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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스님

세월호 도보행진,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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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




"2014.4.16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거야

정말 미안해..."

-엄마의 노란손수건


진도 팽목항의 빨간 등주가 서 있는 방파제 입구에 발을 디디면 '엄마의 노란손수건'이 내걸어둔 현수막 때문에 울컥해진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이자 부모의 심정이다. 그곳에서 방파제 끄트머리까지 걸어가면 <하늘나라 우체통>이 작은 배 모형에 실려있다. 배 이름은 0416호...이곳에서 편지를 부치면 아이들이 읽어볼 수 있을까.





지난 13일,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지 대략 5시간만에 도착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팽목항 분향소 주변을 돌아보고 천천히 방파제로 걸음을 옮겼다. 바닷바람이 샛노란 리본을 마구 뒤흔드는 바닷가. 그곳에서 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를 읽게 됐다. 참 묘한 경험이었다.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들이 풍경(風磬)를 흔들어대며 나직히 속삭이는 것이다. 이쁘기도 하고 구슬프며 쓸쓸한 느낌을 주는 풍경 소리는 "엄마, 나 여기 잘있어요."라며 속삭이는 듯 했다. 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를 영상에 담고 진도 팽목항 주변을 돌아봤다.


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2편
-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



2015년 2월 13일 오후 1시 40분

버스가 진도대교 위를 통과하는 순간 다리 난간에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는 장면이 포착됐다. 




안산에서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19박 20일간의 도보행진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진도에서 하루만 더 묵으면 450km를 걸어왔던 대장정이 막을 내리게 되는 것.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눈만 뜨면 걷고 또 걷기를 무려 스무날이나 되는데 이들을 버티게 해 준 힘은 무엇일까.



진도대교를 통과하자마자 동승했던 유가족 두 분이 급히 내려 도보행진단에 합류했다.




진도대교로부터 팽목항까지 남은 거리는 42km...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걷고 또 걸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세월호 유가족과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참여한 도보행진단은 이 길을 따라 팽목항까지 걷게 될 것.




오후 2시 18분경, 마침내 진도 팽목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난해 4월 16일부터 해가 바뀐 오늘날까지, 여전히 세월호 참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주기를 코 앞에 두고 있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해준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는 곳. 진도 팽목항은 도보행진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인적이 뜸했다. 그러나 내일 오후가 되면 노란물결이 넘칠 것이며 팽목항은 다시 눈물바다가 될 것.



 

지난해 4월 16일 오전 10시 17분, 세월호에서 학생의 마지막 문자가 발송된다. "기다리래"

10시 25분, 세월호는 선수만 남기고 완전히 침몰한다.

최초 신고로부터 90분 동안, 해경은 배 안의 사람을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MBC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11시 1분에 보낸 [속보]에서 MBC는 이렇게 말했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또 정부는 어떻고...오후 5시 박근혜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구조가 힘듭니까"




416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누가 이 부실한 배의 운항을 허용했는지

왜 배가 침몰했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왜 구조를 안 했는지

왜 대통령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는지

누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두려워하는지...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유가족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는 좌현으로 서서히, 그러다가 급격히 기운다.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 학생들은 기울어지는 배에서 웃고 장난을 친다. 검찰은 선원들의 운항 미숙으로 '대각도 우현 변침' 한 것이 배가 쓰러진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왜 선원들이 하필 그때 대각도로 배를 꺽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8시 52분, 

단원고 최덕하 학생이 최초로 119에 신고한다. 

연결된 해경은 위도,경도를 물으며 시간을 허비한다.

배를 관제해야 할 진도 VTS는 이때까지도 상황 조차 몰랐다.




대한민국에 콘트롤타워는 존재하지 않았다.




팽목항 방파제 위로 바람이 넘실거렸다. 저 멀리 빨간 등주에 노란 리본이 보인다.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유일한 장소일까.




등주에 다가서자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에서 가늘고 뚜렷한 풍경소리가 요란하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이쁘기도 하고 구슬프며 쓸쓸한 느낌을 주는 풍경 소리는 "엄마, 나 여기 잘있어요."라며 속삭이는 듯 들린 것이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풍경 소리가 '바람에 실어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편지'로 들린 것. 아이들의 바람과 어미의 바람은 다르지 않은 것.


"2014.4.16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거야

정말 미안해..."




하늘로 간 수학여행은 450km로 이어지는 도보행진 대장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먼길을 지치지 않게 이끈 힘도 아이들 때문이었지...




아이들은 하늘에 있고 어미는 뭍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곳에 풍경소리만 요란했다.




어미들은 늘 말했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들...




그 아이들이 좋아했던 과자와 음료수가 재단에 차려진 걸 보니 다시 먹먹해진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진도 앞 바다가 아이들을 앗아간 그날...대한민국도 동시에 침몰했단다.




이날은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많은 날은 하늘나라의 아이들이 긴 잠에서 깬 시간일까. 바람이 잦아들면 풍경소리도 사그라든다.




"2014.4.16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거야

정말 미안해..."

-엄마의 노란손수건




진도 팽목항에 바람이 늘 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불어야 (시간이 멈춘 곳에서)단원고 학생들이 편지를 쓰지...!




그래야 저 먼 바다 하늘 위의 아이들도 더 행복해질테니까...




"2014.4.16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거야

정말 미안해..."




이제 잠시 팽목항을 떠나야 할 시간. 전화기 너머에서 도보행진단이 진도 군청쪽으로 거의 다 왔다는 전갈이 들려왔다. 그곳에서 짜장스님(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 스님)의 기적의 공양을 취재했고,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450km 도보행진 대장정의 마지막 날 모습을 목격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외롭게 버려두지 않은 착한 시민들이 함께 한 감동의 대장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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