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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가난한 동네에 '까치'가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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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네에 '까치'가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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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서 모여든 까치들인지 내 머리 위로 한 무리의 까치들이 바람처럼 모여 들었다. 까치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많은 무리들이 한꺼번에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조금전 까지 몇마리 정도만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까치가 이 정도로 무리를 지어 사는 마을에는 먹을 게 적지않은 곳이자 까치들이 살만한 장소였을 것이다. 텃새로 불리우는 까치는 이렇게 무리지어 살면서 '텃세'를 부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서울에서 까치들이 제일 많이 모여 사는 곳...그곳은 까치들이 먹을 게 많은 동네였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부유한 동네가 아니다. 아니 부유한 동네가 아니라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랬고 속 사정은 더 그랬다. 그런 동네에 이렇듯 많은 까치 무리들이 커다란 미루 나무를 의지한채 '까치 설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까치가 가난한 동네에 무리지어 살고 있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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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설날이 년중 하루 밖에 없는 것 처럼
 '까치 설날'도 년중 하루 밖에 없다.
그러나 까치 설날은 사람들이 보내는 설날과 매우 다르다.

 설날이 새해를 뜻한다고 하면 까치 설날은 섣달 그믐날이어서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까 오늘이 사실상 한 해를 마지막 보내는 날이자
까치들의 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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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사는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서
동네 사정을 훤히 꽤뚫고 있는 텃새다.

 그래서 까치는 외지인들이 동네에 들어서면
내 머리위를 이불 홑청 처럼 덮은 까치 무리들 처럼 난리가 아니다.
 침입자(?) 내지 낮선 사람들이 동네에 나타났다는 신호다.

 따라서 까치들이 깍깍 거리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이자
 자주 못보던 사람들이 그 소식을 가지고
 동네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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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귀성길에 나선 사람들이 고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까치가 난리가 아닐 것이며,
 까치 소리만 나면 도회지에서 설을 쇠러 돌아 올 아들 딸들이
혹시나 오지않나 하고 동구밖을 살피고 또 살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제 볼 수가 없어졌다.
두분은 하늘나라에 계셔서
 이제 내가 부모님이 하던 습성을 되물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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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까치 소리를 들으며 반가워 할 이유는 사라지고 말았다.
 까치 소리 대신 휴대폰 벨 소리가 까치소리를 대신한 것이다.

도회지에서 시골로 또는  도회지에서 도회지로 이동할 때 조차
 시시각각 현재 위치까지 알게 된 세상이어서
 돌아가신 부모님 처럼 까치가 할 일도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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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도회지에서 가끔씩 만날 수 있는 까치는 이 마을에서 처럼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물론 주거지가 나지막한 산이나 텃밭을 지닌 곳은 예외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거지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으로 지어진 도회지에서 까치들은 예전과 같은 메신저 노릇은 고사하고 그 흔하던 '까치밥' 조차 찾아 먹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 등을 먹어치우던 까치들이 아파트단지에서는 음식찌꺼기 조차 찾기 힘들어 졌다. 모두 분리수거통에 음식을 버리고 난 후 뚜껑까지 꼭 닫아 두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까치들이 도회지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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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럴까? 내 머리 위로 무리를 지어 날으던 까치들이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동네에서는 까치들이 먹을 게 넘쳐났고, 사람들은 까치들 보다 몸을 더 낮추어 살고 있는 동네다. 내가 이런 사정을 알게된 때는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해 맛있게 따 먹었던 홍시도 고염도 손을 대지 않았다. 얼마전 폭설이 내리는 동안 감나무와 고염나무 등을 지켜보니 그곳에는 까치들과 직박구리는 물론이고 박새와 참새 등 이름도 모를 새들이 그 나무를 찾았다. 눈이 가득 쌓인 도회지에서 그나마 먹거리를 찾지 못한 날짐승들이 홍시와 고염 등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 무시로 찾아와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함께, 옛 어른들이 까치나 날짐승을 위해 남겨두었던 까치밥이 매우 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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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 인간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날짐승이나 들짐승 몫까지 배려해야 하는 게 사람된 도리였다. 잊고 살았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까치밥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며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별의 별 흉칙한 사건들이 다 일어나고 있고 국내에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늘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나눌줄 아는 모습들인데, 이들에 견줄 수 없는 부유한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남겨두던 까치밥 까지 모두 따 먹고 있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대기업들이 서민들의 구멍가게 까지 넘보는 세상이 되었겠는가 싶고, 권력을 쥔 사람들은 동네 이장까지 휘어잡고 싶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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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 아니라 먹거리와 관계없는 이념과 체제 등에 대해서도 제약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까치들이 이 마을에 모여사는 이유를 알만했다. 이 마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의 눈치를 볼 여유 조차 없고, 내 머리 위를 날으던 까치들 처럼 하루 하루를 욕심없이 살고있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살고 있는 곳이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웃과 나누며 살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다독거리며 살고있는 동네다.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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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소원이나 우리 가난한 이웃들의 소원은
 까치설날을 끝으로 지긋지긋 했던 한 해를 마감하며 풍요로운 설날을 꿈꾸고 있을 것이며,
지지리도 가난한 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동구밖에서  금방이라도 모습을 드러낼 자식들의 환상에 붙들린채
무사귀환만을 빌며 까치 소리가 날 때 마다 동구밖을 서성거렸을 것이다.

우리 어머님이 그랬고 아버님이 그랬다.
눈에 선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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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요즘은 쓸데없는 걱정 하나가 생겼다.
너무 부유(?)해도 탈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 부모님들이 살던 때를 비교하면 부족한 게 하나 없어 보이는데,
 세상은 여전히 불행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고 욕심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그런 동네에 까치들이 살지않는 것은 당연하고 인심이 매마른 것은 당연해 보일 정도다.

 까치 설날인 오늘따라
 까치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이 마을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 까치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서울 강남의 '구룡마을' 모습입니다. 재개발 논란이 끊어지지 않았던 곳이죠. 혹시라도 글쓴이의 의도와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족'을 곁들이면 불필요한 오해의 답글을 원치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까치설날이네요. 폭설로 강원도 지방으로 이동하시는 분들은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안전운행 하시구요. 귀성길에 오른 여러분들 께서는 설날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시고 무사히 귀경길에 오르시기 바랍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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