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단지에 핀 국화
-도시의 국화옆에서-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정말 그랬다. 천둥이 울지않고 무서리 내리지 않아도, 아무도 안 봐 주는 오래된 아파트 곁에 오롯이 고개 내민 국화꽃. 이젠 할미가 된 누이의 젊은 날 초상 같이 알록달록한 꽃들이여...외출 준비하시느라 토닥토닥 분바르시며 엄니와 누이가 풍기던 아득한 향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래된 아파트 담벼락
촌스러운 듯 알록달록
잘도 어우러진 국화꽃
어떤 때는 우아하고
어떤 때는 소박하며
어떤 때는 향기로운
봄 갈을 오가도 무심했던 당신
내 속 아가가 살포시 미소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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