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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lago llanquihue

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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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가 있는 풍경
-Puerto Octay, 7년만에 다시찾은 추억의 선착장-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태어날 수 있다면...

세상을 살 만큼 사신 분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본 희망사항일 게다. 세상에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발동을 거는 철학과 종교가 있었다. 정치도 있었다. 그리고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삶의 조건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별의 별 수단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삶 전체를 도박하듯 그것에 모두를 걸었다.

그런데 세상의 사람들이 내 보인 수단들은 결코 행복을 선물해 주지 않았다. 보다 편리하고 보다 짜릿한 맛을 느끼고 싶으면 싶을수록 행복은 무지개 처럼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있었다. 세상의 많은 생물들 중에 오직 인간만 가질 수 있는 욕망은, 이 세상에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든 동시에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전부를 앗아갔다고나 할까.

저 만치서 한 노인이 노를 저어 우리가 서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우리가 서 있는 장소는 대략 8년 전 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뿌에르또 옥따이의 중심부의 초라한 선착장이었다. 말이 선착장이지 그저 뭍과 호수의 경계를 그어 놓은 듯한 허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전부였다. 우리가 8년 전 이 장소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묵고 있었던 민박집 바로 앞이여서 동네 한 바퀴 둘러보고 밥 먹고 시간을 떼우려면(?) 당연한 것 처럼 쟝끼우에 호숫가에 나와 산책을 즐긴 것이다.

당시 뿌에르또 옥따이에는 변변한 PC방 조차 보이지 않았고, 민박집 조차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또 필자의 (카메라)메모리칩은 너무도 부족하여 하루에 서른 컷 정도로 촬영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 기종도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렌즈는 물론 '외장하드'까지 따로 갖추어 뿌에르또 옥따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아쉬움 전부를 털어낼 수 있었다.

저 멀리서 한 노인이 노를 저어 점점 더 우리가 서 있는 선착장으로 다가왔다.8년 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그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 곁에는 한 할머니가 서성거렸는데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작은 보트에서 노를 젓는 한 노인의 부인인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노인은 아내가 장을 보러간 사이 쟝끼우에 호수에 낚시를 드리우고 팔뚝만한 송어를 잡은 것이다. 보트 곁에는 작은 낚시대가 걸려 있었고 송어 한 마리가 보트 위에서 햇살에 번득이고 있었다.


8년 전 추억이 깃든 작은 선착장
 
 




노 부부가 우리 곁에 다가온 뿌에르또 옥따이의 작은 선착장 주변 풍경은 이랬다.




쟝끼우에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쏟아지는 땡볕은 한여름 한낮 이상으로 따갑고 눈부셨다. 가운데 붉은 지붕의 성당이 있는 곳이 뿌에르또 옥따이 마을의 중심 지역.




그러나 멀리 오소르노 화산을 달 처럼 여기며 살 수 밖에 없는 이곳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는 풍경은 이들의 문간 밖에 있었다. 아무런 꾸밈조차 없는 호숫가에는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고, 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피안의 세계는 이런 곳이 아닐까. 영혼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육신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유토피아가 눈 앞에 펼져지고 있었던 것.
 



우리는 8년 전 용케도 그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다시금 이 땅에 발을 들여놓고 행복에 겨워하는 것이다. 만약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행운을 거머쥔다면, 이곳에서 삶 전부를 보내고 싶었던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인데, 그 운명(?)은 저 멀리서 노를 저어 우리 곁으로 다가온 한 노인이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한 노인을 기다린 작고 초라한 선착장에서 바라본 꿈 같은 풍경. 8년 전 우리 가슴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이 깃든 호숫가의 모습.
 



그 곁으로 한 노인이 노를 저어 보트를 접안 시켰는데...자세히 보니 송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송어 맞죠?...여기서 잡으셨나요...송어 좀 들어봐 주실래요?..."

"네...
송어(masou 혹은 Masu salmon)맞아요...크죠?...여기서 잡았지요. 하하..."




조금 전까지  우리 곁에서 서성이든 한 할머니가 그의 부인이라는 걸 눈치챈 건 잠시. 보트가 선착장에 닿자마자 할머니는 보트 위로 올라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낚시를 하며 송어 한 마리를 낚아올린 것이다. 쟝끼우에 호수에는 송어가 넘쳐나고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아무때나 싱싱한 물고기를 오븐에 넣어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여행자의 눈에 비친 건 할아버지가 낚아올린 송어가 아니었다. 노부부가 한 배에 올라 노를 저어 저만치 사라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노 부부의 운명과 삶 전체를 한 배에 싣고 노를 저어 귀가를 서두르고 있는 것. 잠시 무료함을 달래준 건 송어 한 마리였다. 그리고 그 곁에서 이분들의 행복을 지켜보고 있자니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며 노부부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노부부가 저만치 멀어지는 동안 작은 선착장에서 이분들의 모습을 꽤 오랜동안 지켜봤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태어날 수 있다면...행복할 수만 있다면...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가 있는 풍경을 가슴 깊숙한 곳에 품었다가 다시 꺼내보고 싶었던 것. 뿌에르또 옥따이의 작은 선착장이 우리에게 다시금 선물한 행복한 풍경이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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