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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거침없이 입항하는 여객선 뭘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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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사랑 VS 여자의 사랑
-Puerto Montt, 거침없이 입항하는 여객선 뭘 믿고-



사랑은 거침없이 돌진해야 하는 것일까.

가끔 새까만 후배 노총각이 인생상담을 해 온다. "선배님,...어떡하지요?" 좋아하는 여성을 찜해 두었는데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짝'을 패러디 하면 여자1호에게 남자3호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후배님이 아직까지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네."라고 말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애를 해야 할 텐데 날 보고 어떡하란 말인가. 옛날 같으면 연애편지 정도는 대필해 줄 수도 있지만 요즘 그런게 통하는 세상인가. 그래서 남자3호에게 술 한 잔을 건네며 이마를 쥐어 박듯이 한마디 건넸다.

"이 친구야. 사랑은 대충 성립되는 게 아니야. 목숨을 걸어야 돼!...한 잔 마셔" 
"(커~한 잔 마시고) 네? 목숨을 걸어요?...목숨을 걸고 사랑을..."
"그래 이 친구야. 자네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할 자신이 있다면 목숨을 걸어야 해!!...한 잔 마셔"
"(커~또 한 잔 마시고) 선배님, 그게 목숨을 걸어야 할..."

새까만 노총각 후배님은 사랑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에 한 발짝 물러선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란 게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가 싶은 것. 목숨을 건 순애보는 영화에서나 봤지 오프라인에서 자기더러 '로미오'가 되라니 차라리 노총각 신세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후배는 술 잔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사랑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어쩌면 이 포스트를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그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Keep on...노총각 내지 노처녀'로 사는 게 낫다는 게 필자의 연애관이다.

솔로 여러분들과 함께 잠시 생각을 해 보자. 평생을 함께 동고동락해야 할 상대에게 자기의 전부를 맡기지 않고 일부는 전당포나 은행에 맡겨두면, 그게 사랑은 물론 결혼으로 골인 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사랑에 잔머리를 굴리면 상대도 똑같이 잔머리를 굴리는 게 사랑의 법칙이다. 그게 요즘 유행하는 짝의 여자1호와 남자3호가 실패하고 질질짜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의 완벽한 조건만 기대하고 서로 다른 상대를 찾다보니, 예컨데 여자1호는 남자7호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며, 남자3호는 여자3호와 5호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 결혼이란 서로 불완전한 남녀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숙명적관계임을 모른채 실익만 쫒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랑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것이며 목숨을 거는 시늉이라도 해야 성립된다는 것. 자기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된 상대에게 가슴을 여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면 일정 조건을 갖춰두고 계약결혼 내지 사랑을 시도해 보시던지.
 
...

이 포스트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랑 이야기 같지만 무관하지 않아서 꽤 길게 끄적여봤다. 실제 상담한 내용이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을 유심히 잘 봐 주시기 바란다. 사진은 뿌에르또 몬뜨 항구 옆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땡글로 섬(Isla Tenglo)'로 가는 선착장의 모습이다. 작은 보트가 막 선착장에 도착하여 여객들이 뿌에르또 몬뜨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을 눈여겨 보시면 현재 뿌에르또 앞 바다는 물이 빠져나간 간조 때 모습이어서 선박의 항로표지인 '등표(등주)' 상당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바다속에 잠겨있던 갯벌 상당수가 노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곳은 뿌에르또 몬뜨 항구의 입구이며 '나비막(NAVIMAC)'여객선은 이런 수위에서 입항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만조 때에 맞추어 입항을 하는 것.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저 멀리서 여객선 한 척이 뿌에르또 몬뜨 항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틀 전 오르노삐렌을 다녀와 뿌에르또 몬뜨 항구 주변과 앙헬모 어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여객선 한 척을 바라보며 곧 묘박(닻을 내리고)을 한 후 만조때를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닷물이 육안으로 봐도 너무 많이 빠져나가 보인 것.

그래서 혹시나 하고 선착장에서 자리를 우측으로 이동하여 등표 두 개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여 셔터를 눌렀다. 여객선이 입항을 하게 되면 우현 쪽은 붉은 등표쪽, 좌현 쪽은 녹색 등표쪽 중심으로 입항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믿기지 않았다. 선박의 크기로 보아 이곳을 통과할지 의문이 든 것. 그래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등표는 선박의 좌.우현 어느쪽으로 (쏠려)가지 말라는 '측방표지'이다.

 



자리를 다시 옮겨 모래톱 끄트머리에 설치된 녹색 등표가 보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객선이 방향을 좌현으로 틀게되면 녹색 등표 바깥쪽으로 선회하여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 물이 많이도 빠졌는 데 저 여객선은 입항을 하게 될까. 그런데 여객선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거침없이 항구 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라...어디 믿는 구석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그래서 이번에는 선착장이 내려다 보이는 방파제 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객선은 좌현으로 조타를 하며 입항을 시도하고 있었다.




뱃머리에 하얀 포말이 일고 있는 모습만 봐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게 멀리서도 관찰된다. 위에서 본 모래톱 끄트머리의 녹색 등표와 빨간색 등표 사이로 여객선이 돌진해 오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보기드믄 장관이었다. 대게 큰 배들은 예인선에 의해 끌려 들어가는 데 이 여객선은 예외였다.
 



방향을 좌현 쪽으로 급 선회하고 있는 장면이 눈에 띈다. 저 화물여객선(짐과 화물을 싣는)은 빨간 등표와 녹색 등표 안쪽을 통과할 게 분명해 보였다.


※ 지도를 눈여겨 봐 두시기 바란다. 이 항로는 빠따고니아 여행에 매우 중요한 정보라는 판단. 적지않은 여행자들은 뿌에르또 몬뜨를 빠따고니아 투어를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건 패키지 투어에 나서 시간에 쫒기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일 뿐. 배낭여행자나 세미 배낭여행자들은 이곳 뿌에르또 몬뜨에서 나비막이나 나비에라 오스뜨랄에 몸을 싣고 빠따고니아 내륙 깊숙히 이동하며 여행의 참 맛을 느끼는 것. 참고하시기 바란다.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오는 화물여객선의 이름은 멀리서도 확인된다. 나비에라 오스뜨랄(Naviera Austral)...이 화물여객선을 타면 나비막 처럼 해로를 따라 빠따고니아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뿌에르또 몬뜨와 앙헬모를 오가면서 눈여겨 보며 몇 번이고 망설였던 바로 그 화물여객선이다. 이 배를 타면 칠로에와 챠이텐 등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그러나 우리는 (칠레의)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선택하게 됐다. 오르노삐렌의 대자연에 홀딱 빠진 것이다.
 



우리가 오르노삐렌에 홀딱 빠진 이유는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그곳을 눈여겨 봐 온 때문일 것이며, 나비에라 오스뜨랄 여객선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며 입항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을 게 아닌가. 표준화된 수심은 물론 등표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던 것. 사랑의 법칙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 상대의 장점이 커 보였다면 단점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그게 (잔머리를 배제한)사랑 아닌가. 뿌에르또 몬뜨 항구로 돌진하여 입항하고 있는 이 여객선 조차 처음 처녀 항해에 나서서 이 항구로 입항을 할 때는 매우 조심스러웠을 것. 그러나 당신을 믿을 수 있게 만들어 둔 등표 하나에 의지하여 저토록 맹렬하게 '대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이 모습을 보며 사랑에 비유하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가요를 떠 올렸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정황을 떠 올릴 수 있는 노랫말이지만, 노랫말의 의미는 남자는 동적이고 여자는 정적이라는 비유가 아닌가 싶었다. 생리적인 구조만 봐도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다. 꽃과 나비같은 존재가 남자와 여자라는 비유처럼 꽃이 나비를 쫒아 날아다닐 수 없는 것. 따라서 나비가 꽃을 찾아 다니며 구애를 하는 게 옳은 이치라 보는 게 후배에게 조언해 준 연애상담론(?)의 전부. 그 꽃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던지 목숨을 걸고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 아닌가. (누가 죽으랬나?...하하)




사랑이 핥키고 간 자리는 평지풍파가 일어나는 것인지. 나비에라 오스뜨랄 여객선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친 바다는 파도가 넘실거렸다. 조금 전까지 이 바다는 잔잔했지만 항구로 돌진한 배 한 척 때문에 주변이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런 것 아니겠나. ^^




그 사랑의 여객선이 파문을 남기며 뿌에르또 몬뜨 항구로 막 입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큰 배가 도랑이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단박에 들 정도의 좁은 수로였는데 나비에라 오스뜨랄은 거침없이 돌진을 하고 있었다. 사랑은 뭉기적 거리며 자로 재는 사람들에게 결코 오지않는 법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모습. 













그리고 마침내 속도를 줄이고 항구의 품에 안긴 나비에라 오스뜨랄...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이런 모습일까.




파도가 잠잠해지자 섬과 뭍의 교류가 활발하다. 조금 전 한 여객선이 이곳을 통과했건만 흔적도 없다.




그 바닷길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조금 전에 이 바다로 여객선이 지나가긴 했나 싶을 정도...



그 장면을 '슬라이드쇼'로 보시면 이런 장면...




그런데...나비에라 오스뜨랄 여객선의 입항 장면 때문에 발 아래에서 펼쳐진 '사랑의 장면'은 잠시 놓치고 있었다. 연인들이 방파제 아래 바닷가에서 딥키스를 즐기고 있었던 것. (흠...찾으셨나요. ^^)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어께를 살포시 껴안고 거침없는 키스 세례를 퍼붓고 있는 장면이다. 잘은 모르겠다. 사람들 마다 차이를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현재 이 남자는 목숨을 걸고 열애를 하고 있다는 것. 후배는 아실런지...^^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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