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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그 섬의 풀꽃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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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의 풀꽃에 반하다
-그땐 왜 그랬는지 나도 몰라-



왜 그랬을까...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른다. 뿌에르또 몬뜨 항구를 신비롭게 만들어준 땡글로 섬 정상에 오르자 마자 맨 먼저 눈에 띈 건 커다란 십자가 조형물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 조형물은 시야에서 흐려지고 하늘을 향해 하늘 거리고 있는 풀꽃들에 한 눈이 팔렸다. 땡글로 섬 꼭대기는 생각과 달리 능선으로 길게 뻗은 게 아니라, 편평한 초지로 만들어져 말 몇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앙꾸드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절정의 봄에 내리쬐는 땡볕이 여름을 방불케 했는데 바람이 없었다면 영락없는 여름날씨 같았을 것. 땡글로 섬(꼭대기의) 꽤 넓은 초지 속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이름모를 풀꽃. 사람들이 뿌에르또 몬뜨를 굽어볼 수 있는 이곳에 큼지막한 십자가를 세워두고 평화와 안식과 내세를 기원하고 있었다면, 들풀들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들도 작렬하는 볕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향해 무언의 표정으로 찬미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것일까. 땡글로 섬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이름도 모를 풀꽃 앞에 엎드려 그들의 모습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풀밭을 뒹굴었다. 아이들이 봤으면 '어른들이 무슨 짓인가' 싶을 정도였을 것.

그러거나 말거나 땡볕과 바람을 통째로 흡수한 듯한 풀밭에 엎드려 풀꽃들과 눈맞추는 시간이 길어졌다. 땡글로 섬은 바람조차 쉬어가는 곳인지 풀밭에서 바람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흙냄새와 풀냄새가 땡볕과 바람에 실려 후각을 살랑거리며 간지럽히고 있었다. 정말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른다. 관련포스트 등 뒤에서 이글거리는 초고감도의 봄
 

그 섬의 풀꽃에 반하다
 




땡글로 섬 꼭대기에 다다라 내려다 본 뿌에르또 몬뜨 항구는 아름다웠다. 마치 동화속의 나라같은. 그리고 길을 반듯하게 닦으며 생긴 경사면이 특이했다. 붉은 파스텔톤의 작은 자갈들이 촘촘하게 박힌 흙. 그 곁으로 무수한 태고적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고 있었다.




우리 인간들의 관심과 너무 동떨어진 과거의 시간이 만든 경계와 흔적들...그게 불과 백 만년 전이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랴. 하물며 수 억년 전 또는 수 십억년 전이라고 하면 도무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만, 우리는 켜켜이 쌓인 시간들을 딛고 오늘에 서 있는 것이겠지. 누군가 그곳에 낙서를 한 흔적. 우리는 박재된 시간표 곁을 향해 땡글로 섬 꼭대기로 가 보는 것이다. 가시돋힌 아르힐라가 숲이 노란꽃망울을 드러내 놓고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땡글로 섬 꼭대기에서 맨 처음 마주친 들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녀석들은 빠따고니아의 수 많은 화초들 중에 사람으로부터 처음 사랑을 받아본 들풀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유혹하는 화려한 빛깔과 달콤한 향기가 없었음은 물론, 뭇동물들로부터 먹잇감으로도 호감 받지못한 풀꽃이었으므로...그런데 그 땐 왜 반하게 됐는지. 정말 그땐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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