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개발 '영농기계'
현실성 없어 농민 울상!
서울 양재동 AT센터(제1전시장- A홀 )에서 이틀간(2008.9.19~ 20) 농촌진흥청이 주최하고 주관한 '농업경영비절감 기술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농사를 짓지 않으니 이러한 정보를 알 수 없었는데 어제 농사를 짓는 지인으로 부터 연락을 받고 차나 한잔하자며 따라나선 그곳에는 전국 각지 농촌에서 상경한 농부들이 관광버스에 나눠타고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제가 도착한 오후3시경 쯤에는 전시장 곳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습니다.
제가 이러한 행사장에 가 본 것은 농촌공사가 진행한 비슷한 행사에 가 본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지인과 일행들은 전시장 바깥에서 삼삼오오 둘러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나 일행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행사에서 '얻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잠시 행사장을 둘러 보았는데 그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아서 잠시 취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이 포도는 생산지에서 포도의 당도 등 품질을 균일하게 맞추기 위해서
농진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포도 비파괴선별기'라는 제품입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뜸하여 이 기계는 작동을 멈추고 서 있었습니다.
궁금하여 관계자에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이 기계의 공정은 포도농장에서 따 온 포도를 그림과 같은 그릇에 옮겨 놓고 광센서가 부착된 터널을 통과하면
터널속에서 '당도'가 첵크되고 난 후 다음공정에서 무게가 측정되어 배출부를 통해서 일정규격으로 포장되는 방식입니다.
농진청이 기계를 개발한 목적은
포도한송이의 대표성있는 당도를 판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들쭉날쭉한 품질을 균일하게 하여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장치라고나 할까요?
포도를 담은 접시가 선별기를 연속으로 회전하는 동안 저는 이 기계를 개발한 비용과 수요처가 궁금했습니다.
농진청에서야 당연히 농부들을 위하여 만든 기계임에 틀림없었으나
이 기계를 구매할 농장의 규모가 궁금했고 몇대나 팔릴것인가 궁금했습니다.
그는 선별기 한대 가격이 1억5천만원이며 10대를 팔면 개발비용이 상쇄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개발비용에만 15억원의 돈을 쏟아부은 제품(선별기)입니다.
아울러 선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우리 농가가 10군데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선별기는 개발목적에 걸맞지 않은 소수의 농가를 위한 기계였던 것입니다.
설령 이 선별기가 특정 농가에 보급된다 해도 그 비용은 고스란히 '농가부채'로 남는 것입니다.
농가부채는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고 우리농촌이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농업을 통한 실 소득은 적은데 비하여 농촌에서 도시와 같은 생활수준으로 소비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농촌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책들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무슨 과소비냐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만, 실상은 이렇습니다.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 'ㅈ'씨에 의하면 "동네단위로 '트랙터' 한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데도
농기계가 부富를 상징하는 자가용처럼 너도 나도 구입하여 년간 몇차례 사용후 방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힘들여 농사지은 농산물이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되고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자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할 농지를 저당하여 대출받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런 수준은 농토를 어느정도 가진 '부농'이라야 가능한 일이고
소작농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 합니다.(소작농 많습니다)
제가 전시장에서 만난 '포도 비파괴선별기'도 그중 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진청이 농부들을 위하여 힘들여 개발한 기계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개발비용 대비 목적과 효과가 너무도 부실해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농촌의 구조적인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한데 기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계적인 영농방법으로 사람들이 실수할 수 있는 오차를 줄이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농촌을 외면하는 '노동인구' 때문에 생산비를 줄이기 위한 자동화도 시급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농촌의 규모로 봐서 기계에 의존하는 '영농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업국가의 농촌에 비해서 평당 생산량이 부족하여 그들과 상대도 되지 않을 텐데
기계 몇대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쏟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때 입니다.
지인들의 농장에 '특용작물'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것이므로
한참 바쁜 농번기에 그들을 불러 모아서 행사장 '들러리'로 전락 시킨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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