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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잠뱅이' 적시는 아침이슬 ...이랬습니다.



'잠뱅이' 적시는 아침이슬
...이랬습니다.

충북 제천에서 이른 아침에 본 '의림지'는 제게 꿈같은 환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모두들 잠든 이른 아침에 안개낀 의림지로 향하는 발길은 시간여행을 하는 듯 먼 과거 속으로 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코레일이 제천시와 함께한 팸투어를 통해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의림지를 돌아보고, 원거리에서 본 한장의 그림과 동영상을 얻기 위해서 장소를 옮겨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마자 갑자기 난감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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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에서 수로를 타고 흘러 나오는 그림한장과...

논두렁에는 아침이슬로 가득차 있어서 마치 물속을 거니는 듯
 바지가랭이를 적시고 운동화속 까지 질퍽이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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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앞 들에 펼쳐진 벼익은 논의 모습을 촬영하려다가...

풀잎 곳곳에 영롱하게 맺힌 아침이슬들은 누런 모습으로 고개숙인 벼 옆에서 아침햇살을 받고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아름다운 아침이슬을 최근에 본적이 없을 정도로 이슬모습에 취하는 한편,

돌아서 나갈 길을 찾지 못해 이곳 저곳에 눈길을 주며 탈출구를 찾았지만
결국 물구덩이와 같은 이슬속을 걸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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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에 잠뱅이 젖는줄도 모르고...ㅜ

그때 문득 떠 오른 싯귀 중 '잠뱅이'가 떠 올랐습니다.
오래전에 읊조렸던 그 싯귀 속에서 잠뱅이가 되살아 나며 물에 젖은 제 모습을 물끄러미 살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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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풀잎에 맺힌 이슬들은 이슬 수준이 아니라 거의 물속이었습니다. ㅜ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 긴수풀 찬 이슬에 베잠뱅이 다젖는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가려 하느냐

아마도 조선 영조때 김천택님이 이런 상황을 늘 겪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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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기드문 '잠뱅이'는 '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 오도록 짧게 만든 홑바지'를 일컫는데
주로 농군들이 입던 옷을 말했지만,
저는 당시 긴 바지를 입고 있어서 홑바지가 절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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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둑길을 긴바지 차림으로 이른아침에 거닌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자
무식한 짓임이 드러나고만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가는 방향의 논둑길에서 반짝이던 영롱한 아침이슬들은 난감한 저를 위로하고 있었고
질퍽이는 운동화를 끌듯 의림지 앞 추수를 앞둔 논둑길을 빠져 나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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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입고 있던 바지가 오늘날 최고의 아웃도어 제품이라 한들
결코 농경사회의 필수품이었던 '잠뱅이'만 못했던 것인데,

 자연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잠뱅이의 위력이 새삼스럽고
아침이슬이 너무도 영롱했던 의림지앞 논둑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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