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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대모산 기슭에 여시냥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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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 기슭에 여시냥이 산다
-힐끔힐끔 뒤돌아 보는 여시냥-



"욘석...

 여시를 

 쏙 빼 닮았네!..."


옅은 갈색빛이 감도는 부드러운 털과 쫑긋 세운 귀, 세모형 얼굴에 난 긴 수염과 꼬리는 여시(여우)를 쏙 빼 닮았다. 여시는 꾀가 많고 교활한 면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시라고 하면 기만과 위선,아첨 등을 밥 먹듯 한다고나 할까. 세간에서는 교활하고 변덕스럽거나 요염한 여성을 일컬어 '여시같은 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여시는 위선적이고 거짓말을 잘 하는 설교자로 알려졌는 데 속담에선 " 여우의 설교를 듣는 것은 어리석은 거위이다 " 라고 했다. 이말은 '음흉하고 ​흑심을 품은 사제들을 경계하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구전에는 꼬리가 아홉게 달린 늙은 여시가 사람을 홀린다는 구미호(九尾狐)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여우에 얽힌 속담은 재밌다. 우리 속담에 "여우하고 살아도 곰 하고 못 산다. 혹은 소 하고 못 산다"는 말도 있다. 여우는 미련 곰탱이 보다 더 낫다는 말일까. 






대모산 기슭에 여시냥이 산다


지난 8월 29일 오후의 일이다. 서울의 대모산 기슭에서 우연히 산냥이를 만나게 됐다. 산냥이는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텃밭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산냥이 내지 길냥이들은 낮선 사람들을 발견하면 경계를 하거나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녀석은 저만치서 나를 발견하고도 내 앞길을 따라 함께 걸으며 힐끔힐끔 돌아봤다. 구미호의 전설 속에서 여시들이 힐끔 거리는 것 같은 묘한 모습. 생김새도 여시를 닮았지만 하는 행동이 여시를 쏙 빼 닮았던 것이다.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아봤다.(영상을 열어봐야 제 맛이다. ^^)





평소 같았으면 녀석을 산냥이로 불렀을 것이다. 도시 근교의 산기슭에는 길냥이들이 산기슭에서 꽤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던 것이다. 녀석은 그 중 한 냥이였다. 그러나 녀석의 외모와 특이한 행동 때문에 '여시냥'으로 부르기로 했다. 혹시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 이름 하나를 지어놓고,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에서처럼 서로 안면을 트고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재밌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만치 앞서 걷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 고양이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여시냥으로 부르자마자 여우처럼 보이는 것. 

여시냥이 앞서 걷고 있는 것이다. 

뒷모습만 보면 왜 그렇게 외롭고 고독한 존재인지...



여시냥으로 떠올린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



녀석이 저만치 앞서 가다가 잠시 쪼구리고 앉아 

힐끔 나를 바라본다.

녀석은 나를 주시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에선 이렇게 말하곤 했지...





여우가 말했다.


"누구나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어. 

사람들은 이제 아무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가게에서 미리 다 만들어진 물건을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어.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어린 왕자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야 해. 

내가 곁눈질로 너를 봐도,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게 될 거야..."




도시 근교의 한적한 산기슭에서 만난 여시냥은 

힐끔 거리며 저만치 앞서 걷다가 

별안간 몸을 땅에 뉘고 무슨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참치?...ㅋ)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참치가 있을 리도 없고

서로 길들여져 만나는 시간이 일정하면 몰라도

녀석에게 뭘 줄 수 있단 말인가.




여시냥이 앞서 걸어가는 오솔길 곁에는 

사람들이 따 먹던 방울토마토와 오이가 있었지만

여시냥은 샐러드를 좋아하지 않지...

녀석은 자꾸만 주변을 살폈다.




산냥이를 여시냥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여시냥이 여시처럼 군 적도 없었고, 여시같은 명성(?)을 얻을 이유도 없었다. 

다만, 녀석이 인심이 박한 세상에서 여시처럼 지혜롭게 잘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도시의 서로 다른 공간에 살아가는 외롭고 고독한 존재들...

다음에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다시 떠올리게 될까.




이튿날 어린 왕자는 다시 왔다. 여우가 말했다.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거야.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지지. 네 시가 되면,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 못하게 돼. 행복의 대가가 어떤 건지 알게 되는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다듬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의례가 필요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의례가 뭐지?"   


여우가 말했다.


"다들 그것도 잊고 있지.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엔 마을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무척 신나는 날이지! 그래서 나도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 만일 사냥꾼들이 아무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도 휴일이 없을 거야."  





이렇게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가 말했다.  


"난, 울 것만 같아. 그건 네 잘못이야. 

난 너를 전혀 괴롭히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길들여 달라고 해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지."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넌 울려고 하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맞아, 정말 그래." 


...


우린 도시 한켠에서 

서로 길들여 지면서

길들여 가면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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