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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스님

짜장스님,설날에 만나는 세상 최고의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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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설날에 만나는 세상 최고의 공양-




"짜장스님의 공양을 받아들면 성스러운 밥이 된다...!"


오늘은 새해 첫날,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좋은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이루어진다. 집안의 조상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의미로 지내는 '차례(茶禮)'에는 떡국과 탕, 과일, 술, 포, 식혜 등을 차린다. 차례를 지내는 조상의 범위는 돌아가신 아버지 내외와 할아버지 내외, 증조할아버지 내외, 고조할아버지 내외의 4대조까지이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데 이것을 '음복(飮福)'이라 한다. 조상신이 드셨던 음식을 받아 먹음으로써 그 덕을 물려받는다는 의미가 음복에 깃들어 있다. 차례가 돌아가신 분들에게 올리는 예의라면 '세배'는 살아있는 어른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표하는 예의이다. 설날에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는 이유이다. 그러면 어른들은 건강을 빌어주거나 소원 성취하라는 등 좋은 말을 해주는데 이것을 '덕담(德談)'이라 한다. 




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3편
-설날에 만나는 세상 최고의 공양-


이때 뻬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주는 '세뱃돈'이다. 우리 민족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자 오래된 풍습이다. 그런데 온가족이 한데 모여 즐거움을 누릴 때, 오히려 명절 때문에 슬퍼지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들이다. 그분들은 명절이 원망스럽다. 그 중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도 포함돼 있다.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좋은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이루어진다지만, 이분들에겐 예외이다. 조상님들을 뵐 면목도 없고 묵은해를 보낼 수도 없는 사람들. 설날 아침에 열어본 데이터 베이스 속에서 그분들을 찾아가 공양을 베푼 스님 한 분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여한 19박 20일의 도보행진 마지막 날 모습을 뒤돌아 보기로 한다.


진도에서 만난 짜장스님



2015년 2월 13일 오후 5시 30분경, 진도 팽목항에서 허겁지겁 이동해 온 곳은 진도 군청 앞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세월호 도보행진단의 진도 입성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 차에서 내려 거의 뛰다시피 도착한 진도군청 앞에서 도보행진단의 꼬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도보행진단의 저녁 공양을 준비하고 있던 짜장스님을 만나게 됐다. 




스님과 필자는 구면으로 남원의 춘향제를 취재하는동안 낯이 많이 익었던 분. 반가웠다. 스님은 남원의 천년고찰 선원사(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 말사) 주지로 법명은 '운천'이다. 운천 스님은 법명과 달리(?) '짜장 스님'으로 불리우고 있고, 당신은 여러분들께 '밥을 퍼주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알고 있었다. 이웃들에게 밥(짜장면)을 퍼 주는 게 그렇게 행복하시단다.



스님의 꿈은 혜초(727년,통일 신라 시대 승려)의 대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의 길을 따라 중국으로 진출하고, 그곳에서 다시 인도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꿈꾸고 있었다. 스님은 그동안 짜장면 봉사를 얼마를 했는 지 홈피(http://www.seonwonsa.kr/)를 열어보면 온통 짜장면 투성이(?)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단을 위해 밥을 준비한 것. 이유가 있었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어 기진맥진한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짜장면 대신 따끈한 국물과 밥을 대접하기로 했던 것. 그 현장은 이랬다.


설날에 만나는 세상 최고의 공양



2015년 2월 13일 오후 5시 40분경, 도보행진단이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할 시간 공양 준비는 끝났다. 김치는 선원사에서 농사를 지어 담은 것으로 기막히게 숙성되어 있었다. 콩나물과 시금치 무침과 버섯과 백김치도 선원사에서 준비해 온 것.



공양을 하기 전 도보행진단의 1일 해단식을 둘러보니 세월호 유가족들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난다. 




18박 19일 동안 먼 길을 걸어오면서 지칠만도 했지만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진도 군청 앞에 도착해 19박을 앞두고 있는 것. 표정들을 살피자니 다시 먹먹해진다. 설날을 일주일 앞 둔 날이었다.




몇몇 유가족 분들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당신들을 18박동안 지켜준 힘은 무엇일까.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기 위해 안산 분향소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줄잡아 450km...!




이날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등 시민들의 가슴과 등에 부착한 이름과 요구사항 중에 눈에 띈 게,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이름들이었다.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양승진,고창석,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단원고 2학년 9반 故임세희 양(17)의 아버지 목걸이 속의 세희 양이 울컥하게 만든다.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은 "여보,아내는 팽목항을 못 떠나고 있어요. 보고싶고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단원고 2학년 6반 故남현철 군의 부모님은 "현철아, 엄마 아빠는 숨 쉬는 것도 미안해"하고 적었다. 이런 분들이 설날을 맞이하면 기쁘겠는가. 이런 분들이 지난해를 잊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웃들이 우리 곁에서 여전히 슬피 울고 있는데 설날이 기쁘겠는가...!



짜장스님의 아름다운 공양이 시작됐다




도보행진을 끝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이 받아든 공양은 착하다 못해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이날 짜장스님이 준비한 공양은 배추시래기를 곁들인 된장국이었다. 방금 쪄낸 따뜻한 쌀밥에 된장국을 말아먹는 것. 그동안 미식에 찌든(?) 사람들에게 이런 공양은 쳐다볼 일도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은 도보행진단 앞에 놓인 공양은 그 어떤 요리 보다 맛 있고 고마울 것. 음식의 재료나 요리의 래시피를 따지던 사람도 '정성'이 무엇인 지 깨닫게 되면 밥이나 음식 앞에서 얼마나 겸손해지겠는가.




도보행진단은 밥 한 그릇을 받아들 때마다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유가족과 시민 참여자들이 밥 한 그릇을 받아들고 간 곳은 정자가 아니면 맨 땅바닥 그리고 서서 먹었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않았지만 진도 군청 앞 광장은 차가웠고 대리석 바닥은 얼음장 같은 곳.




세월호 진실 인양을 위해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은 도보행진단 앞에 밥 한 그릇...!




사람들은 밥 한 릇을 앞에 두고 누구를 떠올렸을까...!




한 유가족 분은 필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목구멍에 밥이 넘어갑니까. 사고 당시에는 매일 소주 5병을 마셨습니다. 그래도 정신이 말똥말똥 했지요. 안주 삼아 먹은 음식 한 쪼가리가 그날 먹은 음식의 전부였습니다. 일을 하다가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잦아지자 결국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는 얼굴이 반쪽이 됐고 얼굴과 입술이 바람에 트고 까칠해져 있었다.



밥을 앞에 두고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그분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찾기 위해 안산에서 팽복항까지 도보행진을 나선 것. 이분들의 요구사항은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꼭 밝혀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현장에서 짜장스님의 공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날 도보행진단의 저녁 공양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있었다. 설걷이로부터 시작해 공양을 돕는 일 등, 필자는 그분들의 손길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양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양(供養)의 참뜻은 '부처 앞에 음식물이나 재물 등을 바치는 행위'이다. 짜장 스님이 사명으로 여긴 '밥 퍼주는 일'이 결국 이웃을 부처로 모시는 성스러운 행위가 아니었던가. 




일상에서 늘 대하던 '밥'이 갑자기 성스럽게 다가오며 밥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눈빛이 선해져 온다. 그러나 설날이 돼도 밥을 나눌 수 있는 가족 한 사람의 빈자리는 설날이 얼마나 허전하고 가슴 아프겠는가. 맛있는 음식도 차려주고 싶고 세뱃돈도 듬뿍 주고 싶지만, 그 아이들은 하늘로 수학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집을 놔 두고 길을 나선 지 18일째 되는 날. 하룻밤만 더 자고나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이날 유가족 분들의 숙소는 진도초등학교의 체육관(철마관)으로 정해져 고단한 몸을 뉘였다. 짜장스님의 공양간은 대략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한 공양을 통해, 밥 한 그릇에 담긴 매우 평범한 듯 심오함을 깨닫게 된 날이다. 




오늘은 우리 민족 최대의 설날이다. 설날을 통해 모처럼 가족간의 유대를 통한 행복을 느낄테지만, 우리 이웃에 해가 바뀌도록 '눈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분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와 공양을 해주신 짜장스님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다음 날(14일)은 오전 5시부터 도보행진의 마지막 날 전부를 바쁘게 날아다니면서(?) 취재한 기적같은 날이었다. 설연휴에도 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기는 계속된다. 참,영상속에 귀한 장면들이 담겨져 있음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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