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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사라지는 '우체통' 괜히 미안하네!



사라지는 '우체통'
 괜히 미안하네!


한때 사춘기를 힘들게 했던 '편지'는 어느덧 '메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게 되면서 부터 서서히 사라진 '편지'는,...  편지를 부칠 수 있는 우체통과 우체부와 함께 마음을 전달하는 귀중한 수단이었다.

그런 반면 동일한 필체를 보여주는 메일 속 글자체와 함께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편지지와 편지봉투와 필체 모두를 앗아가고 편리를 제공하며 아나로그의 대명사 같은 우체통과 우체부를 볼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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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빨간 우체통 앞으로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의 내 가슴속은 온통 보라빛이었다. 지우고 또 지우며 쓴 편지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틀린 글자나 문장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편지지를 찢어 버리고 또 다시 썼던 것인데 편지를 다 써 놓고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며 마지막으로 우표를 붙일때면 침으로 바르지 않고 혹시라도 떨어져 반송될까봐 풀칠을 단단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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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사여구를 썪어서 밤새워 쓴 편지가 상대편에게 도달할 즈음이면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연적으로 다가오는데 이제나 저제나 우편함을 들여다 보며 편지가 도착할 때 까지 애를 태운다. 그래서 누군가 편지를 가져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괜히 '혹,...편지 숨기지 않았는지?...' 되 묻지만 답장은 오지 않고 잠시 잊고 있다가 어느날 편지함에 내 이름이라도 보이는 날이면 하늘을 날듯이 기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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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지금은 수업시간이예요. 선생님은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저는 00씨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로 시작되는 편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나의 사춘기를 힘들게 한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결혼한 소식은 알고 있지만 그후로 내 기억속에서 그녀의 흔적은 거의 지워졌지만 빨간 우체통을 보는 순간 수십년전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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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에 편지를 쓰되 '메일'로 써 봤지 편지지에 글을 쓰고 편지봉투에 봉하여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본 기억이 없다. 우선 나 부터라도 그러니 우표 가격도 모르며 설령 한통의 편지를 써 봤댓자 우체국까지 가는 절차가 복잡해서라도 포기했을 것 같다.

귀한 우표를 수집하며 우표발행일을 손 꼽아 기다리던 시간들이나 오래전 여자친구로 부터 받아 본 '러브레터'의 설레임도 아득하기만 했는데, 어제 오후 늦은 시각 지인을 만나는 길에 빨간우체통을 만나며 반가운 건 고사하고 시용자가 없어서 철거한다는 소식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담았고 설렘으로 풀칠을 한 편지를 모으고 나르던 빨간 우체통과 커다란 가죽 가방을 둘러 멘 우체부에게도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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