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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구룡마을 '2만원' 체납 단전예고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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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마을 '2만원' 체납 단전예고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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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구룡마을을 찾았다. 이틀전 이곳에서 주민자치회관을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구룡마을의 근황을 살펴보기 들렀는데, 양재대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대형 크레인이 주민자치회관을 철거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틀전 강제철거한 지역과 다른 지역의 주민자치회관이었다. 가까이 들러서 사진을 촬영하자 아주머니 두분이 내게 다가왔다. "사진 왜 찍으세요?" "관심이 있어서요." 그러자 아주머니 두분은 이곳에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구청에서 철거를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철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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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에 있는 두개의 주민자치회관 중 하나가 자진철거되고 있다.

아마도 적지않은 분들이 이곳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등이 강제철거가 진행되면서 등장한 '건설용역'의 모습을 보면서 '용산참사'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나는 뉴스속에 등장하는 건설용역들의 모습을 보며 또 사고가 나는 게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라고 말해야 할지,...건설용역들과 주민들의 충돌에서 10명의 부상자만 발생했다고 한다. 구룡마을 찾아나선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강남구청이 새삼스럽게 '불법건축물' 운운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집은 대부분 움막집과 다름없는 곳이고 '적법'한 건축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인데, 굳이 불법건축물 운운하지 않아도 불법인 거 다 알고있는 처지였다. 따라서 이틀전 강제철거한 주민자치회관은 그동안 구룡마을의 동사무소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이고 주민들의 의사를 결집시킨 장소여서 관할 강남구청이 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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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을 지나자 마자 단전 예고장이 발견되었다.

2만원 때문에!...

나의 불길한 예상은 자동차를 주차한 후 이 마을로 들어서는 골목에서 현실로 들어나고 있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 한편의 허수룩한 움막집 문 앞에 '예고장'이 큼지막하게 도배되어 있었다. A4용지 전면 가득히 적힌 예고장 속 내용은 그림과 같이 전기요금 2만원을 체납한 사실을 두고 체납요금 독촉을 하고 있는것이었고 계속 체납시 4월 8일 10시 이후에는 단전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방문한 때는 4월 10일 오후였으므로 아마도 이 가구에는 단전처리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어쩌면 단전처리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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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장의 내용에 따르면 4월 8일에 마을자치회관과 공동으로 단전 조치 등을 하려했지만, 강남구는 그날 오전 11시13분부터 용역직원 등 250여 명을 투입하여 구룡마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마을자치회관,부녀회관 등을 비롯해서 주거용 대형텐트건물 8개 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고장을 도배한 한국전력공사 강남지점은 체납사실 등에 따른 후속조치를 이 움막집 당사자와 직접적으로 담판을 지어야 할 형국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었다. 쉽지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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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강남구 등이 겉으로는 '불법건축물'을 빌미로 구룡마을 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본부 또는 동사무소와 같이 이용되어 왔던 마을자치회관을 강제 철거했지만, 그동안 1,500여 가구 4,00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진 구룡마을의 행정처리 등을 위해서 마을자치회관을 대표격으로 인정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요즘 세상에 전기요금 20만원도 아니고 2만원을 체납한 사실을 두고 단전을 하겠다는 한전측의 입장을 보니, 사람이 아무리 없이 살고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그렇지 문앞에 도배를 하여 예고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쫒아내고 싶어서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림 몇장을 남겨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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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구룡마을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 극빈자들이 많이 살고있고, 개발이익을 노리는 일부 주민과 외부 투기꾼 사이에서 불법입주권이 수천만원에 거래된다는 소문과 함께 이곳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 자치회 조차도 '구룡마을주민자치회'와 '구룡마을자치회'로  나뉘어지기도 한 곳이며 적지않은 말썽을 빚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다수 이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입주권이나 개발이익 등과 상관없는 사람들이고, 개발이익 등으로 말썽을 일삼는 사람들과 달리 이 지역이 어떤식으로든 개발이 추진된다면 어디든 몸둘 곳을 찾아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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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내내 구룡마을 사람들과 만나서 막걸리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마을자치회관 강제철거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들의 예상도 나의 불길한 예상과 다르지 않았는데 전에 없던 강제철거 소식은 이 지역 전부를 철거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그럴리가 없어 보이지만)당장 철거가 진행되면 어디든 갈 곳없는 사람들이었다.

구룡마을 사람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불법건축물 등에 대해서 향후 강남구 등이 이 지역을 재개발할 의사가 있다면 건설용역을 앞세워 무조건 철거에 나서며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게 아니라, 이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에 대한 옥석을 반드시 가려서 조치를 해야 하되, 당장 전기요금 2만원도 낼 수 조차 없어서 단전을 감수해야 하는 가난한 이웃들을 함부로 길거리로 몰아내는 비인간적인 조치는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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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강제철거 되기 전 구룡마을자치회관 모습(원내)과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 본 구룡마을 전경,
뒤로 보이는 도로는 양재대로와 대치동 주공아파트단지다.

알려진대로 구룡마을은 정부가 88올림픽을 앞두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빈민가 철거작업을 하면서 갈 곳없이 갑자기 쫒겨난 시민들이 그린벨트로 묶여 토지소유자들이 개발을 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던 지역에 불법점유를 해 오면서 생긴 마을이고, 행정구역도 없이 방치된 채 '유령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강제철거된 주민자치회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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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건설용역 250여 명이 동원되어 강제철거된 '구룡마을주민자치회관'이 흔적만 남긴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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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관 앞 불법건축물도 동시에 철거되자 임시로 천막을 치고 살고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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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에 있던 두개의 주민자치회관중 먼저 철거된 자치회관 뒤로 자진철거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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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관을 철거하면서 나온 집기들이 한곳에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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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관 근처는 강제철거로 폭격을 맞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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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에도 봄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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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룡마을의 4월은 잔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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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익을 노리는 사람들과 몸둘 곳 없이 가난하여 갈 곳없는 사람들이 한테 뒤엉겨 사는 이 마을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 다음편은 '구룡마을의 봄' 풍경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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