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썰렁한 '민자고속도로' 알고보니 애물단지

 Sensitive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썰렁한 '민자고속도로' 알고보니 애물단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새우젓으로 유명한 강경으로 가기 위해 당진에 들렀다가 다시 당진-대전간 민자고속도로를 달리게 됐다. 도로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마치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이 이런 도로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는 자동차 몇대가 마음대로 다니고 있는 모습이었고 왕복 4차선의 고속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쁘지 않아 속도를 줄여 달렸지만 급한 볼일이라도 생겼다면 속도를 맘껏(?) 올리며 슁슁 달릴 수 있었을 정도로 도로는 한산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민자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이렇듯 도로망이 확충되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확실히 묶어두었다. 젓갈을 사러 강경까지 들러 볼일을 보고 반나절이면 서울로 돌아올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해진 세상이다. 물론 집에서 택배로 부쳐 먹으면 더 편리할 수 있으나 여행삼아 떠났던 길이고 택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현지로 직접 가는 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당진에서 볼일을 마치고 강경으로 가기 위해 국도를 따라 당진.대전간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아직 개통을 하지않은 고속도로 같이 어수선해 보이고(차량이 한대도 보이지 않아)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톨게이트 앞에서 속도를 줄여 걷는 기분으로 톨게이트의 통행권을 빼려고 했으나 길을 잘못 들었다. 내가 접어든 톨게이트는 '하이패스' 구간이었다. 따라서 통과하자 마자 삑삑 소리가 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자동차를 저만치 세워두고 통행권을 가지러 톨게이트에 다가가자 여직원이 직접 나와서 '왜그러시냐?'고 물었다. 길을 잘못들어 하이패스로 통과 하여 통행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여직원은 도착지에서 납부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목적지인 강경IC에 도착하여 여차저차 설명을 했다. 문제가 생겼다. 내가 탄 자동차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첵크해야 한다고 하며 강경IC 바로 옆에 있는 사무소에서 요금을 납부하라고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편했지만 나의 불찰이므로 자동차를 사무소 옆에 세워두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만저만해서 통행료를 내러 왔다고 했다. 요금만 지불하면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사무실에는 민자고속도로 직원 서너명이 한가하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요금만 지불하면 될 줄 알았던 내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 출발지를 확인해야 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 기다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직원들 모습을 보니 조금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따져 물었다. 왜 이렇게 사람을 붙들어 두냐고 물었다. 대답이 그럴듯 했다. 출발지 하고 연락을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슬슬 기분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초 통행료만 지불하면 될 것 같았는데 순서가 많이도 틀렸다. 지금 뭐 하고 계세요?하고 약간은 짜증투로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실토를 하고 있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지않아 그동안 출발지에서 촬영된 영상을 유선전화로 문의해 가며 첵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시간동안 사무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20분이 지났다. 아직 멀었느냐고 다시한번 추궁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민자고속도로와 연계(온라인 요금체계)가 안되어서 그럽니다. 그 문제 때문에 지금 협의중입니다." 라고 말했다.

20분 정도가 소요된 후 강경IC를 빠져나가 젓갈을 구매했다. 그리고 다시 전주(익산)-장수간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민자고속도로 직원이 말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고 싶어도 금방 지불하지 못한 불편 정도는 '불편한 일'에 불과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새삼스럽게 민자고속도로의 문제를 뒤져보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약간의 불편한 일은 비용이 크게 들지않았지만 고속도로가 텅텅비어 자동차 전용도로 처럼 마음껏 달린 민자고속도로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면 않을수록 국민들의 세금이 자동차 뒤로 사라지는 바람처럼 새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뒤적여 보니 대략 이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개통한 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도 통행료 때문에 도마에 올랐는데 국가 재정으로 건설하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의 통행요금 산정 방식에 의하면, 4차선을 기준으로 한 폐쇄식(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뽑아 진출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는 방식)의 경우 기본요금 862원에 주행거리 1km당 40.5원을 곱하여 책정하면 되는데, 이럴 경우 61.4km의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계산하면 '기본요금(862원)+주행거리(61.4km)×40.5원=3,348.7원'이 된다.

따라서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는 5,900원(16인승 이하 승합차, 2.5톤 미만 화물차 기준)이므로 2배 가까운 비싼 요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최근 개통된 인천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적용되어 논란이 일고 있고, 대표적인 민자사업 몇 가지의 경우를 살펴보면 쉽게 비교가 된다.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책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본 각 민자사업의 1km당 통행료는 다음과 같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이화령 터널 마창대교 광주 제2순환 고속도로
 거리(km) 61.4 2.9 1.6 9.2 5.7
통행료(원) 5,900 2,000 1,000 2,400 1,200
1km당 통행료(원) 82.05 392.41 86.25 167.17 60.35
 한국도로공사 통행료(km당)와 비교 2.02배 9.69배 2.13배 4.13배 1.5배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비교표(한국도로공사 1km당 통행료 40.5원 기준)

위 표와 같이 최초의 민자 도로사업이었던 이화령 터널 1.6km의 통행료는 1,000원으로 1km당 86.25원이며, 우면산 터널 2.9km의 통행료 2,000원으로 1km당 392.41원, 광주 제2순환 고속도로 1구간 5.6km의 통행료 1,200원으로 1km당 60.35원, 마창대교 9.2km의 통행료 2,400원으로 1km당 167.17원으로, 한국도로공사에서 사용하는 1km당 통행료 40.5원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9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문제는 한국도로공사 대비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더 비싼데 있지 않았다. 어쩌면 한가하게 다닐 경우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고, 나 처럼 남한의 허리를 동서로 이동하는 단거리를 필요치 않는 사람들은 굳이 비싼 통행료 내고 안다녀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민자고속도로를 통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동차 통행이 뜸하여 텅텅비어 있는 민자고속도로는 도로를 건설한 사실 하나 만으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어떻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민자유치사업에서 과도한 건설단가(공사금액 부풀리기)로 인한 정부재정지출을 막고 재정투자를 늘여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민자고속도로 4곳(인천공항,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외곽)과 재정고속도로 5곳(대전-전주, 청원-상주, 서해안, 익산-장수, 김천-현풍)의 km당 건설단가를 비교한 결과, 민자유치 고속도로가 재정사업 고속도로의 건설단가보다 평균 40%이상 km당 약 63억원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통행료가 무리하게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경 새우젓갈을 사러가는 이 도로가 왜 그토록 정이 가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외상은 싫어!...

그런데 그림과 같이 민자고속도로에 자동차 통행량이 거의 없어 텅 비어 있다. 이럴 경우 제 아무리 높은 통행료를 책정해 본들 민자고속도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게 뻔하다. 애시당초 타산이 맞지않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왜 민자고속도로 등을 하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이에 질세라 정치인들이 나서서 지역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부가 민간자본(SOC) 유치를 통하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1995년 부터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데 각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들이 겉으로는 지역 주민이나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민자자고속도로 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민들이나 시민들의 편익을 고려한 사업이라기 보다 운영수입 등의 보장을 전제로 건설된 것이므로, 자칫 정부(국민)와 지자체(주민,시민)들의 재정 부담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자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국민들은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고, 해마다 국고가 민간 건설업체의 손실보전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지자체)은 세금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라서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건설업체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며, 민자고속도로 등을 건설 하면서 실제로 들어가는 건설비용 보다 수입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민자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그와 더불어 공사비 등을 부풀려 과대 계상하고 예측수요를 뻥튀겨 이에 대한 부족분을 향후 수십년동안 국고로 보전 받는 점을 악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민자고속도로 등이었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아무런 혜택도 대가도 없어 보이는, 미디어법이나 4대강 정비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등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며, 정치인들이 나서서 폭죽을 터뜨리며 삽질을 통한 기공식을 하는 장면 뒤에서 혈세를 꼬박꼬박 물고있는 건 아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또 손 닦는 대책 밖에 없고 독감보다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신종 플루는 왜 그다지 오랜동안 언론이나 방송들이 떠들며 국민들의 공포감을 증폭 시키고 있는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이런 거 숨겨보고자 했던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민자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면서 비싼 통행료만 지불했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건설된 민자고속도로 등으로 인하여, 지금으로 부터 향후 수십년 동안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열심히 번 돈으로, 혈세를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지 잘 지켜 봐야 하는 동시에, 재미없는 정치인들의 놀음을 잘 감시해야 할 불필요한 의무도 동시에 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건설사나 건설사가 그토록 맹신하는 정치인들의 속을 들여다 보니 강경에서 맛본 새우젓갈 처럼 쓰디 쓴 맛이다. 정치인들이나 건설사의 눈에는 우리 국민들이 그저 만만한 봉으로 보일 뿐이겠지?!...

관련 포스팅 인천대교 갈수록 불편해 보이는 이유/ 인천대교에 '최장'자리 내 준 서해대교 속사정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SensitiveMedia내가 꿈꾸는 그곳

Daum 블로거뉴스

 
Daum
검색창에
내가 꿈꾸는 그곳을 검색해 보세요. '꿈과 희망'이 쏟아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