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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젖가락 대신 연필로 먹는 '세컨드호텔'



젖가락 대신 연필로 먹는
 '세컨드호텔'


음식을 먹을 때 젖가락 대신 연필로 먹는 '세컨드호텔'이라는 낮선 이름을 만나면서 디자이너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무렴 음식을 먹을 때 연필을 사용해서 반찬 등을 집어 먹겠습니까만, 이 호텔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모습들입니다.

보통의 숟가락이나 젖가락과 달리 숟가락도 구멍이 뚫여있고 젖가락 대신 연필을 가져다 놓은 모습인데 세컨드호텔에서는 '지식'을 먹는 호텔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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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디자인올림피아드 2008'에서 만난 세컨드 호텔에서는 지식을 취할 때도 숟가락으로 퍼 먹을 수 있는 과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구멍뚫린 숟가락은 형식만 취했을 뿐이며 젖가락과 같은 용도의 연필 또한 집어 먹을 반찬이 없습니다. 다만, 이 호텔에 들어서면 사방에 널린 지식을 야금 야금 취하여 곁에 둔 '돼지 저금통'에 차곡차곡 쌓는 일이 전부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곁에 있는 돼지저금통 또한 지식을 저축해 둘만한 구멍이 없어서 '지적 허영심'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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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컨드호텔을 서성이며 이 작품을 만든 작자의 의도와 달리 이 작품이 시사하는 모습을 보며 한참동안 바라봤습니다. 이 호텔의 이름과 같이 낮선 이름의 호텔은 오늘날 우리 교육풍토가 드러난 '점수'에 의존하여 서열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 같기도 하고 교육적 차별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식이 됐던 음식이 됐던 두가지 공통점은 서둘러 급히 먹으면 탈이 나는 것 처럼, 연필로 끄적이며 젖가락질 하여 하나씩 취해 나가는 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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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어떤 입장들을 가지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부'라는 게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요즘 사회적이슈로 떠 오르는 교육계의 문제를 보면 '평등'의 이름으로 '권리'를 되찾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교육에 무슨 평등이 있으며 권리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목소리들은 결국 그들만의 교육제도를 일반화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거부'를 표현한 것일진데, 공부가 어떻게 '점수'에만 의존해야 하는지 저는 아직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스승'이라는 존칭을 듣지 못하고 '선생질'이라는 비속어를 듣게 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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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 2008에 전시된 작품들 중 다수는 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이 연출해 둔 모습들이고, 이 작품들은 우리들의 실생활 속에 녹아들어서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생활디자인'의 실상들입니다.

이분들이 땀흘려 만들고 있는 작품들은 교육을 받는 동안 적지않은 '학습비'를 지출했고 마침내 세컨드호텔과 같은 작품을 탄생 시킨 것인데  일련의 정해진 교육과정들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 자신의 지식을 담보하여 사회에 이바지 하며 타인들이 디자인 해 둔 사회 속에서 말없이 살아갈 뿐이며 그들 또한 사회속 일원으로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사회에 내 놓는 환원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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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잠시 언급한 '교육적 권리'에 대해서 제도권과 비제도권이 충돌하는 모습은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되는 모습이고 보면 권력이 된 '제도권'이 세컨드호텔의 본연의 모습과 다른 세컨드호텔의 외양만 취한 화려한 모습이 교육이라고 단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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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싫어하면 일제고사 안하면 되고, 공부하기 싫어하면 그냥 내 버려 두면 되고, 공부 잘하는 학생 공부잘 하게 내버려 두면되고, 영어 배우고 싶은 사람 영어하게 하면 되고, 놀고 싶은 사람 그냥 놀게 내버려 두면 되고,...되고,...되고,...되고,...뭐 안되는 게 어디있겠습니까? 어차피 한 학생의 미래까지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해서 다수를 낭비하는 그런 '세컨드 교육'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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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 2008에 전시된 '세컨드호텔'을 누가 시켜서 만든 작품이라면 '창의성'은 타인에게 빌려 온 것이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부'는 '제도'가 수용하기에는 그 틀이 너무 좁아 보여서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오히려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배고픈자는 먹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먹을 것을 찾기 마련인데 언제까지 물고기를 잡아서 학생들 입에 떠 넣어 주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컨드호텔에 전시된 연필로 만든 젖가락이 마치 '낚시대' 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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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은 그림속 작품의 작자의 의도와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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