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 복판에
차량을 세워둔 두 사람.
서로 뭔가 주고 받는 게 눈에 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자동차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이런 풍경을 보자마자 단박에 '접촉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4일) 아침의 일이었다. 약수터를 다녀오는 길에 멀리서 지켜보니 두 사람이 서로 뭔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우선 카메라에 담았다. 멀리서 본 두 차량은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상태가 심각했을까.
약수터를 다녀올 때까지 이런 풍경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다시 한 컷을 더 남겼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여성('김여사'라 부른다.)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이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 보이는 한 여성('김양'이라 부른다.)은
연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
예상은 적중했다.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올동안 두 여성의 표정은 여전했다.
맨처음 목격한 풍경 그대로 도로 한 가운데 차량을 주차해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한 풍경 때문에 참견해 보기로 했다.
"김여사님, 무슨 일이세요. 혹시 접촉사고라도..."
"네, 터널을 빠져나와 좌회전을 하려는 데 저 차가 뒤에서 내 차를 확 들이박았어요."
그런데 김여사의 이야기를 듣고난 다음 두 차량을 살펴보니 김양의 차량이 더 많이 긁혔다. 더군다나 김양의 차량은 BMW이고 김여사의 차량은 그랜져였으므로 자칫 분쟁이라도 생기면 김여사가 매우 불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뿐만 아니라 김여사의 증언을 참조해 보니 김양의 차가 김여사의 차를 뒤에서 들이 받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차량은 이미 접촉사고 현장에서 이동된 다음이었다. 증거가 사라진 현장!...예전 같으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나 김여사는 차분하게 김양과 대화하며 상대를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김여사가 김양을 압도할 수 있는 이유라도 있었단 말인가.
"김여사님, 저 차가 뒤에서 추돌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범퍼는 칠만 해도 되겠고..."
"조~기 보이잖아요. 저 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거덩요.(태연태연)"
김여사는 스마트했다. 접촉사고 직후 김여사는 김양의 BMW에 부착된 차량용 블랙박스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만약 김양의 차량에 차량용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았드라면, 김양이 박박 우기든지 보험회사의 판단 등에 따라, 5:5 혹은 6:4 혹은 3:7 같은 등식에 따라 보험처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었던 것.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던 접촉사고 현장이 그대로 찍힌 차량용블랙박스 때문에 김여사는 김양을 느긋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습.
"아주머님, LIG에서 보험처리 하면 안 되겠습니까?..."
"우린 보험처리 안 좋아해요. 블랙박스 열어 보세요.(느긋느긋)"
똑똑한 김여사에게 딱 걸린 김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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