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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연어 대신 '임연수'로 만든 장작 돌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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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대신 '임연수'로 만든 장작 돌 구이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이야기 제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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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곳 부연천에서는 알에서 막 깨어난 연어 새끼들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속에서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오대산 정기를 듬뿍 품고 물푸레골에서 흘러 내려온 냄새를 온 몸 가득 채운 후  서서히 하류로 내려가면서 어성전을 지나 남대천으로 이동했다. 남대천에서 처음으로 그들은 자신을 낳아준 어미가 그랬듯 양양 앞 바다가 코 앞에 다다른 남대천 하류에서 다시금 캄챠카 반도나 알라스카 연안의 냄새를 어미젖내 맡듯 코를 흥흥 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대천이 동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그들은 머나먼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한 후 마침내 긴여정을 떠났을 것이며, 그로부터 수년 후 부연천을 떠난 연어 새끼들은 팔뚝만한 성어로 자라 다시 남대천을 거슬러 그들이 처음 내려가 본 어성전과 법수치 계곡과 부연동으로 힘겹게 돌아와 어미가 그랬던 것 처럼 자신들도 이곳 부연천에 알을 낳고 그들이 처음 본 하늘 아래에서 마지막 긴여정의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들이 부연천 등지를 무리지어 힘겹게 오르는 동안 그들 곁에는 반달곰들이나 수달 등이 그들을 공격하며 배를 채웠을 것이며 어렵게 부연천에 다다른 연어 무리들은 물푸레골 아래 제왕송 곁을 어슬렁이는 호랑이 그림자를 먼발치로 보고 있었을 것이고, 아주 가끔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인데 나는 부연천의 옥수같은 물가에서 오래전 이곳 부연천의 모습을 상상하며 주문진 시장에서 사 온 임연수를 자동차 뒷 트렁크에서 막 끄집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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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는 살이 도톰하게 오른 큼지막한 임연수 세 마리가 들려있었지만 연어들을 상상하는 동안 임연수들은 연어로 변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강원도 지역에서 화전을 이루며 드문 드문 살아갔을 예전에는 남대천을 거슬러온 연어들이 이곳 부연천 까지 진출했을 것인데 그때쯤 연어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이곳의 사람들은 금방 부연천에서 잡아올린 연어를 모닥불에 구워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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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부연천 등지에 몰려 사는 동안 연어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연어가 자취를 감추는 동안 먹이사슬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마지막 남은 반달곰도 기름진 연어로 배를 채우고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조건이 서서히 무너지며 그들은 백두대간을 따라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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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모습을 볼수만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이제 그런 모습들은 볼래야 볼 수 조차 없고 부연천 가득 연어 새끼들이 우글 거린다고 해도 사람들이 막아 둔 양양 수력발전소와 같은 댐 때문에 연어들이 이곳 부연동 까지 거슬러 올라 오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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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람들은 남대천 상류인 부연천을 거슬러 올라가던 연어의 관문이었던 남대천에 그물을 쳐 두고 연어를 잡아 인공수정 후 산란을 하게 하고 그렇게 부화한 연어 새끼들은 그들 선조들이 살아온 오대산 자락의 산 그림자만 먼 발치에서 본 후 그들 어미들이 회유한 북양으로 떠났다가 다시 그리움만 가득 안은 채 사람들이 쳐 둔 그물에 잡혀 마지막 호흡을 하며 죽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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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는 부연동 삼산3리 개울 옆에서 막 달궈지기 시작한 납짝한 돌 위에서 지글 거리며 기름을 떨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속살이 붉은 연어와 전혀 달랐지만 기름진 모습 하나는 닮아 연어를 볼 수 없는 그리움을 얼마간 달래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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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소沼 곁에는 물푸레골에서 지난 여름 떠 내려온 나무들이 천 변에 하나 둘씩 박혀있었고 나뭇가지들은 종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도 퇴색되었으나 돌 몇단을 쌓아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지피니 연기 냄새가 솔가지에서 풍겨나오는 냄새와 흡사하여 이들 장작들은 오대산 물푸레골 어딘가에 살던 소나무들이 물에 떠내려 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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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솔가지들이 연기를 피우자 임연수를 연기에 그을려 가며 훈제를 하고 솔가지들이 다시 숯으로 변하는 동안 부연천 가득한 납짝한 돌은 서서히 달궈지면서 임연수 몸통에서는 기름이 스물스물 배어 나오며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녀석이 연어였드라면...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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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연천 가득 산란을 위해 거슬러온 연어들이 산란 후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그 연어를 혹 몇마리 잡아본들 산란에 지친 연어가 맛이 있을 리 없지만 이제 다른 나라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연어들의 모습 하나만으로도 너무 아쉬워 주문진을 출발 하며 부연천에서 장작불에 임연수를 구워 먹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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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학명 Pleurogrammus azonus)는 이면수, 이민수, 새치, 청새치, 가지랭이, 가르쟁이, 다롱치, 찻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방언을 가지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임연수가 사는 지역은 북태평양의 오호츠크해나 동해 등지로 아마도 임연수 무리들은 무리지어 캄챠카 앞 바다로 진출하는 연어들과 한번쯤 마주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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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임연수들이 서식하는 장소는 수심 100∼200m 사이의 바위나 자갈로 된 암초 지대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성어가 된 연어들이 사는 대양의 모습과 다르지만 몸집 또한 꽤 커서 몸길이 27~50cm 정도의 크기니 다 자란 녀석들은 산란을 위해 남대천을 거슬러 부연천으로 올라왔을 연어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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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를 먹어 본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임연수는 껍질이 두꺼워 어쩌면 속살 보다 껍질이 더 맛있는지도 모르며 구이를 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돈데 가능한한 겉표면 등이 마르는 요리보다 훈제통 속에 넣어 연기와 열기로 푹 찌거나 튀김옷을 발라 튀겨 먹으면 속살은 물론 껍질 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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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가 노릇하게 잘 구워져 먹기좋은 모습으로 변할 때 마다 부연천변에 내리찌던 햇살을 받아 임연수 속살은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살집이 도톰한 임연수 한쪽을 젖가락으로 떼 내어 시식을 하는 동안 부연천 골짜기 한곳에는 작은 돌 화덕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골짜기를 배회하다가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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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연수를 시식하는 동안 줄곧 연어의 꿈을 떠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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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흔한 편이었지만 이 골짜기에서 연어의 모습을 볼 수 없게된 게 무엇보다 아쉬워 임연수를 맛보는 동안 사라진 연어가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먼 발치에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간절한 욕구를 담아 연어에 대한 그림움을 임연수 속살에 담아 대리만족을 하며 여름끝자락을 달콤한 휴식을 동시에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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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부연천에서 연어 대신 임연수로 그리움을 달래며 장작불을 이용하여 돌을 데우고 구운 임연수를 '임연수 장작구이'로 명명했던 것인데 여기는 이곳 부연동 토박이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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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동에는 외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러 온 많은 분들 때문에 부연천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따로 야영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임연수가 장작불에 익어가는 이곳은 부연동의 번화가(번화가라 하여 휘황찬란한 게 아니라 대 여섯 가구가 모여사는 곳)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고, '휴양촌,부연민박'에서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여 허락을 얻어야 지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다행히 부연천을 연어 처럼 오르내리며 봐 둔 이곳은 연어들이 무리지어 산란을 했을 법한 곳이고 여름끝자락을 달구는 볕을 피할만한 그늘과 물푸레골에서 발원한 옥수가 풍부하게 흐르고 있는 곳이어서 모처럼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지낸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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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끄적이고 있는 동안에도 부연천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지글거리던 임연수 냄새가 진동하며 사라진 연어를 추억하고 있다. 그러나 장작불에 돌을 달궈 구운 임연수가 제 아무리 맛이 좋기로서니 먼발치에서에서 볼 수 있었던 예전의 연어보다 못하여 연어 대신 임연수가 구워져 가는 동안 풍기는 고소한 냄새와 더불어 뽀얀 속살을 씹으며 연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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