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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분홍빛 콧등 사철냥이 왜 삐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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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콧등 사철냥이 왜 삐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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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니 작은 보따리가 사철나무 아래 버려진듯 했다. 그곳은 아파트단지가 막 끝나는 구석진 곳이었고 재활용품 창고가 가까이 있었다. 창고 곁에는 사철나무가 빙 둘러 심어져 있었는데 조금전 내 곁을 재빨리 스쳐 지나간 검은 고양이 한마리 뒤를 따라 가 본 곳에 녀석이 보따리 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사철나무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도 가까이 다가서면 이방인을 보며 금방 자리를 옮길 것 같았다. 어쩌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녀석들은 대부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어느 순간에 훽 달아나곤 했었다. 그래서 멀찌감치에서 녀석을 못본채 하며 셔터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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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콧등 사철냥이 왜 삐쳤나?

녀석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애써 모른척 하며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나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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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사철나무 이파리에
자신의 정체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저만치 사철나무 아래 콘크리트 벽돌을 방석처럼 깔고 앉은 녀석은
가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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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평온을 깬 것은 순전히 셔터 소리 때문이었다.
인적이 뜸한 장소에서 평소 듣지 못하던 기계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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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속에서 녀석의 분홍빛 코가 유난히도 맑아 보였고
녀석의 용모는 내가 아는 길냥이를 닮지 않았다.

그래서 사철나무 아래서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의 이름을 '사철냥이'로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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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는 동안
가끔 녀석을 귀찮게 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어서
 미리 이름을 지어 놓았다.

처음엔
 해맑은 코가 예뻐서 '분홍냥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사철냥이라는 이름이 더 좋아 보였다.

마치 인디언들의 작명법과 닮았고
녀석이 주로 사철나무 근처에서 살고있는듯 보여
사철냥이가 더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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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녀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 또한 사철나무를 가리개로 삼아 사철나무 빈 틈으로 녀석을 훔쳐봤던 것인데
어느새 녀석은 셔터음을 내는 한 인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놀란것은 오히려 나 였다.
녀석이 무서워서라기 보다  
나의 존재를 경계하며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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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더 쫀쫀했다.
오히려 사철냥이가 나를 덜 무안하게 딴청을 피웠다.

녀석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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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적지않은 사람들이 사철나무 근처를 배회 했거나 지나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한 인간의 나쁘지 않은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녀석의 시선이 흩어지고 있었다.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여럿 들리며
사철냥이를 향하고 있는 카메라를 향하여 한마디씩 거들었다.

"...여긴 고양이들의 소굴 같아. 더러워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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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침만 뱉지 않았지
사철냥이가 살고있는 지역을 벌써부터 경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철냥이가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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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댓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저만치 물러간 이후
사철냥이는 심란해 보였다.

처음 나와 눈을 마주친 이후
녀석의 평온을 깨뜨린게 미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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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은 흘렀을 것 같았다.
녀석은 사철나무 아래에서 처음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졸고 있는 모습을 더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안전에 위협을 느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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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분홍빛 코가 선명한 사철냥이는
나와 꽤 오랜시간 동안 눈을 마주치며 교감의 시간을 나눴다.

나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녀석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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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최대한 낮추어 녀석과 친한척 하며
 놀라지 않게 해야 할 요량이었다.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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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비를 부르고 있었다.

여태껏 녀석과 나눈 교감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녀석은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듯
어슬렁 거리며 사철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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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사철냥이라면서요?!...ㅜㅜ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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