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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남미여행, 눈여겨 봐야 할 최고의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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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봐야 할 최고의 도시락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누군가 말했다. 삶은 계란이다.

잘 새겨들으시기 바란다. 칠레에서는 예술가들도 배가 안 고프다. 그건 대도시로 가면 갈수록 더 그렇다. 이유가 있다. 대도시로 대거 몰려드는 농축산물 때문이다. 농축산물들은 싱싱하고 값도 싸다. 여행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여행이든 관광이든 배가 불러야 제대로 보인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여행지를 다니면 눈에 아른거리는 게 밥이나 빵 또는 평소 즐겨먹던 음식들 아니겠나. 이래서는 시쳇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여행도 좋고 관광도 다 좋다. 그러나 배부르진 않아도 허기는 면해야 할 게 아닌가.

세계 최고 천혜의 빠따고니아를 품은 칠레는 농업국가다. 안데스에서 발원한 빙하수가 동태평양(칠레에서는 서쪽)으로 흘러가면서 적신 대지는 사철 푸르고, 그곳에서는 사철 오방색 야채와 과일은 물론 여행자의 침샘을 자극하는 신선한 치즈와 고깃덩어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세상에 이런 여행지는 칠레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식재료들이 빵 속에 들어가면 그 때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큼직한 빵 속에 치즈와 토마토와 야채는 물론 양념된 햄버거패티 등이 들어가면 가격은 상상 이상 껑충 뛴다. 예컨데 빵 한 조각이 우리돈 100원 정도라면 먹도날드(이렇게 표현하자)나 유명 브렌드 상표를 붙이는 순간, 1000원 이상 10000원 정도로 급 점프하게 된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양극화가 심각한 정도 이상이어서 한 끼에 100원으로 식사를 떼우는 빈민들이 사는가 하면, 한 끼에 10000원 이상의 비용(상대적이란 말)을 지불하는 부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세상 어디를 가나 빈부차가 극심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이 나라가 풀어야 할 숙제지만, 문제는 이런 나라로 여행을 떠난 여행자들이 어떻게 이런 경제적상황에 대처해야 할지 그게 중요한 것. 장차 남미여행 내지 빠따고니아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은 필자의 경험담을 잘 새겨두시기 바란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입맛을 챙기는 데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포스트 맨 처음에 '삶은 계란'을 올려 두었다. 이 장면은 뿌에르또 몬뜨에서 두 주간을 지낼 때 뿐만 아니라, 빠따고니아 투어를 통해 자주 써 먹던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5060세대 내지 6070세대에게 익숙한 장면일 게다. 예전에 비둘기호나 무궁화호 등을 타고 기차여행을 할 때 심심풀이로 까 먹던 달걀이자, 식사 대용으로 까 먹던 달걀이다. 이 때 목 맬까봐 사이다 한 모금 삼켜주면 목구멍이 뻥 뚫린다. 그게 '팔성(?)사이다'라나 뭐라나. 요즘 젊은 세대는 햄버거에 콜라 한 병이면 족할지 모르겠지만, 구닥다리로 전락한 우리 세대는 여전히 '삶은 계란이다'라는 '철학적 식품' 앞에서 어쩔줄 모른다.

이런 거 길게 설명한 까닭은 다름이 아니다. 남미여행을 하시는 분들이나 칠레 빠띠고니아를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꼭 좀 일러주고 싶은 팁 때문이다. 달걀 또는 계란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 이 장면을 중시하는 건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유정란이니 무정란이니 하며 구별하여 값을 다르게 매기고 있다. 칠레도 그렇다. 그냥 시장에 들러 값싼 계란을 고를 게 아니라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뿌에르또 몬뜨는 물론 산티아고의 '베가 중앙시장'에서 달걀을 산더미 처럼 쌓아두고 파는 가게가 있다.
그런가 하면 도매시장 옆에서 계란 몇 개(양이 적다는 뜻)를 가져다 놓고 '촌스럽게' 시민들을 두리번 거리며 달걀을 파는 노점상도 있다. 대게 그런 분들은 대규모 양계장에서 산란된 계란을 파는 게 아니라 집에서 기른 닭들이 낳은 계란을 시장에 내다파는 사람들이다. 계란의 겉모습만 봐도 양계장 출신(?) 계란 보다 조금 지저분하다. 그거 말하고 싶었다. 보통 시골의 농장이나 소규모로 사료를 주로 먹이지 않고 기른 닭들이 낳은 유정란인 것. 요런 거 잘 고르면 정말 봉(알?)잡은 거나 다름없다.

이런 달걀이면 통째로 다 구매해서 삶거나 프라이해 보면 계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흠...쥑인다.^^) 얼마나 고소한 지 우리나라 수퍼마켙에서 쌓아두고 파는 계란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맨 처음 마주친 삶은 계란 그림이 바로 그런 달걀.(계란이나 달걀은 같은 말이잖아.ㅜㅜ) 이런 달걀을 이곳에서는 '깜뽀(Campo)'라고 부른다. 시골농장에서 기른 닭이 낳은 '닭알'이라는 뜻. 이런 닭알은 산티아고 뿐만 아니라 뿌에르또 몬뜨는 물론 칠레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패키지여행으로 정신없이 사진 찍느라 바쁜 사람들은 이런 거 쉽게 만날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느긋하게 작정하고 떠난지라 삶은 계란이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가까운 곳에 여행을 떠나게 되면 일일이 도시락을 쌀 수가 없고, 식당에 들르게 되면 비용은 물론 우리 입맛과 친숙한 요리를 맛 볼 수 없어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 베이스켐프로부터 멀어질 때 삶은 계란과 빵 몇 조각에 치즈나 잼 등을 발라 도시락으로 지참한 것.약간은 '노땅' 스럽고 촌스럽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싸 간 도시락은 이동식으로 그만이자 식사 대용으로 '딱'이어서, 식사시간 때문에 뭉기적 거리는 시간을 아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했다.

 

뿌에르또 몬뜨의 명물 '앙헬모 어시장' 풍경 몇 장. 맨 아래 그림은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칠레노' 예술인의 망중한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뿌에르또 몬뜨에 머물 때 짬짬이 '앙헬모(Angelmo)' 어시장에 들러 값싼 게살(게 맛살 아님)이나 조갯살 등을 구매해 요리해 먹는 재미는 뿌에르또 몬뜨 최고의 별미가 아닌가 싶다. 이런 거 모르시는 분들은 '뿌에르또 몬뜨에 뭐가 볼 게 있나' 하며 쓰윽 지나치고 만다. 그런 분들은 주로 패키지관광객들이며 배낭여행에 나선 분둘 중에도 가끔 그런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은 책이나 티비 등지에서 봤던 남미의 엄청난 규모의 폭포나 큼지막한 산봉우리나 유적지 등에 마음을 빼앗겨, 여행지의 일상에서 느끼는 솔솔한 풍경을 놓치고 있었다고나 할까.

산만 보고 숲은 보지못한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 여행을 해 보면 눈 높이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른데, 필자의 경우 발 아래 또는 미시적 세계의 모습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특히 우리만 삶아 먹는 줄 알았던 달걀은, 빠따고니아 투어 중에 만났던 외국인들 조차 도시락으로 챙겨 이동식이나 식사대용으로 먹더라는 것. 그곳은 마땅한 식당은 물론 이동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경제적이자 가장 실용적인 도시락이 필요했다. 그게 하필이면 '삶은 계란'이었다니.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걸 그냥 느낄 수 있었다는 거 아닌가. (흠...여행지의 삶은 계란이야. ^^)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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