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아침 산행길에서 하산을 하던 중 두 분의 연로하신 노부부를 만나게 됐다. 그 분들은 산중턱 저만치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하산길에 있었지만 두 분은 등산길에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도란도란 나누며 나란히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참 아름다우셨다. 백발의 두 노인이 오래토록 해로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결코 호락호락 하지않은 세상에서 만나기 쉽지않은 행복한 커플이었다. 그래서 두 분이 우리 곁을 지나쳐 저만치 사라지는 모습을 줌인하여 한 컷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분의 카메라에 담는 찰라 깜짝 놀랄 장면이 뷰파인더에 포착된 것이다. 두 분의 뒷모습이 너무도 흡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륙색의 모양은 성별 등 취향 때문에 다를지라도 륙색을 어께에 맨 모습이 완전히 닮은 꼴이었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닮아간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의 삶을 통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음식을 공유하는 등, 서로의 생각을 가족 중심 내지 부부 중심으로 맞추어 가는 동안 부부는 어느새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작가 생떽쥐베리(Antoine(-Marie-Roger) de Saint-Exupéry)는 그의 저서 <어린왕자>를 통해서 이런 부부의 모습을 '서로 길들여진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일이 습관이 되면 어느새 부부는 쌍둥이 처럼 닮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생떽쥐베리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자기 생각과 너무 닮은 나머지 놀라자빠질 게 틀림없어 보인다. 생떽쥐베리의 아름다운 소설에 수록된 한 장면은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