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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다람쥐 왜 안 보이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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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뭘 하는 사람일까
-다람쥐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도시근교 다람쥐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자주 다니는 대모산에서 청솔모 한 마리를 발견하자마자 든 생각이다. 요즘 도시 근교의 산에선 그 흔한 다람쥐를 보기 힘들어졌다. 한때 등산로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던 녀석들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취를 감추고 있었던 것. 그대신 청설모는 곳곳에서 목격된다. 등산로 주변 혹은 나무 위로 재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다람쥐 대신 텃세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괜히 얄미운 녀석...^^)


이날 하산길에 만나게 된 청설모는 잣나무 군락지였다. 녀석은 자기 몸통 절반만한 잣을 들고 부지런히 까 먹고 있었다. 여름끝자락에 청설모가 독차지한 잣잔치라고나 할까. 녀석은 눈치도 빨라 작은 움직임에도 저만치 사라지거나 숨는 습성이 있어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넌지시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청설모가 독차지한 잣 잔치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청설모는 '잣까는 선수' 혹은 '기계'같다. 가까이 다가서자 잣을 물고 저만치 달아나 다시 잣에 탐닉하고 있는 모습. 그 장면들을 사진으로 엮어 보니 이런 모습들.




맨처음 녀석이 잣 근처로 다가서는 모습이다.




청설모는 갈색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 보다 음흉하게 생겼다.

녀석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면 동요의 노랫말도 달랐을 것.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 번 넘으렴 

팔닥 팔닥 팔닥 날도 참말 좋구나"


만약 사람들이 청설모를 더 좋아했다면 

노랫말은 이랬을 것.


"산골짝에 청설모 아기 청설모..."



 

동요 노랫말에 다람쥐 대신 '청설모'를 끼적거려 두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청설모는 그만큼 낮선 존재란 말일까. 한 인간의 눈치를 살피며 잣에 탐닉하던 녀석은 슬며시 다가서자 잣을 입에 문채 저만치 멀어졌다.(하여튼 동작도 빨라요.^^)




녀석은 등을 돌리고 잣을 까 먹는 것 같아도 경계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눈치를 살살 살피며 늘 적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 그래서일까. 다람쥐가 친근감을 준다면 청설모는 약아빠진 녀석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람쥐와 청설모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청설모와 다람쥐의 생태 및 습성

청설모(Squirrel)는 다람쥐와 비슷한 습성과 행동을 보이지만 다른 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청설모는 재래종 다람쥐보다 크고 청설모는 온몸이 검은 털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재래종 다람쥐는 갈색의 얼룩 무늬를 가지고 있다. 집을 짓는 습성도 달라서 청설모는 나무 위에 나무가지를 모아 집을 짓고 살지만 재래종 다람쥐는 나무에 굴을 파고 산다. 

또 청설모는 털이 많아 겨울에 월동하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비해 다람쥐는 자기굴의 식량 창고에 먹이를 모아서 월동을 한다는 것.  반면 청설모는 다람쥐와 공통점도 있다. 자기가 보관한 먹이를 어디에 감추어 두었는 지 까먹어서 못 찾는다는 것. 덕분에 도토리나 밤이 싹을 틔울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재밌는 녀석들이다. 





청설모는 다람쥐 보다 크고 야성미가 넘친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을 보면 족재비 같은 모습이다. 청설모의 주식은 잡식으로 다람쥐와 비슷하나 육식 비율이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굶어죽기 직전에야 육식을 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열대 지방의 청서(청설모,靑鼠)는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거의 육식에 가까운 종도 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다람쥐와 달리 덜 익은 견과류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잣 나무 아래서 잣에 탐닉하는 녀석이 그런 모습일까. 청설모는 풀도 먹지만 섬유소는 전혀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 속에)묻어둔 견과류가 싹을 틔우는 봄철이 청설모에게는 보릿고개인 셈이다. 청설모의 이같은 습성 등을 알아보는 건 다람쥐 때문이다. 혹시 청설모 때문에 다람쥐들이 도시 근교의 산에서 밀려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청설모의 정체성과 '사라진 다람쥐' 무슨 관계가 있나

청설모는 한때 한국의 고유종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영어 이름도 Korean squirrel과 Eurasian Red Squirrel을 혼용하고 있었던 것. 결론은 고유종은 아닌 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청서는 붓의 재료로 황모(족제비의 꼬리털) 다음 가는 고급 재료였는 데, 조선시대 때 중국으로 보내던 공물 목록 중에 '청서'가 있던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종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청설모가 다람쥐를 다 잡아먹어서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루머는 확인되지 않은 것. 청설모와 다람쥐는 고도에 따라서 서식환경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설모가 보다 저산지에 서식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로 비롯된 것이란다. 최근 도시 근교의 산행을 통해 그 오해가 풀렸다. 




다람쥐 쫓아낸 인간 다람쥐

도시 근교의 산에서 다람쥐를 볼 수 없는 건 다람쥐의 생태환경을 무너뜨린 개발이었다. 자기 생명을 지키기위해 부단히 주변을 살펴야 하는 작은 생명체 곁으로 '둘레길'이 생겨나 가슴을 졸이며 살 수 밖에 없었던 것. 도시 근교의 산은 거미줄처럼 등산로가 생겨나 생태환경이 무너진 게 큰 원인으로 판단됐다. 그리고 다람쥐의 생태환경을 망가뜨린 결정적인 이유가 발견됐다.




최근 대모산에서 다람쥐의 생존을 방해하는 이른바 '인간 다람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절기상으로 처서가 되면 도토리나 상수리가 다 익어 참나무 밑에는 도토리나 상수리가 지천에 널린 것. 이들 열매는 도시 근교의 산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람쥐에게 겨울을 나는 유용한 곡식들. 그러나 도토리를 마구잡이로 주워가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이나 등산객을 가장한 전문 채취꾼들로 인해 다람쥐의 먹이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나무 아래서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있는 한 아주머니...

등산객으로 가장한 전문 채취꾼이다.

지난 8월 11일에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

도토리묵이 웰빙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도시 근교 산속의 도토리는 씨가 마르고 있는 현장이다.

한 장면 더...!




지난 8월 22일의 일이다.

숲 속에서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선 곳은 경사가 가파른 곳이다.

아웃도어를 입은 겉모습만 봐선 등산객 차림...


그러나 그녀의 목적은 전혀 딴 데 있었다.

도토리묵을 쑤어 파는 생계형 채취꾼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요즘 도시 근교의 산에서 쉽게 발견되는 안타까운 풍경들이다.





세상에 인간들만 득실거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반칙과 조작질에 능한 인간들의 승자 독식의 세상에서 

힘 없고 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다람쥐도 가난한 이웃들과 비슷한 처지가 아니었을까...





청설모는 소심해 보이는 다람쥐 보다 대범했던 지, 

인간들 곁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어떤 때는 도가 지나쳐서 

인간들로부터 미움을 독차지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잣 산지 가평군에서는 한 때 잣을 도둑질(?)하는 청설모에게 현상금을 건 적도 있었다. 잣 수확시기에 잣을 축내는 청설모를 유해조수로 여긴 것. 따라서 한 마리당 천 원씩 상금을 걸어 포획토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호두 산지인 영동군에서도 호두를 잘 까먹는 청설모까지 도둑놈(?) 취급하며 사냥에 나섰던 것. 다람쥐는 착하게 도토리나 밤을 줏어 생계를 유지했다면 청설모는 고급식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며 인간들로부터 밉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동안 잣나무는 청설모의 독차지였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혼자 다 까먹는 장면이 얄미울 정도.

녀석을 보면서 다람쥐의 행방이 궁금했던 것이다.





언제인가 녀석의 모습 조차 안 보이게 되면 

그땐 청설모를 그리워하게 될까...

다람쥐가 왜 안 보이나 했더니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

인간이 다람쥐 먹이를 탐하고 녀석들의 흉내를 내는동안 

다람쥐가 설 자리 마저 사라진 도시의 살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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