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철갑을 두른 것처럼 생긴 녀석의 이름은 칠레산 바닷게(Chilean Stone Crab)이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수도 뿌에르또 몬뜨 앙헬모 어시장에서 만난 '스톤 크랩'은 말 그대로 돌덩이처럼 야무진 녀석으로 이빨로 깨물어 먹을 수 없는 매우 억센 녀석이다. 녀석에 비하면 우리나라 꽃게나 바하지 같은 바닷게는 물러터졌다고 할 정도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 중 뿌에르또 몬뜨에 머문동안 자주 찾게된 앙헬모 어시장에서 녀석을 맛 보게 됐는데 겉모습과 달리 게살(게맛살 아님 ^^) 맛을 보는 순간부터 녀석한테 무한 홀릭된다.
칠레산 스톤 크랩은 우리나라의 꽃게나 홍게와 달리 주로 먹는 부위는 두 발이다. 큼직한 두 발의 껍데기는 너무 단단해 망치나 녀석을 위해(?) 제작된 특별한 압착기(Stone Crab Cracker)를 사용해야 할 정도다. 우리가 애용한 녀석은 망치나 압착기를 동원한 무식한(?) 방법은 아니었다. 녀석을 미리 발라둔 게살 1kg에 우리돈으로 1만원~1만 5천원만 지불하면 기막힌 게살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흥정가능 ^^)
우리는 게살을 그냥 먹는 게 더 나아 팩에 담긴 녀석을 포크로 콕콕 집어 먹은 것. 한순간에 입안에서 전부 녹아버린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폭풍흡입'이란다. 한 번 맛 보면 두고두고 그 장소를 잊지 못하는 것. 자료사진을 보면 칠레산 스톤크랩의 맛이 어떠한지 단박에 짐작이 갈 것.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 마을을 답사하고 돌아온 후 우리는 다시 앙헬모 어시장을 찾았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6편
-뿌에르토 몬뜨의 진풍경 몇가지-
여행자들이 뿌에르또 몬뜨에 들르게 되면 주로 찾는 곳이 앙헬모(Angelmo) 어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어시장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지만(자갈치 시장 한 모퉁이 정도) 유서가 깊은 곳. 뿌에르또 몬뜨의 구도심 지역에서 앙헬모 어시장가는 길에 만난 진풍경 몇가지를 소개해 드린다.
아내가 입어보고 있는 옷은 알파카로 짠 것으로 거울을 들고있는 한 아티스트의 손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완성된 것. 앙헬모 어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줄지어 늘어선 작은 상점들 속에는 수제품이 빼곡하다. 작업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한땀 한땀 정성 가득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니 놀라울 정도다.
먼 여행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런 숄 하나쯤 장만해 보고 싶을 정도. 우리 배낭은 더 이상 물건을 채울 공간이 없다.
만조 때 뿌에르또 몬뜨 항구 한켠의 풍경이며 앙헬모 어시장과 맞닿은 바닷가의 풍경. 썰물 때가 되면 또한 장관을 이루는 곳이이기도 하다. 작은 어선 한 척이 깊이 잠든(?)게 눈에 띈다.
앙헬모 어시장 맞은 편 땡글로 섬(Isla Tenglo)의 아름다운 풍경.
앙헬모 어시장에서 본 뿌에르또 몬뜨 항구의 모습인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앙헬모 어시장에서 바라본 땡글로 섬은 샛노란 아르힐라가 꽃으로 물들었다. 봄이 절정에 이른 곳.
마치 철갑을 두른 듯한 '칠레안 스톤 크랩'의 빡신(?) 모습. 정말 독특하게 생긴 개성만점의 바닷게다.
녀석을 뒤집어 놓은 모습이 마치 로봇처럼 생긴 특이한 녀석.
앙헬모 어시장에 가면 꼭 한 번 맛 봐야 할 게 또 있다. 병 안에 담긴 건 홍합을 까 둔 것. 홍합 조개 세 알이면 작은 냄비 가득한데 그냥 삶아 먹어도 맛있고 조림을 해 먹어도 좋다. 얼마나 크고 육즙이 달콤하며 향기롭던 지, 우리는 이 조갯살로 소풍을 떠날 때 도시락 반찬으로 조림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칠레산 성게알은 유명하다. 아직도 입안에서 감도는 향긋하고 약간은 비릿한 느낌의 바다향기를 잊지못할 정도.
앙헬모 어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생선 중의 하나가 칠레산 연어(Salmon) 혹은 송어(Trucha)다. 싱싱한 연어를 구입해 세비체(Ceviche)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우리는 조림을 해서 먹기도 했다. 처음엔 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칠레가 노르웨이에 이어 연어 수출 2위란다.
병 속에 가득담긴 게 전부 싱싱한 조갯살...생물은 이렇게 팔려나가고 말려서 팔기도 한다.
이게 전부 홍합살...한 번 맛보면 뿌에르또 몬뜨를 두고두고 잊지 못하게 만드는 별미 중의 하나다.
홍합살과 함께 널린 돼지껍데기 같이 생긴 녀석. 처음 본 녀석의 이름은 꼬차유요(Cochayuyo)라는 해초이며 칠레의 북부 바닷가에서 채취한 것.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데 여행자의 신분으로 녀석을 요리해 볼 엄두는 내지 못함.
앙헬모 어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특이한 풍경. 이곳에선 알파카 털실이 여전히 많이 팔려나간다.
우리가 하루 종일 인터넷에 매달렸거나 카톡을 두드린다면 이곳 여성들은 주로 뜨게질을 한다. 난로 곁에서 불을 쬐며 뜨게질을 하는 풍경은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과 너무 멀고 느려보이는 아날로그 국가가 칠레의 모습.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바둑이. ㅋ
거리의 개로 불리는 녀석들은 각기 자기만의 영역을 고수하는데 녀석의 거처는 인도 곁 조경수 아래를 터전으로 삼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녀석의 머리 위로 앙증맞은 꽃과 열매가 별이되어 쏟아진다. 봄이 절정에 이른 뿌에르또 몬뜨의 한 모습.
숙소가 가까워지자 나타난 진풍경 하나. 오래된 건물의 창에 그려진 그라피티 하나가 뿌에르또 몬뜨 전부를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늘 이곳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를 지나다녔다. 그곳에서 보면 십자가를 머리에 인 땡글로 섬과 앙헬모 어시장...그리고 저 멀리 오소르노 화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뿌에르도 몬뜨는 10년 전과 달리 많이도 변했다. 사람들은 구도심지를 빠져나가 점점 더 편리한 구조를 가진 현대식 건물에 안주하길 바랐다. 그런데 한 여행자의 눈에는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아날로그 풍경이 더 아름답고 그리웠다는 것. 포스트에 다 싣지 못한 풍경은 슬라이드 쇼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다음 편에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가까운 호수를 소개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