조차 멀어지고 있었다.




그 대신 우리는 쟝끼우에 호수의 넉넉한 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머리 위로 땡볕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푸른 호수 저 멀리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땡볕을 잘게 쪼개며 포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만약 호수 저 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초더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얼굴을 스쳤다면, 우리는 그 소리를 기억했을 것이나 호수 곁에는 바람을 타작하는 가늘고 긴 수초더미가 '필터'처럼 바람을 정화 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8년 전의 기억을 쫒아 뿌에르또 옥따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가슴속에 응어리진 회한을 훌훌 털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불어오는 바람이 저절로 가슴 속의 찌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호수의 뭍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생명을 되살리는 치유의 바람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가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그저 수초더미 너머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오소르노 화산만 바라봤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바람이 말을 걸어왔다.

잊어라. 
내려 놓아라.
붙들지 마라...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바라본 오소르노 화산








































 호수 곁에서 서성인 시간은 참 짧았다. 꿈 같은 시간...우리는 다시금 기억의 편린을 쫒아 언덕위로 향했다. 그 언덕 위에 서면 지남철 처럼 붙드는 아득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덕 위로 가는 길...바람이 느껴지시는가. 땡볕과 바람이 들풀을 뉘고 있다.




사과꽃은 바람과 땡볕에 흥감하며 춤을 추는 듯...




발 아래를 살피면 꽃의 요정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곳.




아무렇게나 뚝 잘라(?) 만들어 둔 길 옆으로 사과꽃이 만발해 있다.




이런 풍경을 늘 봐 왔다면 무슨 감동이 있었을까.




평범하기 짝이없는 유채꽃 조차 그림이 되는 곳.




우리는 8년 전의 기억을 따라 작은 언덕 위로 오르고 있었다.




그 언덕 위에 서면 8년 전 우리가 이곳을 잊지 못한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우리는 이런 곳에 살고 싶었다. 가난하게 살면 어떻고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명예는 무엇이며 권력은 또 무엇이더냐. 또 머리 싸 매고 축적시킨 지식은 어디에 써 먹을 것인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 그저 자연의 일부가 된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걸 최고의 영예로 여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

대략 100여 년 전 쟝끼우에 호수 북부에 자리잡은 독일인들은 그런 마음으로 이 땅을 가꾸었을 것. 참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귀티가 줄줄 흐르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런 풍경을 가슴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도 욕심이며 욕망일까.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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