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너무 변해버린 새마을호 창 밖 풍경


Daum 블로거뉴스
 


너무 변해버린 새마을호  창 밖 풍경


꿈에도 그리던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까마득히 잊고 산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얼마전 나는 경부선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초겨울 풍경이 완연한 차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100인 닷컴이 주관하고 감고부가가치클러스터 사업단이 주최한 팸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던 것인데 주말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해 KTX를 타지 못하고 새마을호로 목적지인 김천 까지 갈 요량이었다.

1974년 8월 15일에 당시 한창 행해지던 새마을 운동에서 이름을 딴 새마을호로 등급 명칭이 관광호 특실은 비워둔 채 열차카페 칸에서 일행과 함께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 때 참 빠르게 느껴졌던 새마을호는 서울역을 출발하면서 부터 마치 완행열차를 타는듯 걸음(?)이 느려 터졌다.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듯 간사하여 어느새 KTX와 비교하는 습관에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 다행하게도 KTX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열차여행의 맛을 새마을호에서 얼마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새마을호 차 창 밖으로 펼쳐진 광경은 너무도 변해버렸다.


내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를 태운 새마을호가 서울과 수도권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맨 먼저 보여준 풍경은 삭막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쏘피아로렌,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영화속에서 그녀는 우크라이나 평원에 빼곡한 해바라기 밭의 풍경을 기차 창 너머로 바라보며 그토록 사랑했던 애인을 떠 올리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애인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그의 애인이 머물고 있는 장소를 찾아 떠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전 그녀의 애인은 한마을에서 살다가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지만 생사를 알 수 없었다가 마침내 그의 존재를 확인하며 기쁨에 겨워 기차여행에 올랐던 것이다.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녀 지오반나는 그의 애인 안토니오의 전사 소식을 들었지만 믿기지 않았고, 죽음직전에 그가 도망쳤다는 안토니오의 전우로 부터 말을 들은 후 러시아로 가서 그를 찾아헤메다가 마침내 죽음직전에 안토니오를 구해주고, 딸까지 낳아 살고있는 러시아 처녀 마샤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바라보던 창 밖의 해바라기 밭의 꽃 밑에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태리 병사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수도권을 막 벗어난 차 창밖의 풍경은 추억을 묻어 버리며 해바라기를 심으려 했던 것일까. 차 창 밖의 풍경은 너무도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마샤의 말에 따라 지오반나는 안토니오가 집으로 돌아 올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 기다렸다. 


그러니 그토록 사랑했던 안토니오는 지오반나를 알아채지 못한다. 평생을 애인의 귀환을 기다리며 늙었는데 정작 그의 앞에 나타난 안토니오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누구시더라...'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까마득히 잊고 산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황당...당황...억울함...배신감...자괴감...정말 분통 터지는 일일 것이며 기가막힌 일일 것이다.


안토니오는 전쟁 부상의 후유증으로 기억 상실증에 걸려 지오반나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수십년의 세월 동안 너무도 변해버린 첫사랑은 그렇게 지오반나로 부터 멀어져 갔다. 새마을호 차 창 밖의 풍경조차 그런 모습이었다. 늘 기차에 오르면 내 눈 앞에 펼져질 낭만적인 풍경일 것 같았지만 새마을호가 KTX에 자리를 내 준 것 이상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오반나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차 창 밖에는 여전히 해바라기 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세월이 제 아무리 야속하다고 한들, 그 애뜻했던 청춘의 꿈을 한 순간에 해바라기 꽃밭에 묻어버릴 수 있었을까.


새마을 차 창 밖으로 KTX 선로가 마주보고 달리고 있었다. 차라리 더 빨리 달리 수 있었다면...


집으로 돌아 온 지오반나는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안토니오의 사진을 북북 찢어버린다. 이제야 그를 잊기로 한 것이다.


이미 청춘은 사라진 이후였고 거울에 비친 지오반나의 머리는 백발이 드러나고 있었다.


세상은 참 야속도 하지...


지오반나가 꿈에도 그리워 하던 안토니오를 잊기로 작정한 그 시각 안토니오의 기억이 서서히 되돌아 오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지오반나를 찾아 밀라노에 도착한 후 전화를 했다. 나...안토니오...그러나 전화 저편에서는 완곡한 거절의 목소리와 안타까운 몸부림이 이어진다.


그러나 안토니오를 거절했던 지오반나는 마지막으로 안토니오와 하룻밤을 지새우게 된다. 그게 지오반나와 안토니오가 사랑한 마지막 장면이었다.


비련은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며, 수십년의 세월 동안 너무도 변해버린 첫사랑은 그렇게 지오반나로 부터 멀어져 간 것일까. 새마을호 차 창 밖의 풍경은 너무도 낮선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열차여행이 이런 것이라면 지오반나가 택한 기막힌 결정 처럼 이별을 해야 마땅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편리로 변해 간 풍경들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 주고 있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살찌우게 만들던 아름다운 추억을 저 만치 보내 버리고 있었다.


지오반나가 안토니오를 마지막 배웅한 기차역에서...


지오반나가 느꼈을 회한이 그런 것이었을까. 새마을호 차 창 밖의 풍경은 너무도 변해있었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Отправить сообщение для Марта с помощью ICQ 이야기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SensitiveMedia 세상에서제일 작고강력하며너무 따뜻~한 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www.tsori.net / 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

Daum 검색창에 내가 꿈꾸는 그곳을 검색해 보세요. '꿈과 희망'이 쏟아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