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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강풍속 대청봉의 야생화들 <설악의 비경 제3편>

 
영상으로 만난 여름끝자락
'설악의 비경'
-제3편 강풍속 대청봉의 야생화들-

설악의 비경들은 모두 3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아래의 <제1편>과 <제2편>을 <제3편>과 연속해서 보시면 여름끝자락의 설악산비경을 접하며 직접 다녀오신 듯 감동이 배가될 것 같습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천불동계곡 <설악의 비경 제2편>
여름 끝자락 설악의 비경 '비선대로 가는 길' <설악의 비경 제1편>

서울에서 3시간 남짓이면 당도할 수 있는 설악산이건만 삶 가운데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자주 찾기란 쉽지않습니다. 산은 늘 그곳에 꿈쩍도 않고 있어서 어느때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세상은 그런 마음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난 여름은 그런 시간들을 쉬 허락하지 않았고 마침내 1박2일의 짧은 여정으로 여름끝자락의 설악산으로 발길을 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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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능선에 핀 풀꽃들...

산을 찾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것인데 '그저 좋다'라는 말 속을 들여다 보면
그 속에는 삶 가운데서 취하지 못한 또다른 마력이 산 속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작은 그릇에 물이 넘쳐나듯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질수록
그 그릇을 비워야 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산으로 올라서 하산하면 좁기만 하던 가슴 한켠이 더 넉넉해짐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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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 곁 철제다리는 언제부터인가 대청봉에서 홍수로 떠 내려 온 토사에 시달리고 있다.

그 넉넉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혜은(안사람을 이렇게 부릅니다)은 이런 물음에 늘 똑같은 대답을 합니다.

"...대청봉의 야생화가 너무 보고싶어!..."

우리가 걸음을 옮기는 그곳에는
모진 비바람과 엄동설한을 꿋꿋이 잘 견뎌낸 풀꽃들이 납짝 엎드려 있는 곳이었습니다.
모처럼의 짧은 휴가를 통해서 비선대를 거쳐 천불동계곡으로
그리고 마침내 풀꽃들이 작은 손짓을 하고 있는 대청봉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으로 만난 여름끝자락 '설악의 비경'들
제3편 강풍속 대청봉의 야생화들 <영상>



지난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는 벌써부터 떠나고 싶었던 발길을 붙들고 있었는데
설악동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 이유도
한계령에 도착하자 마자 몰아친 강풍과 흩뿌리는 비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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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 본 공룡능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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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 본 '공룡능선'의 비경들...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향하여 중청 소청 희운각을 거쳐 천불동계곡과 비선대로 하산을 하려했습니다만
새벽 3시에 도착한 오색의 까만 밤속에 불어 제끼는 강풍은 산행을 방해했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정도로 바람은 거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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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중간에 솟은 기암괴석...천불동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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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가파른 능선에서 바라 본 천불동계곡의 비경

따라서 양양으로 돌아 설악동으로 이동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소공원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힘든여정을 택했던 것입니다.

산행을 하는동안 혹시라도 비가 오시면 하산할 심산으로 10시간의 산행목표로
늘 그립던 풀꽃들이 살고 있는 대청봉으로 향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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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능선 가파른 길목에서 본 공룡능선의 끝자락...

그 풀꽃들은 많이도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며 세상으로 우리를 돌려세울 것인데
지난 여름에 많이도 내린 빗방울 처럼
우리들을 힘들게 했던 정치적현실이나 경제적현실들 속에는 눈물도 많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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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상처난 대청봉 모습이 보인다.

그건 비단 우리들에게 국한된 힘든 삶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생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육축과 식물 등이 그런 고통속에 놓였던 것인데,

뒤돌아 보면 우리가 힘들어 하는 모습은
제3세계가 겪는 고통에 비하면 '어리광'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산행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걸음을 옮기는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 곁에는
묵묵히 비바람과 엄동설한을 견디고 있는 이름모를 풀꽃들과 나무들이 살고있었고 살아가는데,

산행의 힘든 걸음을 옮기며 본 그들의 모습들은
 세상에서 좌절하고 절망을 거듭할 때 새로운 희망을 북돋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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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가파른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바라 본 울산바위의 장엄한 모습...

헉헉대며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제 발길 몇발자국 앞에서 그들이 가만히 저를 응시하며
보란듯이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죠.
그 길은 지난 봄, 살을 애는 강풍속에서 눈을 수북히 이고있었던 그 자리였습니다.

풀꽃들은 그 힘든 시간을 동면하며 잘도 버텨 오며 마침내 하늘을 향한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여름끝자락에 본 풀꽃들은 그렇게 가파른 능선곁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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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야생화...

우리네 삶이 이보다 더 힘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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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소나무...바람 서리 다 맞으며 꿋꿋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시간보다 분노한 시간들이 더 많았고
사랑하며 다독거려주는 시간보다 미움이 더 많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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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 잊지 못하는 장대한 수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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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속초시가 손에 잡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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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동이라 불리우는 기암괴석군群들이 발아래 놓였다.

그런 시간들은 작은욕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되자
귀중한 시간들을 기뻐하며 즐거워 하고 또 사랑하며 살아야 할 시간들의 낭비로 보낸 세월이어서,

산을 오르는 동안,
 열심히 살고 있는 이름모를 풀꽃들과 수목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들도 모진 비바람과 강풍을 이겨내고 이 산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귀한 생명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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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에 다다르자 산행이 끝난듯 힘이솟는다. 이곳에 서면 설악의 대부분이 조망된다.

소청이 가까워지자 머리속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가슴속에 품었던 생각들도 부질없다는 듯 연신 호흡을 몰아쉬며 그저 앞으로 가야한다는 생각 뿐,

산을 오르기 전에 나(我)를 힘들게 했던 세상의 찌든때는 서서히 강풍에 뜯겨겨 나가고
뜯겨진 그 자리에는 설악의 풀꽃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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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에 있는 이정표가 정겹다.

그들도 세찬 바람에 몸을 낮추며 일렁이고 있었는데 그들과 우리가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 바람을 일렁이며 즐기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는 그 바람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는듯 모르고 사는 우리들 지혜속에서 그들은 세파에 맞서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듯 했습니다.
그저 그 세파를 온 몸에 받으며 일렁이며 자세를 낮추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수천 수만년을 이 산하를 지켜보며 대를이어 살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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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에서 본 봉점암.용아장성의 기묘한 모습들이 입을 다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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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에서 본 내설악의 비경들...

세상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똑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뛰어난 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비바람과 강풍속에서 꿋꿋이 자신을 지켜 온 '풀꽃'이었습니다.

여름끝자락의 짧은 여행속에서 만난 귀중한 만남...제가 산을 찾는 이유였습니다.
그를 만나러 신앙처럼 옮긴 발길이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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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이 지나온 천불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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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도 때로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희운각에서 부터 소청과 중청봉에 이르는 동안 대청봉은 커다란 생채기로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두고 '자연에 맡기라'고 하지만 그들은 자연의 모습처럼 살고 있지 않아서
그들의 충고는 한낱 인위적인 충고에 불과 했습니다.

때로는...,
 자연도 할 수만 있다면 치유를 받고 싶고 치유과정을 통한 '스킨십'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적지않은 사람들은 그를 방관하며 방치하곤 합니다.
설악의 생채기를 보며 가슴 아팟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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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의 아픈 모습들...

이후로 혜은과 저는 대청봉의 고귀한 풀꽃 곁을 지나며
어떻게 그들을 본 것인지 기억에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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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슴에 담아 두고 싶었던 이 모습들은
강풍속에서 우리 곁을 잠시 스쳐 간 꿈결같은 모습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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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잊지 못할 설악의 풀꽃들...


내가 혜은이와 더불어 너무 좋아하는 꽃들이자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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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속 대청봉의 풀꽃들은 우리를 재촉하며 속히 '오색'으로 내려 보냈는데
처음 오색에서 출발하려 했던 그 장소에서는 수십년 묵은 '참나무'들이 강풍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고집하며 산행을 감행했더라면
우리 앞이나 머리위로 쓰러질 나무들이었고 그 나무들과 조우를 피할 수 없었는데
설악은 우리를 되돌려 낮은 곳에서 다시 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여름끝자락에 만난 강풍속 설악의 모습이었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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