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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나를 유혹한 풍경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나를 '유혹'한 풍경!



술을 드실 줄 아는 분들은 한번쯤 겪었을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술과 안주가 있는 풍경'이다. 술과 안주야 늘 실과 바늘처럼 따라 다니게 마련이지만 바람이 몹시 부는 날도 그와 못지 않다.

아직 시월이 우리에게 마지막을 고 한 것도 아닌데, 무창포 해안이 가까운 '석탄박물관' 곁 작은 공원에서는 한국의 현대문학사를 기념할 기념비가 막 제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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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도 불어서 제막식을 연출 할 현수막이 파다닥이며 바람에 떨고 있었고 제막식을 지켜보기 위해서 초청된 사람들도 가끔씩 휘몰아 치는 바람과 함께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현대문학을 있게 한 장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 곁 벚나무는 몇 남지 않은 이파리들을 부여잡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바람불어 좋은 날이 있다고 하지만  바람 불어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바람이 불어서 좋은 날만은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비가 오시지 않았던 것인데 희끄무레 한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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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실과 바늘 처럼, 술과 안주처럼 따라다니는 천생배필이 내 곁에 있었다. 바로 '술과 안주'가 차려진 풍경이었다. 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식순에 따라서 오들오들 떨면서 식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눈치도 더러 있었는데 어떤분의 식사는 교장선생님의 훈시처럼 너무 길고 장황했다. 황금찬 선생님의 축사가 4분 정도로 짧았기 망정이지 만약에 선생의 축사가 10분만 경과 했더라도 원로시인인 선생을 탓하는 사람들 몇이 수군거렸을지 모른다. (추웠다니까?!...추웠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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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넘의 그림이 나를 유혹했던 것인데, 차마 나 살이나 먹은 넘이 주접스레 어른들이 젖가락도 대지 않은 음식을 두고 껄떡 거릴 수는 없고 그냥!...걍!!...눈요기만 한 것인데 바람이 몹시 부는 날 종이컵 하나에 소주와 맥주를 적당히 섞어서 '소맥'을 만들고 들이키면 나는 천국으로 갈 것만 같았다. 근데 오늘의 내 역할은 '찍사'였기 때문에 본분을 망각하지 않으려 애 썼고 더군다나 행사를 끝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찍사의 애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행사 주변을 스케치 하고 내가 촬영한 그 자리에 다시 와 보니 나부랭이 몇 조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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