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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

화재현장에 소화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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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에 소화전이 없어요 
-포이동 판자촌 화재현장 속으로, 제1편-


전쟁터에서 실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12일(불과 며칠전이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판자촌에서 일어난 화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한꺼번에 보여준 큰 사건이었다. 화재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포이동 판자촌에는 그 흔한 소화전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출동한 소방수들은 그저 불길을 바라볼 뿐이었고 할 일을 찾지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분들이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그저 멍하니 번지는 불길을 바라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화재로 인해 폭발 위험성이 있었던 LPG 가스통을 찾아내 이동시켜 두기도 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잿더미로 변한 화재현장에는 불에 그을린 LPG 가스통이 곳곳에 그대로 서 있거나 넘어져 있었다. 판자촌의 인화물질 등이 LPG 가스통을 폭발시킬 정도의 화력은 되지않았다는 증거였다.
 


 위↑ 아래↓ 그림은...
 화재 당시 동일한 화재현장을 비교한 모습이며 하루 아침에 포이동 판자촌이 잿더미로 변한 처참한 광경이다.


문제는 포이동 판자촌에 소화전이 없었다는 사실 등과 함께, 주민들의 주장 처럼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초동진화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실상이 소방차의 물이 부족했던 것 등으로 판단된다. 마치 전쟁터에 뛰어든 군인이나 군대가 실탄을 소지하지 못한 채 적을 만나 싸우는 격이라고나 할까. 포이동 판자촌 대부분이 소실되는 장면을 빤히 쳐다보며 안타까워 했던 화재현장 속에서,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내용을 가감없이 기록해 보기로 한다. 이 작고 초라한 기록이 우리 사회와 이웃의 어두운 단면을 함께 고민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포이동 판자촌 화재현장 속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한다.

포이동 판자촌 화재현장 속으로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 양재천 부근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는 게 멀리서도 확인됐다. 직감적으로 큰 불이 난 것으로 판단하여 카메라를 챙겨 현장으로 급히 달려가 봤다. 그 시각이 대략 오후 5시 30분 경 쯤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찬 한심한 생각이 든 건 카메라를 든 나의 차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현장으로 가 봐야 겠다는 생각에 운동화 끈을 졸라맨다든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발은 슬리퍼 차림이었고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아웃도어)이었다.


그러나 참 한심해 보이는 차림은 화재현장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지만, 신속하게 출동한 결과 그나마 적지않은 그림을 남기며 화재현장을 스케치 할 수 있었다. 참 시의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봐도 한심한 옷차림에 물 불 안 가리고 화재현장에 뛰어든 결과, 생전 처음 화재현장 속이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기도 했다. 자동차는 양재천 부근에 대충 주차해 두고 양재천을 가로질러 화재현장에 도착할 즈음 머리 위로 소방헬기가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판자촌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 맞은편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현장에 도착하여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포이동 판자촌에 내걸린 현수막 내용이었다.


이 마을의 한 맺힌 역사의 현장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목숨걸고 투쟁하자...)


폴리스라인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주민과 한마리의 강쥐가 다급해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사이 마을 한복판에서는 시꺼먼 연기가 쉴새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바람에 휩쓸려 한쪽(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길은 무엇에 분노한 것 처럼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출동한 소방차와 소방수 등은 별로 바빠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불길이 이토록 크게 번지고 있는데 왜 바쁘지 않을까. 카메라를 든 내 차림만 봐도 처음 부터 화재현장 속으로 들어가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데 화재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화재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금전 내가 서 있었던 폴리스라인 바깥쪽을 돌아보니 이웃 동네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 있는 게 보였다.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지 10여분이나 흘렀을까. 나는 자칫 유독가스의 위험에 빠질뻔 하기도 했다. 호주머니에는 손수건 한 장도 그 무엇도 없었다.


화재현장에 미리 도착해 있던 소방수의 차림이 이런 모습인데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라. 속으로 '미쳤군'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림은 적십자 혈액원과 포이동 판자촌을 나누고 있었던 소방도로 옆 모습인데 소방수들이 의외로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보이는 검은 연기처럼 화재현장은 난리가 아닌데 화재를 진압해야 할 소방수들의 걸음은 왜 이렇게 느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소방차에 물이 떨어져 호스를 연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길은 점점 더 빠르게 번지고 있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소방호스는 한가닥 뿐이었다.


(물이 필요해...물...)나는 소방차에 연결될 호스와 화재현장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아...이렇게 무기력하다니...)


불길은 점점 더 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었지만, 진화작업은 속수무책으로 보였다.


그때 눈에 띈 게 LPG 가스통이었다. 소방수들이 화재현장에서 들고나온 것일까.


소방수들은 할 일을 찾지 못한 것 처럼 화마가 번지는 쪽에서 불길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때 부터 연기(유독가스)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옆으로 다가온 한 카메라 기자가 보였다. 그는 내가 진향하려는 방향에서 나 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화재현장을 취재하려면 최소한 자신의 안전장비 쯤 챙겨와야 마땅했다. 난 스스로 못마땅 했다. 그런 한편, 방독면 차림의 카메라기자를 보자마자 한심한 생각은 커녕 숨 막히는 유독가스 때문에 어디로 튀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연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화재현장에서 본 소방수들의 차림이 내 몰골을 금방 이해하게 해 준다. 글을 몇자 끄적이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유독가스 냄새가 코를 찌르는듯 하다. 불길은 어느새 마을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화마를 제압하기 위한 소방차의 물줄기는 너무 가늘었다.


번지는 불길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숨 쉴만한 공간을 찾아 봤다.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현장은 밤처럼 까맣게 변했다. 바로 곁에 작은 동산이 있었다.


(숨 쉬기가 곤란할 정도라면 그냥 도망치지. 뭣하러 셔터를 한번 더 눌렀는지. ㅜ)


하지만 잠시 머뭇거린 화재현장에서 마주친 소방수들의 불필요해 보이는 휴식(?)이 소방작전의 실패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기도 했다. 소방수 전부가 호스를 붙들고 화마와 싸울 일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이날 화재현장에는 세 곳(방향)에서 동시에 소방차의 진압작전이 이루어졌는데 판자촌 동편의 소방차에는 물이 부족했고 소방호스의 노즐이 하나 밖에 없었으며, 그 흔한 소화전이 포이동 판자촌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따라서 소방수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순간, 현장에서 가까운 이웃마을에서 적십자 혈액원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대부분 코를 막고 있었다. 나는 일단 현장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반팔 티셔츠를 걷어올려 입과 코를 가렸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화재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마신 사람들이 이렇게 목숨을 잃는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먼 거리도 아닌데 처음 현장에 접근한 소방도로를 돌아보니 꽤 멀어보였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 화재사건 관련 포스트
서울 강남 포이동 판자촌 큰불 / 잿더미 '포이동 판자촌' 울타리 너머 사람들 / 
비장함 넘친 포이동 주민 진짜 뿔났더라 / 포이동 판자촌 화마火魔 기생 장면



그곳에는 여전히 가느다란 소방호스 한 줄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헉(유독가스 때문에)...취재는 무슨...ㅜ)
 나는 근처 작은 동산으로 냅따 뛰었다. 슬리퍼가 미끌 거렸다. <계속>

** 이 포스트는 첨단 카메라 등 진보한 과학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일부분을 담았다. <광학기술>이 만들어 낸 이 시대 최고의 기술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메카니즘도 인간의 손과 발 등 오감을 거쳐야  완성되는 것일까...최고의 카메라 조작 기술이 아니라 최고의 카메라 렌즈 등에 비친 사건현장을 리얼하게 담을 수 있다는 데 새삼 놀라고 있다. 포이동 판자촌 화재사건 현장을 잘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시선을 거의 그대로 담을 수 있었던 카메라 덕분이다. 첫 편을 시작으로 화재현장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비추어 보고자 했다. 카메라가(과학) 우리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좋은 면 중 하나인 것 같다. 카메라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거나 표현해 내는 등 예술행위 뿐만 아니라 시사적 사건 등을 통해 이미 현대인이 상실한 오감을 채워주고 있었다. 놀라운 화재사건 현장을 계속해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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