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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늘 그리운 淸溪山

엄마가 '禍'내지 않도록 해 주세요!...

엄마가 ''내지 않도록 해 주세요!...


우리민족은 해마다 정월초하루가 되면 송구영신을 통하여 구습의 나쁜 일들을 잊고 새로운 좋은 일들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이런 신년맞이는 비단 우리민족에 국한된 행사는 아니지만
하늘을 경외시하는 우리민족은 유독 이런 제례를 소중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때 양력설을 중심으로 한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시작될 때 행해지던 신년맞이 행사는
서구의 문화들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부터  생기기 시작한 폐해로
'우리것'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 끝에 점차 음력설을 쇠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잊혀져 가던 우리문화가 제자리를 잡는 것 같아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우주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태음력은 우리민족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었다.



태양력을 사용하는 서양의 문화는 자연의 현상에 역행하는 도전적인 문화인 반면에
태음력을 사용한 동양의 문화는 자연에 순행하며 순종하는 소극적인 면이 강했다.
아마도 그런 문화의 차이가 오늘날 초강대국의 침략문화를 만든 국가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갈등구조는 수입된 외래문화가 우리문화와 충돌하여 생긴것으로 판단된다.



이를테면 '하면된다'는 식의 기독교적 문화가 '대운하를 만들 수 있다'라는 적극적 개념인 동시에
'막가는 저 인간 제발 어떻게 좀 해 주세요!'하는 소극적 개념들이 우리들의 문화인 셈인데
세상만물이 모두 하늘의 조화로 이루어지고 그 조화에 대응할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안 우리선조들의 금쪽같은 지혜였다.



똑같은 물이라도 양이 마시면 젖이되며 배암이 삼키면 독이 되듯이
'하느님'을 빙자한 '야곱의 지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최소한 500년 이상을 그렇게 지배하고 있었던 것인데
세상의 이치를 담박에 바꾸어 놓은 것이 태양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주찾는 청계산에는 이맘때 쯤 원터골약수터가 있는 마당 한켠에 금줄을 두르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해의 소원을 비는 '기도문'을 금줄에 꽂아넣고 하늘에 축원을 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하산을 하면서 금줄의 내용이 뭔가하여 하나 살펴보니까
대부분의 우리 시민들의 바램은 크게 몇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었다.


주로 가족의 건강과 화목에 대한 기도문과 사업번창으로 돈을 잘 벌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좋은 학교에 들어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수능대박과 같은 기도문이었으며 간간히 사랑의 언약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주로 기복적인 기도문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이런 기복신앙은 우리 민간신앙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 보여지고
앞서 언급한 자연에 순응하는 문화로 인한 소박한 사람들의 바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울러 그런 바램들은 이른바 '팔자소관'으로 여겨지는 것들로 인간의 마음데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도문을 쭈욱~살펴보다가 대부분의 기도문쪽지와 다른 새깔과 크기의 한 기도문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재미있어서 박장대소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도문을 작성한 한 아이의 기도문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어 씁쓸해 했다.



급한김에(?) 공책 한면을 뜯어서 하늘에 소원을 빌었던 것인데 거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가 화내지 말개 해 주세요"

물론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필자인 '심찬'이는 대부분의 쪽지를 닮은(?) 세로정렬로 자신의 소원을 적고 있었다.



추정컨데 심찬이는 하얗게 펄럭이는 이 기도문이 무엇인지 동행한 엄마나 아빠에게 물어 봤을 터이고
아마 심찬이의 부모님이나 혹은 누나등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응...저거...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루어 진단다..."



그때 심찬이의 머리속을 스쳐가는 것이 엄마가 늘 자신에게 화내는 모습이었을 것이며
엄마가 화내는 모습만 보지 않아도 살아갈 희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때 떠오른 빛나는 기도문이 엄마가 화내지 말게 해 달라는 소원이었을텐데
그는 약수터 앞 팔각정에 앉아서 급히 이 위급한(?)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기도문으로 축원하였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연일 잘 살게 해 달라는 주문이 정치권으로 이어지고
정치인들은 이에 질세라 하나같이 '경제타령'으로 국민들을 위로 하고 있지만  
한 아이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기도문처럼 우리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엄마가 화내는 이유가 몇가지 있을 것이다.
이 아이가 미운일곱살에 이르러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맘데로 행동하여 늘 꾸지람을 받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유치원성적(?)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였을 경우나
아니면 아빠가 돈을 잘 벌지 못하여 부부싸움이 잦아서 그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것인데


세상을 살아 보니까 전자의 두가지 정도는 크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그럴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엄마을 늘 화내게 한 주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엄마는 우리사회 현상을 알려주는 '바로미터'이자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 주는 음적존재다.



그런 음적존재는 양적존재인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통해서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른바 돈이나 명예에 의해서
기분이 좌우되는 위치에 있을 것이나
그 음적존재가 따로 비정규직 같은 사회생활을 해야 살 수 있는 사회적 구조라면,
이 아이는 엄마의 '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 아이들의 소원은 제발 엄마가 화내지 않도록 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금줄은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의미가 크다.  
요즘은 이런 문화를 잘 볼 수 없지만 잘 알려진대로 아이를 낳거나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또는 장을 담글 때 사람의 출입을 극히 제한하여 특정한 곳을 금기시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행해졌다.


요즘은 과학의 시대라 하여 귀신들 조차 다 도망가고 없다고 여기는 줄 모르지만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는 사회의 나쁜현상들은 모두 귀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鬼로 부터 자유롭고 싶은 한 아이의 기도문이
무자년 새해에는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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