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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폭염 거뜬히 이긴 '열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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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거뜬히 이긴 '열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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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서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곤거리며)...이...봐...요..."

(...무슨일 때문에 그러세요?...)
하고 돌아보는 눈초리다.

"...(나지막하게 소곤거리며)...있...잖...아...요..."

(...뭐...가...요?...)
입모습으로 확인한 목소리다.

"...열공하는...모습이...넘...예뻐서~^^*...요."
카메라를 보여 주면서 뒷모습만 촬영하겠다니까

(...네...그렇게...하세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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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가 공간 가득한 서울 강남의 구립 개포도서관의 오후 3시경의 모습이다. 안사람과 나는 볼 일을 마치고 책도 빌려 볼 겸 해서 개포도서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에어컨이 적당한 온도로 상시 가동되고 있고 필요한 도서 목록을 뒤져보는 재미도 있고하여 외출할 당시 미리 작정하고 갔건만 사람들이 빼곡했고 번호표를 받아보니 책상에 앉아서 책을 들춰볼 시간은 없는 것 같아서 사서에게 도서목록을 주문하고 책꽂이 사이에서 조용히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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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곳은 바다속 같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모두들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마치 외계에 와 있는듯 했다. 도서관 바깥 온도는 썹씨 32도라고 말하지만 차창에 전해지는 바람이나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보는 동안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더운것 같았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여서 비 소식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로 무더웠고 볕은 쨍쨍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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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서관 안 풍경은 바깥 풍경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는데 무엇보다 침묵이 흐르는 장소 때문이었는지 썹씨 20도씨에 고정한 에어컨은 도서관 구석구석 전해져 있었고 책장속에서 책을 빼면 찬바람이 따라 나오는 것 같았다. 기막힌 장소였다. 모두들 들로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해외로 더 먼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처럼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는지 아니면 독서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이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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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 한 것은 이들의 표정에서 더위를 찾아 볼 수 없어서 열공은 '이열치공'이라고나 할까? 열공의 열기가 가득한데도 열기는 전해오지 않았고 비용이 전무한 도서관은 도심속에 만들어 둔 물없는 수영장과 별 다름없었다. 그곳에서 이들은 침묵속에서 허우적이며 열공에 맹공이었던 것인데 사진촬영 양해를 구한 여학생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 첨벙이는 듯한 소리라도 낸다면 수많은 눈초리에 의해 절로 떠밀려 갈 것 같은 분위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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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에서 유독 한 여학생이 눈에 띈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 여학생을 보는 순간 오래된 듯 딸래미의 모습을 상기하고 있었고 녀석은 딸래미지만 열공하는 공부벌레 였다.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게 녀석만 보면 '제발 나가 놀아라'고 했지만 녀석은 '나가 놀아라'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 우스게 소리가 아니라 녀석의 취미는 '공부'였던 것이다.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좋아?"하고 물으면 씨익 웃는 것으로 대답하던 녀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우등으로, 대학교 입학을 수석으로 장학금 까지 받고 다녔으니 얼마나 기특한 녀석인가?(은근한 자식 자랑이라 '팔불출'을 면치 못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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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녀석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 보지않아 녀석의 취미(?)를 잘 알 수는 없지만, 녀석은 책을 펴는 순간 희열을 느끼며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했고 그래서 그런지 녀석은 가족들 중 유일하게 시력이 조금 뒤떨어져 안경을 썼는데, 이 도서관을 둘러보니 유난히도 안경을 쓴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헉!...그렇다면...이들 모두 공부벌레?...ㅜ) 시간을 좀 더 뒤로 돌려보면 녀석은 무더운 여름철 친구와 백화점에 주로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어컨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백화점 서점에서 책을 살 것도 아니면서 하루종일 '꽁짜'로 책을 보며 여름방학을 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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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여름휴가는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녀석이기도 했다. 아울러 도서관이나 대형서점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녀석은 학교에서 미처 접하지 못했던 교양서적 등을 주로 탐독했는데, 녀석의 하루는 잠자는 시간 까지 쪼개어 책과 살았으니 가히 책벌레였고 공부벌레라는 소리를 들을만도 했다. 그래서 가끔은 책 읽는 습관이 누구를 닮아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나를 쏙 빼 닮았는데 한가지 분명히 다른점이 있었다. 나는 만화책에 집착했지만 녀석은 나와 수준(?)이 달랐고 같은 만화를 봐도 꼬부랑 글씨가 빼곡한 원작 만화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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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도서관에서도 녀석과 닮은 한 초등학생을 만났다. 이 녀석은 도서목록을 들고 책장 사이를 오가는데 한쪽 구석에서 '영어 만화책'에 쏙 빠져있는 것이었다. 셔터음이 들리자 마자 고개를 잠깐 들더니 이내 만화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녀석에게 폭염 등 세상만사는 자신을 귀찮게 구는 존재일 뿐 하등에 관심이 없는듯 했다. 안사람과 나는 2시간 동안 책 목록을 뒤지며 폭염속에서 달구어진 몸을 식히는 한편(우리는 이 모양이니 양해 바랍니다. ^^*) 책 세권을 빌려 집으로 돌아오는데 사서 분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여 몇분이나 되는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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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세 사람이 약 20만권의 도서를 관리하고 있었고 보조분들이 도와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책이 엄청 많았는데 이처럼 도서관이 초만원을 이루는 건 여름방학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도서관 풍경은 안사람과 나 둘을 빼 놓고 보면 그들은 단지 몸을 식히려고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상을 달구고 있는 것은 비단 폭염 뿐만 아니라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가득할 텐데, 폭염이 내리쬐는 오후 시간 여름휴가(?)를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는 분들을 보니 마치 신선을 닮은듯 하고 현대의 신선들은 모두 도서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까운 구립도서관이나 시립도서관에 가면 모두 신선이 될 수 있다. ^^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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