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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lago llanquihue

소소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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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풍경
-대자연의 사춘기와 인생의 사춘기-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것들...

그 성스러운 풍경이 뿌에르또 옥따이의 터미널에 그려져 있었다. 누구인가 터미널 한 구석에 낙서를 해 둔 것이다. 낙서의 의미는 '내가 좋아한다'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남녀의 생식기가 그려진 익숙한 풍경. 로스 라고스 주 쟝끼우에 호수 곁에서 대자연의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인적이 드문 터미널 한편에서는 인생의 봄이 비집고 나갈 틈을 찾아 탈출구를 찾고 있었던 것.

뿌에르또 옥따이에서는 대자연의 사춘기와 인생의 사춘기가 정점을 향해 돌진하며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일까. 세상에서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인 장면들이 우리들 곁에 머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긴 거 같지만 당시에는 생몸살을 앓는 게 사춘기의 모습이자 대자연이 세상을 향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





그 작은 꼼지락 거림은 풀꽃의 이름으로 또 신체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聖스러운 대자연과 性스러운 남자와 여자. 봄은 어느곳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누구에게나 까닭도 없는 놀라움을 안고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보낸 하루를 접고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7년 전의 추억을 전설 속에 묻어두고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

뿌에르또 옥따이를 떠나며
 



우리는 뿌에르또 옥따이를 떠나기에 앞서 뿌에르또 바라스로 가는 버스 시간이 남아 터미널 근처 언덕을 돌아보고 왔다. 계절은 봄이지만 무성한 잎과 흐드러진 꽃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봄 속의 여름 또는 여름 속의 겨울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후 3시 경 내리쬐던 땡볕은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기세는 여전했다. 남반구의 칠레 로스 라고스의 봄은 그랬다.




언덕을 돌아 버스터미널로 향하면서 만난 신식(?) 레스토랑. 이 마을의 오래된 목조건물들은 양철지붕을 빼놓고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어디를 가나 바뀌지 않는 풍경 하나가 늘 마주치게 되는 오소르노 화산. 오소르노 화산은 칠레에서 제일 큰 쟝끼우에 호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커플 내지 궁합이다.
 



오소르노 화산과 쟝끼우에 호수와 그 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작은 마을들. 이들 중 그 어느 것 하나만 빠져도 '햄 빠진 햄버거'같을 것. 세상은 조화가 생명. 서로 다른 개체들이 한 데 모여 놀랍도록 성스러운 대자연을 만드는가 하면, 기적같은 생명을 잉태하는 성스러운 사람들을 품고 있다.
 



그게 聖스럽거나 혹은 性스럽지 않다면 전설로 남을 이유가 한 조각도 없을 것. 그 전설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위대하지 않은 건 없다. 그래서 대자연 속 우리 전부는 위대하며 위대함을 일깨우는 게 대자연과 인생의 사춘기가 아닌가.




필자의 생애에 셔터를 이처럼 많이 누른 것도 드물었을 텐데, 그건 외장하드의 용량이 무한정(?) 크기 때문이 아니라 위대함 속에서 허우적거린 모습. 로스 라고스 주의 쟝끼우에 호수는 그렇게 우리들 가슴 속에 전설로 남게 됐다. 우리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못하게 될 뿌에르또 옥따이를 느리게 느리게 걷고 있었다. 




우뚝 솟은 오소르노 화산...




드넓은 쟝끼우에 호수...




그리고 오소르노 화산과 쟝끼우에 호수를 숙명처럼 끼고 사는 사람들




우리는 그 곁에서 잠시 행복을 구가하고 있었던 것.




이곳은 아름답지 않은 게 없을 정도. 가로수까지 솜사탕 같은 봄을 한 뭉치씩 건져 올리고 있었다.




터미널 가까운 곳에서 만난 대칭형 건물이 이채롭다. 19세기 초 이곳으로 이주해 온 독일인들은 자기들의 삶의 양식을 통째로 재연해 두고 있는 곳이 쟝끼우에 호수 주변 마을 풍경이다.




버스 터미널에 잠시 들렀다. 벽에 걸린 시계가 오후 4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후 5시 30분발 버스는 아직 오지않았다. 그 대신 인적이 드문 정도가 아니라 너무도 조용했던 터미널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던 것. 버스터미널의 승강장(플렛폼,Anden)은 모두 셋. 1.2번 승강장 가운데 앉은 한 '세뇨라'와 학생들은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가까운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기념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치~즈~(샬칵!~)...그라시아스 ^^ "

 
"...그대도...(샬칵!~)...^^ "




아내는 모처럼 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사과 조각을 먹으며 휴식중이었다. (유리창에 비친 필자의 모습이 괴기 스럽기도 하고...ㅜ) 그런데 별 관심도 없이 지나쳤던 낙서가 눈에 띄었다. 사춘기에 이른 청소년들이 끼적거려 둔 낙서였을 것. 그맘때면 여드럼처럼 자기 의사와 의지와 무관하게 주체하지 못하는 욕구들이 탈출구를 찾아 나섰던 게 아닌가.

그 흔적들은 세계공통어 처럼 누가봐도 다 아는 그림이자 낙서. 뿌에르또 옥따이의 봄이 절정을 향해 달음박질 하고 있는 동안 버스터미널에서는 은밀한 낙서가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 性. 아무도 모르게 황홀한 향기를 품은 聖스러운 대자연이 풀꽃들과 어우러져 뒤범벅이 된 것일까. 




소소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풍경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 곁에서 함께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성스러운 풍경이 뿌에르또 옥따이의 터미널에 그려져 있었다. 누구인가 터미널 한 구석에 낙서를 해 둔 것이다. 낙서의 의미는 '내가 좋아한다'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남녀의 생식기가 그려진 익숙한 풍경. 로스 라고스 주 쟝끼우에 호수 곁에서 대자연의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인적이 드문 터미널 한편에서는 인생의 봄이 비집고 나갈 틈을 찾아 탈출구를 찾고 있었던 것. 

뿌에르또 옥따이에서는 대자연의 사춘기와 인생의 사춘기가 정점을 향해 돌진하며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일까. 세상에서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인 장면들이 우리들 곁에 머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긴 거 같지만 당시에는 생몸살을 앓는 게 사춘기의 모습이자 대자연이 세상을 향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 




호기심 발동!!...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길 옆의 가로수 속 모습이 궁금했다. 그럴줄 알면서도 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던 것.
 



소소한 풍경은 끝나지 않았다.




LPG통을 말 그대로 '통째로' 광고에 활용한 리얼리티의 진수!...




질세라 또다른 업체에서 덩달아 LPG통을 매달아 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매우 희귀한 광경!!...그런데 이번에는 더 희귀한 광경이 목격 됐다.
 



(흠...니 정체가 무엇이냐. 불곰 혹은 덕구...^^ ) 참 재밌게 생긴 붉은 털을 가진 떠돌이 개. 생전 이런 덕구 처음 본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로 이어진 작은 언덕길에 그래피티로 표현한 뿌에르또 옥따이와 남미의 슬픈 역사...그 앞으로 여학생들이 뛰어간다.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프란시스꼬 피사로(Francisco Pizarro)'의 부하 '뻬드로 데 발디비아(Pedro de Valdivia)'가 칠레의 산티아고를 개척한 이후 마푸체 인디언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인 흔적이 연대표로 남아있다.

그 이후 뿌에르또 몬뜨 주변 로스 라고스 지역은 1852년부터 주로 독일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 따라서 로스 라고스 주의 건축물 양식은 주로 독일풍이다. 이곳의 원주민들과 그들의 문화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전혀 낮선 사람들이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두 꼬레아노가 이곳에 전설을 남기며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뿌에르또 옥따이의 추억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작은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금방 만원이 됐다. 두 초딩들이 버스 앞 엔진 덮게 위에서 카메라 시선을 막았다. 귀여운 두 녀석들은 뿌에르또 옥따이 근처 마을에서 통학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곧 이곳에서 뿌에르또 몬뜨나 오소르노 등지로 유학을 떠날 것이며, 그곳에서 산티아고로 떠나는 꿈을 꾸게 될 것.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꿈은 대도시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지않은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공부를 접고 일찌감치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칠레의 또다른 오래된 (농경사회의)풍습이다. 봄바람에 실려온 대자연의 짙은 향기가 그들을 못살 게 군 까닭인지. 버스터미널에 끼적여 둔 낙서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인생의 무지개가 막 피어 오르고 있었던 것.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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