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좌초 단서 제공한 증인
-천안함 사건 제20차 공판 방청기 제4편-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
영상을 열어보면 재밌는 모습이 도출될 것이다. 선박 전문가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보통사람들이 이런 메카니즘의 프로펠러의 존재에 대해 알기 쉽지않을 것. 그 모양을 천안함의 함미에 장착된 가변피치프로펠러와 작동원리가 그려진 그림을 대입해 보니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역회전도 된다
필자가 자료를 통해 도출해 둔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보면, 천안함의 추진력이 어떻게 생성되는 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 위 그림을 살펴보면 천안함의 프로펠러에 동그란 모습이 보일 것. 그게 그림에는 '프로펠러 보스'라고 표시돼 있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프로펠러 보스를 좌우로 돌려 피치를 조정해 전진,중립,후진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추진장치의 장점은 엔진 등의 추진관련 기계장치를 가속과 감속을 하지 않고도 추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박의 조종성능(Manoeuvrability)과 위치제어 성능을 우수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대신 축계의 구조가 복잡하며 초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초계함의 임무처럼 나라를 지키고 대잠수함 작전에 투입되는 군함이 그런 비용을 마다할 수는 없는 것. 문제는 이 추진장치가 천안함의 좌초설을 뒷받침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꽤 길게 끼적거려 온 것.
글을 맺어야 할 차례다. 앞서 합조단이 부탁해 준 것으로 알려진 노인식 교수의 천안함 프로펠러의 시물레이션을 살펴봤다. 또 박정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천안함의 프로펠러가 어떤 지 상상할 수 있는 증언을 들어보기도 했다. 두 증언을 종합해 하나의 개요도로 재구성해 보니 위 그림과 같은 "합조단 주장 '천안함 피격위치(좌현)개요도"가 도출됐다.
세 그림을 동시에 살펴보면 천안함의 진행 방향은 서북쪽으로 작전중에 있었고, 천안함의 프로펠러 두 개 중 좌현 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현 쪽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 알 수가 있다. 이때 합조단에 의한 북한제 1번 어뢰가 천안함 좌현 후미 선저 쪽을 피격(?)하게 된다. 만약 어뢰가 좌현 쪽에서 폭발했다면 맨 먼저 영향을 받는 프로펠러 샤프트는 어느쪽일까. 좌현 혹은 우현?...
좌초설 부정하는 노 교수 주장의 허점
노인식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를 충족 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천안함을 피격(?)했다는 어뢰가 좌현에서 폭발하지 말고 우현에서 폭발해 줘야 했다.(좌현 폭발)
둘째.천안함의 좌측을 피격한 어뢰라면, 좌현의 프로펠러도 우현처럼 휘어져야 옳거나 더 휘어져야 한다.(우현 프로펠러만 휨 현상 발생)
셋째.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가 '후진은 안 된다'고 했다. 후진 안 되는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따로 설명해야 했다.(포스트 자료 사진 참조)
넷째.천안함의 좌현 프로펠러와 다른 우현 프로펠러 블레드의 연마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우현만 급정지 해 따개비가 다 날아갔나?)
다섯째.천안함의 우현 익각(翼角)은 45도(Max)로 최고속 '전진(Full ahead)모드'이다.
그러나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는 노 교수의 설명처럼, 프로펠러 블레드가 안쪽(전진방향)으로 휜 게 아니라 회전방향(시계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노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변피치프로펠러의 익각이 '제로'든지 제로에 가까워야 했다. 또 천안함은 사고 당시 6.4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로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고 했다. 프로펠러의 초당 회전수(RPM 120기준)는 2회가 채 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천안함이 좌초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가변피치블레드의 익각은 사고 이후 '저속 모드'로 남아있어야 했다. 모든 사고는 '지문'을 남긴다고 한다. 그게 반드시 인간이 남긴 지문이 아니라 사고의 흔적을 통해 원인을 유추하거나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상기 기켜준 일등 공신은 박정수 증인이 언급한 '급정지 따개비' 키워드 때문이었다. 합조단 선체분과장의 생각과 노 교수의 일치된 생각이 매우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북한제 1번 어뢰가 등장하려면 반드시 '천안함을 급정지(?) 시키는 (황당한)논리'가 필요했을 것.
천안함은 고정피치 프로펠러와 달리 가변피치프로펠러였고, 가변피치프로펠러가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주장처럼 되려면 '중립 모드'에 가 있어야 그나마 가능(?)했을 것. 그럴 리도 없지만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장착한 천안함이 급정지를 할 수 있다면, 후진 모드를 가동했을 때 뿐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해도 프로펠러에 붙어있던 따개비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개비가 떨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의 수'가 있다. 규사토와 갯벌이 혼합된 백령도 연안에 좌초되었을 경우, 탈출을 위해 용을 쓰면 프로펠러는 광택약을 발라 연마한 것처럼 깨끗해지며, 엿가락처럼 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노 교수의 PPT 자료에 남있었던 '가변피치 역회전 불가능' 결론의 역설적 의미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의혹' 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든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천안함 사건 방청기는 계속 이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박정수 전 천안함 합동조사단 선체분과장은 증언석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증언에 열중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그는 증언이 아니라 재판부와 변호인측을 향하여 교육을 시키고 있는 듯 했다. 상대를 깔아뭉기는 듯한 태도와 발언 등으로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필자의 속기록에는 "건방지다'라며 증인의 태도를 기록해 둘 정도였다.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 박정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제20차 천안함 사건은 매우 중요한 공판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천안함 사건의 쟁점을 어느 한 쪽으로 갈라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안함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좌초설이며 또 하나는 폭침설이다. 좌초설에는 잠수함과 같은 괴물체가 천안함을 충돌 또는 추돌시켜 천안함이 침몰에 이르렀다는 주장사실(가설)이 존재했다.
그런 한편, 폭침설은 좌초 내지 좌초설 등을 전면 부정하고 <북한제 1번어뢰>에 의한 '폭침이 침몰의 주된 원인'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종결 시킨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오히려 천안함의 진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00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가뜩에나 분열된 국론이 '종북 좌빨'과 같은 이상한 이념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천안함의 진실 등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것 만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으로 매도해 왔던 것. 우리 민족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는 이러한 배경에는 '거짓과 진실'로 포장된 좌초설과 폭침설이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인가 천안함의 진실을 가려내 나라와 민족을 이간질 하는 세력이 '진실을 거짓으로 매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거해 줄 필요가 있었다.
지난 13일 속개된 천안함 사건 20차 공판에서 드러난 증언이 이 사건의 분수령일 수도 있었는 데 하늘의 도우심이 있었던 지, 한 증인의 실언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端緖)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는 허투루 흘린 증언 속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정부와 합조단의 주장사실을 비판할 수 있게 됐다. 먼저 박정수가 한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증언 중에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관련 포스트를 통해 충남대학교 선박해양공학과 노인식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기록해 두었다. 이 포스트가 작성된 배경이자 천안함의 침몰이 좌초로부터 시작된것을 반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사건 당시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 데 그가 행한 시물레이션에 상당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그는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감속기에 작용한 충격에 의해 추진축은 함미 방향으로 밀려나고,이로 인해 추진기 날개에 관성력과 함께 변형이 유발된다"고 발표한 적 있다. 동영상으로 그 이론을 설명하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눌러보였다.(위 그림 참조)
노 교수가 좌초에 의한 (프로펠러)변형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한 자료(PPT)를 살펴보면 (좌초설에 대한)가설의 문제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노 교수는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좌초로 인한 변형 가능성은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가 검토한 좌초설의 문제점은 '(천안함)이 (좌초에 의해)충돌로 인하여 이 정도의 큰 변형을 유발 할 수 있는 국부적 손상이 없다'라며,아울러 '(프로펠러)날개 표면에 회전방향의 마찰흔적이 없다'고 했다. 또 역회전 가능성에 대해 '역회전 시 충돌한 듯한 변형 형상'이라고 말하며 천안함의 추진기는 가변피치프로펠러(CCP,Controllable Pitch Propeller)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가변피치프로펠러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는 알 수 없는 주장. 금번 공판에서 가변피치프로펠러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지않은 분들은 이 자료를 통해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비판했는 데 그 중에는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중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이 틀린 점을 지적하며, 회전 방향이 달라지므로 프로펠러의 날개(블레드)가 휜 방향도 달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블레드의 흠집 등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그 부분을 집중 부각시키며 프로펠러 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며 노 교수와 합조단을 비판했다. 따라서 노 교수는 <한겨례>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촉박해 스크루의 표면이나 날 끝의 흠집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프로펠러가 왜 그렇게 휘었는지는 솔직히 미스터리다. 엔진이 멈추고 기어박스가 손상을 입는 과정에서 단순히 멈추는 힘만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힘과 다시 원상복귀하려는 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천안함의 휨 상태를 정확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시의 분위기는 정부가 나서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밀어부치고 있는 정황이었으므로 언론에서 조차 국방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는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정작 되짚어 살펴봐야 했을 프로펠러 휨 현상 등에 대해서는 일반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대략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좌초설을 입증해 줄 단서 하나가 천안함 사건 제20차 공판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
어쩌면 이날 출석한 박정수 증인의 자신감 넘치는 증언이 아니었드라면, 좌초설은 노 교수의 (계산된)언급처럼 점점 더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박정수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증언에 임했는 데, 합조단의 선체분과를 담당하고 해군 경력이 35년에 이르는 그의 상식이 필자를 자국하고 있었다. 그의 증언이나 노 교수의 자료 등을 참조해 볼 때 선박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않는다면, 따개비 같은 미물과 프로펠러의 관계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그러나 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버한 발언은 거짓말쟁이의 공통점이 숨겨져 있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딴짓을 하거나 반대의 대답으로 위기를 묘면하려는 습성. 그의 말을 반대로 재구성해 보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었다. 방청석에서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재빨리 기록해 두고 '바로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짬날 때마다 자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식 교수와 박정수 예비역 준장의 자료와 발언 속에 가려져 있던 진실의 흔적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증인으로부터 얻게된 단서는 무엇일까.
증인 박정수는 상식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거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며, (천안함의 엔진이) 순식간에 정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얼핏 들으면 그런 거 같을 수도 있다. 관성에 밀려 프로펠러에 달라붙어 있던(?) 따개비들이 한쪽 방향으로 전해진 힘 때문에 와르르 다 쏟아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거나 먹고 살기 바빠 속아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한테는 먹힐 수 있는 증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선박과 항공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비행기가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이착륙 당시 짧은 순간 외 비행 중에 양력을 상실 시키는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추락하고 만다. 헬리콥터 같은 경우는 프로펠러가 멈추는 즉시 쇳덩어리 처럼 추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천안함과 같은 선박이나 군함에 브레이크가 있는가...없다.
그대신 선박의 엔진 중에는 순간적으로 엔진을 거꾸로 돌리거나, 프로펠러 피치를 바꾸는 방법으로 후진을 해 전진 상태를 줄이거나 후진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따개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상황을 만들려면,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프로펠러가 급정지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야 되는 것. 따라서 노 교수와 박정수 증인의 주장사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박 내지 천안함에 그와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짬짬히 자료를 챙겨본 건 천안함의 엔진과 프로펠러 메카니즘이었다. 그중 주목해야 할 게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위 그림 참조)였다.
그렇다면 가변피치프로펠러는 다른 종류의 프로펠러와 어떻게 다른지 선박의 프로펠러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박의 추진장치에는 고정피치 프로펠러와 가변피치 프로펠러,상호반전 프로펠러,물제트추진장치,보이드슈나이더 프로펠러,덕트 프로펠러,전류고정날개 추진장치,선화식 전기추진기,초전도 전자추진기,원자력추진장치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박의 추진장치는 고정피치 프로펠러다. 우리가 잘 아는 선풍기의 날개처럼 생긴 게 고정피치 프로펠러인 것.(위 그림 참조) 비행기의 경우, 앞쪽의 공기를 뒤로 밀어주어 추진력을 얻고, 배나 잠수함 등의 프로펠러도 앞쪽의 물을 뒤로 밀어 주어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에 장착된 가변피치 프로펠러는 어떻게 작동될까. 먼저 가변피치 프로펠러의 작동 모습을 영상으로 살펴보자.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 박정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제20차 천안함 사건은 매우 중요한 공판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천안함 사건의 쟁점을 어느 한 쪽으로 갈라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안함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좌초설이며 또 하나는 폭침설이다. 좌초설에는 잠수함과 같은 괴물체가 천안함을 충돌 또는 추돌시켜 천안함이 침몰에 이르렀다는 주장사실(가설)이 존재했다.
그런 한편, 폭침설은 좌초 내지 좌초설 등을 전면 부정하고 <북한제 1번어뢰>에 의한 '폭침이 침몰의 주된 원인'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종결 시킨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오히려 천안함의 진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00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가뜩에나 분열된 국론이 '종북 좌빨'과 같은 이상한 이념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천안함의 진실 등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것 만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으로 매도해 왔던 것. 우리 민족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는 이러한 배경에는 '거짓과 진실'로 포장된 좌초설과 폭침설이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인가 천안함의 진실을 가려내 나라와 민족을 이간질 하는 세력이 '진실을 거짓으로 매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거해 줄 필요가 있었다.
지난 13일 속개된 천안함 사건 20차 공판에서 드러난 증언이 이 사건의 분수령일 수도 있었는 데 하늘의 도우심이 있었던 지, 한 증인의 실언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端緖)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는 허투루 흘린 증언 속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정부와 합조단의 주장사실을 비판할 수 있게 됐다. 먼저 박정수가 한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증언 중에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노인식 교수,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 휘어진 이유
관련 포스트를 통해 충남대학교 선박해양공학과 노인식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기록해 두었다. 이 포스트가 작성된 배경이자 천안함의 침몰이 좌초로부터 시작된것을 반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사건 당시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 데 그가 행한 시물레이션에 상당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그는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감속기에 작용한 충격에 의해 추진축은 함미 방향으로 밀려나고,이로 인해 추진기 날개에 관성력과 함께 변형이 유발된다"고 발표한 적 있다. 동영상으로 그 이론을 설명하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눌러보였다.(위 그림 참조)
노 교수가 좌초에 의한 (프로펠러)변형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한 자료(PPT)를 살펴보면 (좌초설에 대한)가설의 문제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노 교수는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가 휘어진 이유에 대해 '좌초로 인한 변형 가능성은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가 검토한 좌초설의 문제점은 '(천안함)이 (좌초에 의해)충돌로 인하여 이 정도의 큰 변형을 유발 할 수 있는 국부적 손상이 없다'라며,아울러 '(프로펠러)날개 표면에 회전방향의 마찰흔적이 없다'고 했다. 또 역회전 가능성에 대해 '역회전 시 충돌한 듯한 변형 형상'이라고 말하며 천안함의 추진기는 가변피치프로펠러(CCP,Controllable Pitch Propeller)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가변피치프로펠러여서 역회전이 불가능하다는 알 수 없는 주장. 금번 공판에서 가변피치프로펠러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지않은 분들은 이 자료를 통해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을 비판했는 데 그 중에는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중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이 틀린 점을 지적하며, 회전 방향이 달라지므로 프로펠러의 날개(블레드)가 휜 방향도 달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블레드의 흠집 등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그 부분을 집중 부각시키며 프로펠러 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며 노 교수와 합조단을 비판했다. 따라서 노 교수는 <한겨례>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촉박해 스크루의 표면이나 날 끝의 흠집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프로펠러가 왜 그렇게 휘었는지는 솔직히 미스터리다. 엔진이 멈추고 기어박스가 손상을 입는 과정에서 단순히 멈추는 힘만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힘과 다시 원상복귀하려는 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천안함의 휨 상태를 정확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시의 분위기는 정부가 나서서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밀어부치고 있는 정황이었으므로 언론에서 조차 국방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는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정작 되짚어 살펴봐야 했을 프로펠러 휨 현상 등에 대해서는 일반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대략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좌초설을 입증해 줄 단서 하나가 천안함 사건 제20차 공판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부착물) 있잖아요. 그거 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
어쩌면 이날 출석한 박정수 증인의 자신감 넘치는 증언이 아니었드라면, 좌초설은 노 교수의 (계산된)언급처럼 점점 더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박정수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증언에 임했는 데, 합조단의 선체분과를 담당하고 해군 경력이 35년에 이르는 그의 상식이 필자를 자국하고 있었다. 그의 증언이나 노 교수의 자료 등을 참조해 볼 때 선박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않는다면, 따개비 같은 미물과 프로펠러의 관계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그러나 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버한 발언은 거짓말쟁이의 공통점이 숨겨져 있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딴짓을 하거나 반대의 대답으로 위기를 묘면하려는 습성. 그의 말을 반대로 재구성해 보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었다. 방청석에서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재빨리 기록해 두고 '바로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짬날 때마다 자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식 교수와 박정수 예비역 준장의 자료와 발언 속에 가려져 있던 진실의 흔적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증인으로부터 얻게된 단서는 무엇일까.
선박과 비행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증인 박정수는 상식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거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따개비)순식간에 정지하면 다 떨어져요'라며, (천안함의 엔진이) 순식간에 정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얼핏 들으면 그런 거 같을 수도 있다. 관성에 밀려 프로펠러에 달라붙어 있던(?) 따개비들이 한쪽 방향으로 전해진 힘 때문에 와르르 다 쏟아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거나 먹고 살기 바빠 속아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한테는 먹힐 수 있는 증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선박과 항공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비행기가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이착륙 당시 짧은 순간 외 비행 중에 양력을 상실 시키는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추락하고 만다. 헬리콥터 같은 경우는 프로펠러가 멈추는 즉시 쇳덩어리 처럼 추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천안함과 같은 선박이나 군함에 브레이크가 있는가...없다.
그대신 선박의 엔진 중에는 순간적으로 엔진을 거꾸로 돌리거나, 프로펠러 피치를 바꾸는 방법으로 후진을 해 전진 상태를 줄이거나 후진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따개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상황을 만들려면,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프로펠러가 급정지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야 되는 것. 따라서 노 교수와 박정수 증인의 주장사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박 내지 천안함에 그와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짬짬히 자료를 챙겨본 건 천안함의 엔진과 프로펠러 메카니즘이었다. 그중 주목해야 할 게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위 그림 참조)였다.
그렇다면 가변피치프로펠러는 다른 종류의 프로펠러와 어떻게 다른지 선박의 프로펠러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박의 추진장치에는 고정피치 프로펠러와 가변피치 프로펠러,상호반전 프로펠러,물제트추진장치,보이드슈나이더 프로펠러,덕트 프로펠러,전류고정날개 추진장치,선화식 전기추진기,초전도 전자추진기,원자력추진장치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박의 추진장치는 고정피치 프로펠러다. 우리가 잘 아는 선풍기의 날개처럼 생긴 게 고정피치 프로펠러인 것.(위 그림 참조) 비행기의 경우, 앞쪽의 공기를 뒤로 밀어주어 추진력을 얻고, 배나 잠수함 등의 프로펠러도 앞쪽의 물을 뒤로 밀어 주어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에 장착된 가변피치 프로펠러는 어떻게 작동될까. 먼저 가변피치 프로펠러의 작동 모습을 영상으로 살펴보자.
영상을 열어보면 재밌는 모습이 도출될 것이다. 선박 전문가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보통사람들이 이런 메카니즘의 프로펠러의 존재에 대해 알기 쉽지않을 것. 그 모양을 천안함의 함미에 장착된 가변피치프로펠러와 작동원리가 그려진 그림을 대입해 보니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역회전도 된다
필자가 자료를 통해 도출해 둔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보면, 천안함의 추진력이 어떻게 생성되는 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 위 그림을 살펴보면 천안함의 프로펠러에 동그란 모습이 보일 것. 그게 그림에는 '프로펠러 보스'라고 표시돼 있다. 가변피치프로펠러는 프로펠러 보스를 좌우로 돌려 피치를 조정해 전진,중립,후진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추진장치의 장점은 엔진 등의 추진관련 기계장치를 가속과 감속을 하지 않고도 추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박의 조종성능(Manoeuvrability)과 위치제어 성능을 우수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대신 축계의 구조가 복잡하며 초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초계함의 임무처럼 나라를 지키고 대잠수함 작전에 투입되는 군함이 그런 비용을 마다할 수는 없는 것. 문제는 이 추진장치가 천안함의 좌초설을 뒷받침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꽤 길게 끼적거려 온 것.
글을 맺어야 할 차례다. 앞서 합조단이 부탁해 준 것으로 알려진 노인식 교수의 천안함 프로펠러의 시물레이션을 살펴봤다. 또 박정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천안함의 프로펠러가 어떤 지 상상할 수 있는 증언을 들어보기도 했다. 두 증언을 종합해 하나의 개요도로 재구성해 보니 위 그림과 같은 "합조단 주장 '천안함 피격위치(좌현)개요도"가 도출됐다.
세 그림을 동시에 살펴보면 천안함의 진행 방향은 서북쪽으로 작전중에 있었고, 천안함의 프로펠러 두 개 중 좌현 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현 쪽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 알 수가 있다. 이때 합조단에 의한 북한제 1번 어뢰가 천안함 좌현 후미 선저 쪽을 피격(?)하게 된다. 만약 어뢰가 좌현 쪽에서 폭발했다면 맨 먼저 영향을 받는 프로펠러 샤프트는 어느쪽일까. 좌현 혹은 우현?...
좌초설 부정하는 노 교수 주장의 허점
노인식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를 충족 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천안함을 피격(?)했다는 어뢰가 좌현에서 폭발하지 말고 우현에서 폭발해 줘야 했다.(좌현 폭발)
둘째.천안함의 좌측을 피격한 어뢰라면, 좌현의 프로펠러도 우현처럼 휘어져야 옳거나 더 휘어져야 한다.(우현 프로펠러만 휨 현상 발생)
셋째.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가 '후진은 안 된다'고 했다. 후진 안 되는 가변피치프로펠러를 따로 설명해야 했다.(포스트 자료 사진 참조)
넷째.천안함의 좌현 프로펠러와 다른 우현 프로펠러 블레드의 연마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우현만 급정지 해 따개비가 다 날아갔나?)
다섯째.천안함의 우현 익각(翼角)은 45도(Max)로 최고속 '전진(Full ahead)모드'이다.
그러나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는 노 교수의 설명처럼, 프로펠러 블레드가 안쪽(전진방향)으로 휜 게 아니라 회전방향(시계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노 교수의 '추진기 변형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가변피치프로펠러의 익각이 '제로'든지 제로에 가까워야 했다. 또 천안함은 사고 당시 6.4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로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고 했다. 프로펠러의 초당 회전수(RPM 120기준)는 2회가 채 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천안함이 좌초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가변피치블레드의 익각은 사고 이후 '저속 모드'로 남아있어야 했다. 모든 사고는 '지문'을 남긴다고 한다. 그게 반드시 인간이 남긴 지문이 아니라 사고의 흔적을 통해 원인을 유추하거나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천안함의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상기 기켜준 일등 공신은 박정수 증인이 언급한 '급정지 따개비' 키워드 때문이었다. 합조단 선체분과장의 생각과 노 교수의 일치된 생각이 매우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북한제 1번 어뢰가 등장하려면 반드시 '천안함을 급정지(?) 시키는 (황당한)논리'가 필요했을 것.
천안함은 고정피치 프로펠러와 달리 가변피치프로펠러였고, 가변피치프로펠러가 노 교수의 시물레이션 주장처럼 되려면 '중립 모드'에 가 있어야 그나마 가능(?)했을 것. 그럴 리도 없지만 가변피치프로펠러를 장착한 천안함이 급정지를 할 수 있다면, 후진 모드를 가동했을 때 뿐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해도 프로펠러에 붙어있던 따개비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개비가 떨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의 수'가 있다. 규사토와 갯벌이 혼합된 백령도 연안에 좌초되었을 경우, 탈출을 위해 용을 쓰면 프로펠러는 광택약을 발라 연마한 것처럼 깨끗해지며, 엿가락처럼 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노 교수의 PPT 자료에 남있었던 '가변피치 역회전 불가능' 결론의 역설적 의미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의혹' 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든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천안함 사건 방청기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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