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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lago llanquihue

나를 슬프게 한 민박집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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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한 민박집 아줌마
-8년 전 추억이 깃든 뿌에르또 옥따이 언덕-



사랑이란, 자기를 기억해 주는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일까.
 


세상에서 자기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시몬느 드 보봐르(Simone de Beauvoire)'의 '인간은 모두 죽는다(Tous les Hommessont mortels)'에서 주인공 '레이몽 훠스카'는 영생을 할 수 있는 불사의 인간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한 여인을 만나면서 죽기 위해 사랑을 한다.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죽을 수 있는 것.

인간이라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배암처럼 꿈틀거릴 욕망은 영생을 꿈꿀 텐데, 주인공은 죽지못해 안달을 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라하여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은 단 한 시라도 더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이 주인공은 죽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 한 때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으로 유명했던 보봐르는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죽기 위해 사랑하는 것...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뿌에르또 바라스를 거쳐 마침내 8년 전(햇수로) 추억이 깃든 뿌에르또 옥따이에 도착했다. 8년 전 우리는 이곳의 작은 언덕 위에서 쟝끼우에 호수 건너편에 장엄하게 서 있는 오소르노 화산에 이끌려 지남철에 붙은 쇳조각처럼 이리저리 호숫가를 거닐게 됐다. 그 언덕에 서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듯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 민박집을 알게 되었는데 비수기 때 뿌에르또 옥따이에는 숙박시설이 전무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 안내를 받은 곳이 우리가 찾아가 보고자 하는 한 민박집이었다. 그 민박집은 약간은 촌스럽게 생긴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친절하여 뿌에르또 옥따이에 들르게 되면 꼭 찾아보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그 민박집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숙박비를 지불하고 있었다. 1박에 대략 우리돈으로 1만 몇 천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던 것. 그곳에서 동네수퍼에 들러 먹거리를 사와 취사를 하며, 경치 좋기로 유명한 쟝끼우에 호수 주변에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도착하여 맨 먼저 그 아주머니를 만나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것.
 여행을 통해 같은 장소에 두 번 다시 방문하기란 쉽지않은데 우리 가슴속에 남겨진 추억의 편린들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그 민박집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 때 그 아주머니는 잘 계실까..." 




참 궁금했다. 그저 한 며칠 지냈을 뿐인데 그 민박집이 특별했던 건 민박집 주변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푸른 호수 멀리 눈을 머리에 인 오소르노 화산과 호수 곁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던 풀꽃들은 마치 천국을 연상시킬 있을 정도.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이런 풍광 속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 때는 이른 봄이었다. 목조건물 곳곳에서 난로에 불을 지피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던 그 동네 한편에서 사과꽃과 복사꽃이 만발하고 있었던 곳. 그러나 당시 우리가 이곳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보따리를 챙겨 귀국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우리를 기억해 줄 사람들이 적지않을 텐데, 낮설고 물 선 문화 속에서 살아가리란 참 힘들 것 같았다. 그것도 늙으막에 말이다. 그래서 서두에 언급한 보봐르의 (다소 SF적인)소설 '인간은 모두 죽는다'의 줄거리 일부를 언급해 봤던 것이다. 수 백년 내지 수 천년을 사는 동안 죽지않고 살게 되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그러나 수 백 수 천년이 지나는 동안 자기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자기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그저 밥이나 축내는 인생이 바람직한 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뿌에르또 옥타이에 도착하자마자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추억의 편린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민박집 근처의 풍경은 8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게 거의 없었다. 쟝끼우에 호수와 이어지는 작은 호수와 습지도 예전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다. 호수 주변에 우거진 울창한 숲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은 8년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던 것. 민박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동안 8년 전의 얼굴을 떠올리며 해후를 만끽하고 싶었다.




뿌에르또 옥타이 버스 종점에서 10여 분 걸어오면 작은 언덕위에 민박집이 위치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8년 전 민박집과 조금 다른 모습. 목조건물 외관은 페이트칠을 해 놓고 새단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박집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변함없었다. 작은 언덕 위에 핀 꽃들 조차 변함없었지만 그 때 보다 더 풍성해진 모습. 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한 건 주로 이랬다.




그리고 그 때와 달라진 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 8년 전에는 이곳이 민박집인지 그냥 가정집인지 모를 정도였지만 새단장을 해 놓고 <2~4인실아파트형 펜션>이라는 간판까지 달아두었다. 그리고 긴 나무 작대기에 얼기설기 매달아 둔 TV 안테나가 눈에 띈다. 참 소박한 풍경이다. 
 



민박집 앞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누구세요?...방 찾으세요?..."

그녀는 민박집에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알바인 셈이다. 그래서 용건을 간단히 말했다.

"저기요...이 집 주인 안 바뀌었나요. 아주머니도..."

 

8년 전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달라진 건 페이트 칠 뿐 창을 들여다 보니 예전과 별로 다르지않은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했다. 이 마을에 쭈욱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리고 아주머니를 뵙고 싶다고 했더니, 이 아가씨는 민박집 근처에서 다른 일을 하고있던 아주머니를 데리고 왔다. 멀리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시 보다 살이 더 쪘는 지 약간 통통해진 모습. 그러나 촌스럽게 생긴 얼굴은 그대로였다. 반가웠다. 가까이 다가오자 즉시 인사를 건네며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세뇨라...넘 오랜만입니다."

아주머니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세뇰 그리고 세뇨라..."

"...저희 알아보시겠어요?...7년 전 이 방에서 묵은..."

"누구시더라...(갸우뚱)"

"아...저...
7년 전 이 방에서 묵은..."

"누구신지...통...기억이 안 나...는데요. 방 찾으세요...^^ " 





민박집 아주머니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없었다. 7년 전의 기억이 하얗게 지워진 자리에 우리는 그저 새로운 손님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했다. 그녀가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낮선땅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안겨줄 수 있었겠나만, 그건 그저 우리의 바람이었을 뿐 민박집 아주머니는 우리를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다. 우리는 인사를 건네고 그냥 잠시 다녀가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괜히 슬퍼지는 건 왜인지...

 8년 전 추억이 깃든 '뿌에르또 옥따이' 언덕

















































우리는 민박집을 돌아서며 8년 전의 추억이 깃든 호수가로 이동했다. 쟝끼우에 호수는 여전히 푸르렀고 오소르노 화산은 여전히 하얀 눈을 이고 있었다. 그리고 호숫가에는 앙증맞은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8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그러나 8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많이도 변했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기억은 물론 우리 조차 7년의 세월을 더했으므로 모습이 많이도 달라져 보였을 것. 보봐르의 소설 속에 등장한 한 주인공이 그토록 사랑에 열중한 이유가 눈에 선하다. 비록 소설 속이었지만, 그 주인공은 '죽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선택인지 일깨워주고 있었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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