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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봄비 내려도 '우산' 안 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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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우산' 안 쓰는 사람들
-미션, 우산 쓴 사람을 찾아라-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을 피하지 하지않는 사람들



빠따고니아 투어 중에 만난 사람들은 주로 그랬다. 어쩌다 한 두사람 정도는 우산을 쓰고 우비를 걸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곳에서는 우산 또는 우비를 걸치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우산이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우비가 너무 비싼 것일까. 참 궁금했다.

그러나 이들 칠레노들이나 '빠따곤(빠따고니아 사람을 낮춰 일컫는 말)'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안 쓴다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다. 그 사실을 맨 처음 일러준 건 뿌에르또 몬뜨에서 사는 우리 교민 K사장으로부터 전해 듣게 됐다. 

"이 사람들 비가 와도 왜 우산을 안 쓰는 거죠?" 


"하하...저도 처음엔 왜 그런가 궁금하기도 하면서, 이곳(칠레)에서 우산 장사를 하면 대박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산티아고에서 우산을 대량 사 와서 가게에 비치해 두었습니다. 뿌에르또 몬뜨 시민들이 대략 25만 명 정도는 넘으니까. 한 집에 우산 한 개씩만 팔아도 대박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런데 웬걸 이 사람들 우산을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망한거죠. 하하... "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K사장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던 것. 깔부꼬 당일치기 투어를 다녀온 직후 우리는 남부 빠따고니아로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동안 뿌에르또 몬뜨에 머물면서 현지 사정에 적응이 많이 된 편이고, 까르레떼라 오스뜨랄 트레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처음 발을 디뎌보는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에 대한 정보는 매우 빈약 했지만 자신감이 더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칠레 대사관에서 얻어 온 팜플렛 한 장과 인터넷에서 챙긴 정보들과 구글어스에서 챙긴 자료들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런 정보들은 K사장이 이곳 사정을 잘 몰라 우산장사를 하면 대박 나겠다는 오판을 불러올 법 한 정보들이랄까. 




필자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남부 빠따고니아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그곳 사람들의 습성 등에 대해 무시로 물어봤다. 그리고 한국에서 챙겨오지 못한 자료들은 뿌에르또 몬뜨의 여행사와 여행자들로부터 입수하게 된 것들이었다. 참 유용한 정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머리 속에서 의문점을 남기고 있었던 게, 비가 와도 우산을 안 쓰는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습관이었다. 그래서 수퍼에 장을 보러가면서 문득 K사장의 증언이 생각나, 이곳 사람들이 과연 비가 와도 우산을 안 쓰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면서 뿌에르또 몬뜨 중심가를 돌아보게 됐다. 미션이 시작된 셈이다. 그 현장을 함께 둘러 보기로 한다.
 

미션, 우산 쓴 사람을 찾아라 





맨 처음 사진 몇 장을 통해서 이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안 쓴다는 걸 알 수 있는 자료 사진들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내린 비 또는 일기예보가 빗나가 우산 내지 우비를 챙기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러 정황들을 통해 과연 이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아무렇지고 않게 비를 맞으며 다니는지 살펴봐야 했다. 재밌는 건 사람들만 그냥 비를 맞는 게 아니라 과일이나 야채도 똑같은 상황이다.

뿌에르또 몬뜨 중심가에서 팔고있는 딸기 같은 경우 (산성)비를 맞게 되면 금방 상하고 만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이상했던 건 우리...ㅜㅜ) 이 딸기가 비를 맞아도 금방 상하지 않는다는 것. 빠따고니아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 중 도드라진 게 이런 현상이다. 비라고 하면 다 산성비 정도로 생각했지만, 북부 빠따고니아 지역도 자동차가 많이 늘어나긴 해도 우리나라의 서울 처럼 산성비 걱정을 하지않아도 될 정도였던 것. 




이곳은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구도시의 중심가의 모습. 비가 마구 쏟아지는데 우산을 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이나 일반인들 모두 다 같은 상황. 어떤 사람들은 모자가 달린 우비를 입고 있지만 그건 머리만 가린 것 뿐 다수의 사람들은 우산이 없다. 그대신 시내 중심가의 상가건물은 인도 위로 처마를 길게 뻗친 게 특징이다. 사람들은 그 처마 밑을 다니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학생 세 명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스쳐간 뒷모습을 보면 비가 올 때 처마는 매우 유용해 보인다.




그 처마 밑에서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천연덕 스럽게 비누방울을 날리고 있는 젊은 (미혼모)아줌마.




또 거리의 개는 자기의 영역이 처마 밑이라는 걸 은근히 자랑이라도 하는 지, 어께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어슬렁 어슬렁...ㅋ 




그리고 뿌에르또 몬뜨의 거리의 개들 세 마리가 모여있는 이곳은 거리의 보스(boss) 개가 머물고 있는 곳. 맨 왼쪽의 세퍼드를 닮은 개가 얼마 전에 보스를 넘겨받았다고  K사장이 전해주었다. 그는 보스 뿐만 아니라 前 보스에게도 고깃덩어리를 제공해 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 곁 처마 밑으로 한 사람이 우산을 안 받치고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올 때 건물의 처마만 믿고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 걸까.




긴머리의 예쁜 여학생. 비가 조금 그치긴 했지만 우산이 없다. 여학생 옆에서 다리를 절고 있는 거리의 개는 낮선 자동차 앞을 (대책없이)가로 막다가 부상을 당한 녀석. 절룩 거리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자연현상 앞에서 여학생이나 거리의 개들 모두 평등(?)하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어도 개의치 않는다.




시내 중심가에서 바닷가 곁을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다는 길. 한 커플이 처마 밑을 걸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산이 안 보인다. 남자는 모자를 썻지만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뿌에르또 몬뜨 버스 터미널로 (무단횡단해)걸어가는 두 여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 손에는 우산이 없다. 비는 새벽부터 내리기시작했으므로 우산이 있었거나 우산을 쓰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면 장 볼 때 가지고 나왔을 것. 모자가 달린 옷으로 머리를 가리긴 했지만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듯...




이런 모습은 그나마 비를 많이 의식한 차림이다.




곳곳에 우비 차림의 시민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우산은 안 보인다.




비를 조금 더 피할 수 있는 처마 안쪽의 사람들 보다 더 태연한 처마 바깥쪽 사람들의 모습.




주로 이런 차림이 대세다. 이들은 비를 마치 눈처럼 여기는 것일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눈에 띈 파란 우산 하나. 버스 곁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시민 한 사람. 미션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언급한 바 이곳 사람들 대부분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으며, 이런 현상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이 사람은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엠빠나다(empanada)'를 파는 상인. 엠빠나다는 이곳 칠레에서 날개 돋힌 듯 잘 팔리는 마약김밥 같은 존재. 만두처럼 빚은 빵 속에 치즈나 고기를 채운 후 튀겨낸 빵이다. 몇 개만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무난할 정도. 아무튼 이 사람은 머리에 수건만 둘렀을 뿐 (그 흔한)우산은 안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더 내려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향하면서도 카메라의 사정권에 들어오면 셔터는 작렬했다. 이 분은 그나마 모자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비를 통째로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K사장은 이런 의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빠따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우기가 되돌아와 그곳에 살고 있는 한 아우님이 이들의 불편한 속 사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하하 행님, 이 사람들 우산 절대로 안씁니데이. 우기(겨울) 동안 옷을 여러 벌 속에 껴 입고 돌아댕기다가 집에 오면 다 벗어서 난로 위에 말린다 아입니꺼. 그라고 담날 다시 그 옷을 입고 돌아댕기다가 우기가 끝나면 우짜는지 아십니까..."

"흠...나야 모르지. 어쩌는 데..."

"하하 이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묵고 사는 거 아입니꺼."

"무슨..."

"아...이 사람들 우기가 끝나면 그 옷 다 한군데 모아 버리거덩요. 저도 첨에 그거 이해 못했심더. 하하" 




참 희한한 습관이었다. 아우님이 전해준 비와 우산에 관한 이곳 사람들의 습성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농경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우산은 거추장 스러운 물건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해도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농부라 부를 수도 없는 것.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 것도 이상했지만, 겨우내(우기철) 입던 옷을 몽땅 갖다 버린다는 것 또한 두 꼬레아노가 이해할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의 오래된 풍습.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미션은 성공했다. 한 아주머니가 우산을 받쳐들고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오랜만에 제대로 포착됐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인도 위에는 굵어진 빗방울을 온 몸으로 맞으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한 여성도 보였다. 우리는 곧 긴 여정을 통해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을 피하지 하지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곳은 꿈에도 잊지못할 빠따고니아의 중심.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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