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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은행나무로 만드는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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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 만드는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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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금자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금자리 주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짓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짓는 중소형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면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보금자리를 빼앗아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는 정책 때문이었다. 보금자리란, 사전적 의미로 '새가 알을 낳거나 깃들이는 곳'이라고 말하고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새가 알을 낳을 때 쯤 그들의 삶을 영위하는 장소가 보금자리였던 것이며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무리하게 보금자리를 앗아가며 정책을 밀어부치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이다. 보금자리는 반드시 토지가 비싸거나 호화로운 자재 등으로 건축해야 보금자리가 아니라 말그대로 지내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면 모두 보금자리며 새의 둥지나 허름한 구식 가옥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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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보금자리가 아니라 '돈되는자리'를 노리고 있어서 언제나 말들이 많고 탈도 많았다. 정치인과 건설사가 그랬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랬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예수라는 성자는 '보금자리론(?)'을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 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 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라고 말했다. 바이블을 읽지 않았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며 대통령도 알고 있고 국무총리도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이다. 왜 그런가? 욕심 때문이다.


까치!...보금자리 이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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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나 부터도 그렇고 사람들이면 한번쯤은 보금자리주택 보다 '돈되는주택'을 소유하고 싶을 것이다. 괜히 내가 성자처럼 폼 잡는 게 아니라 까치 한마리가 은행나무 가지로 보금자리를 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참 욕심도 없고 소탈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가지게 됐다. 어제 오후 내 카메라에 그 모습이 포착되었다. 녀석은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와 가까운 인도 곁에서 똥꼬를 내 보이며 보금자리 자재를 갹출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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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 넘의 나뭇가지는 왜 이렇게 질겨?...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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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길 가다 말고 내 똥꼬를 올려다 보고 있는데...왜 이렇게 질겨?...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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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 가로수 위에서 부리로 열심히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먹이를 가져다 놓고 먹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녀석은 운행나무 가지를 꺽고 있었다.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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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은행나무 가지를 꺽는 장면을 보지않았더라면, 나는 녀석들의 보금자리인 둥지를 형편없는 나뭇가지를 줏어 하나 둘씩 차곡차곡 쌓아 집을 짓는 것일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나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그렇지 않은가? 조류들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은 까치가 집을 신축할 때는 은행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는 장면 처럼 새로운 자재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새들은 전세나 월세 따위나 매매 행위를 하지 않지요. 가끔 어떤 조류들은 남의 둥지(뻐꾸기 둥지)에 알을 낳아(원래 알은 버리고...ㅜ) 기르는 고약한 습성도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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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금자리란 말은 이렇듯 신축 보금자리를 만들(지을) 때  모든 재료(재료라 해봤자 나뭇가지가 대부분이다)를 물이 올라 금방 마르지 않거나 습기를 머금은 나뭇가지를 선택하여 알이 부화하고 새까가 자랄 때 까지 견고하고 기능성이 좋은 재료를 선택하지 않나 싶었다. 이 재료로 둥지를 만들면 신축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료를 구할 때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했다. 녀석이 부리로 몇번 휘었다 폇다를 반복하자 나뭇가지는 똑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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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제야 부러졌네...그런데 들켜버린 똥꼬는 어쩌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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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부러뜨린 나뭇가지를 몇번 부리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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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뭇가지 가운데를 물고 중심을 맞추는듯 했다.

아저씨!...신경 쓰이게 하지말고 저 만치 가시면 안되요?...볼 거 다 봤잖아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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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녀석은 힘들게 얻은 고급 보급자리 주택 자재를 잘 옮기고 싶은 것 같았다.
녀석을 감시하는 한 인간 때문에 섣불리 하늘로 비상했다간
들쭉 날쭉한 나뭇가지에 걸려 애써 부러뜨린 나뭇가지를 놓칠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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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얼기설기 얽혀있는 은행나무 가지를 한번 노려 보더니 비행 방향을 결정했다.
인도 바로 곁에 있는 전봇대였다.
순식간에 녀석은 전봇대 위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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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아저씨 똥꼬 그만 쳐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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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아 내가 니 똥꼬 쳐다보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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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접근이 쉽지않은 전봇대는 까치들이 보금자리를 즐겨짓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3년전 대불공단 전봇대 사건 처럼 까치들이 보금자리를 짓기에는 힘들게 됐다.
자칫 전봇대가 뽑히거나 가로수가 자라 전신주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등 소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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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그걸 모를리 없다.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아파트를 오가는 동안 열린 창 틈으로
 '내가 꿈꾸는 그곳'을 훔쳐 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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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전봇대 꼭대기에서 나뭇가지를 다시 챙기고 잠시 숨을 고른 후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녀석이 입에 문 은행나무 가지 하나는 엉성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귀중한 자재였고
곧 출산할 알과 새끼들을 위해 어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녀석이 취한 나뭇가지는 여럿 더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의 나뭇가지가 도시의 숲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자연에는 아무런 해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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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을 만들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간들이
까치로 부터 보금자리의 '가치'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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