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여러분들이 연말연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매우 궁금하다. 다 거기서 거긴 거 같지만 천 차 별 만차별.. 나 또한 여러분들과 생각이 조금은 다른 거 같다. 더군다나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내게 너무 소중한 것들은 장차 등장할 로또를 닮은 풍경이 아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실천에 옮기는 일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을 거 다 겪어본 1인이 인생 후반전을 살다 보면 정말 소중한 자산이 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실천하는 신나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게 그 보다 더 소중한 자산이 추억이란 녀석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추억의 실체.. 그 실체가 예전에는 가슴속에서만 발효를 거듭하며 향기를 폴폴 날리고 있었지만 최소한 생텍쥐페리 사후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아니 어쩌면 시시각각 세상은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생텍쥐페리는 우리나라가 굴욕적인 일제강점기에 들어서기 직전에 뱅기를 타고 사하라 사막 위를 날아다녔는가 하면 대서양을 건너 남미항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최소한 100년 전에 우리 선조님들이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감행한 것이랄까.. 당신의 베스트셀러 <어린 왕자>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드높이곤 했다. 그러나 그의 상상력은 개연성이 아니라 거의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남들이 바닥을 기어(?) 다닐 때 하늘을 날아 땅을 굽어 봤으며 요즘으로 치면 드론 위에서 세상을 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세상에 덜 길들여져 있었다. 그가 사랑한 세상을 가슴속에서만 기록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가 만약 요즘처럼 보다 발전된 형태의 카메라를 가지거나 화질이 매우 뛰어난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진과 영상에 미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보다 더 사랑하는 일에 길들여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보고 느낀 세상은 저서에서 겨우 맛볼 수 있을 뿐 기록이 없으므로 타인들에게 당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열어본 사진첩 속의 풍경들은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 할 현지의 풍경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려드리고 싶다. 그저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여행의 추억들이 어느 날 마음만 먹으면 불쑥 튀어나와 시간여행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참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다. 미디어에서 장난질(?) 삼아 방송에 열중하는 동안 여러분들이 빠뜨린 가록을 잘 챙기시기 바란다. 장차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남다른 회한과 아름다운 추억에 빠져들게 틀림없다.
지금 내 앞에는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깔레타 또르텔(Caleta Tortel)의 풍경이 배시시 웃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파타고니아 땅을 밟아 딱 이맘때 방문한 흙 없는 마을.. 그 흔한 흙 대신 나무를 촘촘히 엮어 운동장을 만들고 미끄럼틀도 운동기구도 통로며 모조리 목재로 만들었다. 그동안 연재한 포스트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에서 본 장면들을 여기까지 펼쳐놓고 보니 현지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연말연시에 열어본 여행지의 추억이 사진첩에 고스란히 남아 아름다웠던 추억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된 사진들은 포스트를 통해 열심히 끼적거렸지만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추억들이 빼곡하여 죽을 때까지 기록을 다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그래서 서기 2022년 12월 29일에 적지 않은 양의 추억을 펼쳐놓고 다시 내년에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비경을 공유하기로 한다. 오늘 포스트는 깔레타 또르텔의 기록 <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을 이어간다.
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또르뗄 토르텔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깔레타 또르텔은 칠레의 남부 아이센 주에 속한 작은 포구로 인구는 500명 남짓한 작은 마울이다. 이 마을의 특징은 흙이 없는 곳으로 주변은 온통 피오르드( il fiordo )가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을 뒤편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Rio Cochrane) 하류에 위치한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는 주로 생필품을 운반하고 다시 동네 뒤편 언덕 꼭대기로 이동하여 사람들이 이동한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풍경은 딱 이맘때 남반구 파타고니아 오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하니와 함께 다시 동네 산책을 나섰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특별한 정경이 우리를 꼬드겼다.
우리가 묵고 있는 민박집 바로 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풍경조차 특별한 곳..
하니가 우산을 받치고 걷고 있는 신작로는 최근에 다시 만든 가장 널찍한 길이다. 비에 젖은 신작로..
세상은 참으로 신비롭다. 가랑비가 오시고 있을 뿐인데 어제와 다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포구 가득하다. 포구에는 수초가 자라는 기현상이 생겼다. 리오 꼬끄랑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 민물에서 자라는 수초가 듬성듬성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 지난 편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에 이웃 작가 한 분 <Sarahkang>이 남긴 글을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 응원해 주시면 강동이 배가되는 법일까.. 그분은 이렇게 댓글로 표현해 두었다,
"하늘 아래 천국이 있다면 흙 없는 마을일 것 같네요. 저 동네에도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겠지요? 일 년만 그곳에서 살아 보고 싶네요. 한 달 만이라도요. 코로나 지나가면 그래야겠어요."
"Se c'è un paradiso sotto il cielo sarebbe un villaggio senza terra. Ti trasferirai anche in quel quartiere? Voglio vivere lì per un anno. Solo per un mese. "Lo farò quando passerà la Corona-19."
가랑비 사이 신작로를 걷고 있는 하니의 발아래는 피오르드의 기슭으로 매우 특별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연재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의 그림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다시 이탈리아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니가 최선을 다해 그려낸 드로잉 첫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가슴에 <예술가의 십계명>을 남긴 존경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은 십계명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예술가의 십계명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곁에서 하니의 그림 수업을 통역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팔불출 소리를 백번 천 번 그 이상 들어도 부족함이 그녀의 작품은 기브리엘라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 거실의 벽을 차지하며 지난해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곳.. 그곳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려는 듯 작은 배 한 척이 포구로 다가선다. 우리는 이미 언덕 저 너머에서 피오르드가 솟아있는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께서도 우리처럼 나처럼.. 뷰파인더로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보살피실까..
한 해를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천사들이 늘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면.. 천운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육신의 삶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니와 함께 이 세상 끝까지 동고동락한 시간들..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여행에 목숨을 걸다니..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우리의 선택에 하늘이 감동을 했을까.. 지내놓고 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때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랄까..
지내놓고 보니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아난 것 같은 희한한 법칙..
깔레따 또르뗄의 마을 중심에 위치한 광장(Plaza de Armas)의 크기는 경로당 수준이랄까.. 이 마을 중심에 위치한 편평한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리가 이곳까지 초행길에 목숨을 걸었다면 얼마나 조심했을까.. 하늘의 뜻은 그런 거 같다.
살짝 엿본 어떤 사무실.. 주민이 500명 남짓 살고 있는 이곳에도 인터넷이 들어와 있다. 아닐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세상..
우리는 디지털의 응원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부터 남미 파타고니아 오지까지 이동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견스럽다. 하니는 그 먼데까지 함께 이동하는 동안 한 마디의 푸념도 없었다. 이곳에는 번지르한 호텔도 없고 리스또란떼도 없다. 칠레 본토에서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통해 공수되는 생필품이 전부여서 현지 생필품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었다. 다 썩은(?) 토마토 1개가 우리 돈 2천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낭 깊이 찔러다니는 버너에 질 좋은 쇠고기 조림으로 밥을 해 먹었다. 민박집주인의 눈빛이 투덜거리는 듯.. 하하
민박집주인의 또 다른 눈빛이 말하는 건 우리가 '너무 가난한 여행자'로 비친 것이랄까..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분들은 음식을 만들 때 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히히
아무튼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취사를 스스로 해결했다.
"우린 잠만 자고 취사는 우리가 해결하고 시포효.."
그러면 민박집주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젊은 여행자들도 아닌 사람들이..ㅉㅉ하는 표정이 그려지시는가.. ^^
가랑거리던 비가 그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락모락 굴뚝에서 새파란 빛을 띤 연가가 집을 데운다. 우리가 묵고 있었던 숙소는 보트 맷머리 위에 위치한 바닷가이다. 그 뒤편 언덕으로 줄지어선 집들은 버스 종점이 있는 곳으로 이 마을 사람들 다수가 이곳으로 오르락내리락.. 좌측에 위치란 정자가 또한 흙 없는 마을의 광장이다. 연말연시에 열어본 사진첩이 파릇파릇..
마을의 광자에 들러 둘러본 작은 풍경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면 미래가 더 그리울 것이자만 안 청춘의 연말연시는 고장 난 시계든지 아니면 거꾸로 가는 시계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게 추억의 묘미라고나 할까..
오전부터 이어진 파타고니아 깊숙한 오지 마을 깔레따 또르뗄의 풍경들이 어느덧 오후로 이어진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풍경을 가슴에만 묻어두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떽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사랑하는 법을 말한다. 우리가 일상의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 모르던 사랑하는 법은 길들여지는 것. 한 번에 길들여지는 법이 없으므로 사진첩을 사랑하게 되면 일상에서 자주 추억하는 법을 사진첩 속에서 인터넷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랄까..
파타고니아 오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을 깔레따 또르뗄을 생각할 때부터 가슴이 설레며 행복해진다.
하필이며 그 시간이 연말연시라면 기다림의 미학이 풍경들 속에서 듬뿍 묻어난다.
목재로 지어진 허름한 숙소 뒤편의 작은 창을 열면 우리가 몸을 뉘었던 침대 또한 허름 했지.. 추억은 아무리 허름해도 빛나는 법이며, 잘 숙성된 김치나 포르맛지오(치즈)를 코 앞에 두거나 입안에 넣고 킁킁거리거나 애무를 즐기는 것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연말연시가 안겨주는 신의 그림자인 샘이지..
Felice anno nuovo 2023..
Ciao~~~~^^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9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깔레타 또르텔은 칠레의 남부 아이센 주에 속한 작은 포구로 인구는 500명 남짓한 작은 마울이다. 이 마을의 특징은 흙이 없는 곳으로 주변은 온통 피오르드( il fiordo )가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을 뒤편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Rio Cochrane) 하류에 위치한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는 주로 생필품을 운반하고 다시 동네 뒤편 언덕 꼭대기로 이동하여 사람들이 이동한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풍경은 딱 이맘때 남반구 파타고니아 오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하니와 함께 다시 동네 산책을 나섰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특별한 정경이 우리를 꼬드겼다.
우리가 묵고 있는 민박집 바로 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풍경조차 특별한 곳..
하니가 우산을 받치고 걷고 있는 신작로는 최근에 다시 만든 가장 널찍한 길이다. 비에 젖은 신작로..
세상은 참으로 신비롭다. 가랑비가 오시고 있을 뿐인데 어제와 다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포구 가득하다. 포구에는 수초가 자라는 기현상이 생겼다. 리오 꼬끄랑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 민물에서 자라는 수초가 듬성듬성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 지난 편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에 이웃 작가 한 분 <Sarahkang>이 남긴 글을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 응원해 주시면 강동이 배가되는 법일까.. 그분은 이렇게 댓글로 표현해 두었다,
"하늘 아래 천국이 있다면 흙 없는 마을일 것 같네요. 저 동네에도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겠지요? 일 년만 그곳에서 살아 보고 싶네요. 한 달 만이라도요. 코로나 지나가면 그래야겠어요."
"Se c'è un paradiso sotto il cielo sarebbe un villaggio senza terra. Ti trasferirai anche in quel quartiere? Voglio vivere lì per un anno. Solo per un mese. "Lo farò quando passerà la Corona-19."
가랑비 사이 신작로를 걷고 있는 하니의 발아래는 피오르드의 기슭으로 매우 특별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연재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의 그림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다시 이탈리아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니가 최선을 다해 그려낸 드로잉 첫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가슴에 <예술가의 십계명>을 남긴 존경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은 십계명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예술가의 십계명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곁에서 하니의 그림 수업을 통역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팔불출 소리를 백번 천 번 그 이상 들어도 부족함이 그녀의 작품은 기브리엘라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 거실의 벽을 차지하며 지난해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곳.. 그곳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려는 듯 작은 배 한 척이 포구로 다가선다. 우리는 이미 언덕 저 너머에서 피오르드가 솟아있는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께서도 우리처럼 나처럼.. 뷰파인더로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보살피실까..
한 해를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천사들이 늘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면.. 천운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육신의 삶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니와 함께 이 세상 끝까지 동고동락한 시간들..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여행에 목숨을 걸다니..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우리의 선택에 하늘이 감동을 했을까.. 지내놓고 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때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랄까..
지내놓고 보니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아난 것 같은 희한한 법칙..
깔레따 또르뗄의 마을 중심에 위치한 광장(Plaza de Armas)의 크기는 경로당 수준이랄까.. 이 마을 중심에 위치한 편평한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리가 이곳까지 초행길에 목숨을 걸었다면 얼마나 조심했을까.. 하늘의 뜻은 그런 거 같다.
살짝 엿본 어떤 사무실.. 주민이 500명 남짓 살고 있는 이곳에도 인터넷이 들어와 있다. 아닐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세상..
우리는 디지털의 응원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부터 남미 파타고니아 오지까지 이동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견스럽다. 하니는 그 먼데까지 함께 이동하는 동안 한 마디의 푸념도 없었다. 이곳에는 번지르한 호텔도 없고 리스또란떼도 없다. 칠레 본토에서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통해 공수되는 생필품이 전부여서 현지 생필품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었다. 다 썩은(?) 토마토 1개가 우리 돈 2천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낭 깊이 찔러다니는 버너에 질 좋은 쇠고기 조림으로 밥을 해 먹었다. 민박집주인의 눈빛이 투덜거리는 듯.. 하하
민박집주인의 또 다른 눈빛이 말하는 건 우리가 '너무 가난한 여행자'로 비친 것이랄까..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분들은 음식을 만들 때 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히히
아무튼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취사를 스스로 해결했다.
"우린 잠만 자고 취사는 우리가 해결하고 시포효.."
그러면 민박집주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젊은 여행자들도 아닌 사람들이..ㅉㅉ하는 표정이 그려지시는가.. ^^
가랑거리던 비가 그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락모락 굴뚝에서 새파란 빛을 띤 연가가 집을 데운다. 우리가 묵고 있었던 숙소는 보트 맷머리 위에 위치한 바닷가이다. 그 뒤편 언덕으로 줄지어선 집들은 버스 종점이 있는 곳으로 이 마을 사람들 다수가 이곳으로 오르락내리락.. 좌측에 위치란 정자가 또한 흙 없는 마을의 광장이다. 연말연시에 열어본 사진첩이 파릇파릇..
마을의 광자에 들러 둘러본 작은 풍경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면 미래가 더 그리울 것이자만 안 청춘의 연말연시는 고장 난 시계든지 아니면 거꾸로 가는 시계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게 추억의 묘미라고나 할까..
오전부터 이어진 파타고니아 깊숙한 오지 마을 깔레따 또르뗄의 풍경들이 어느덧 오후로 이어진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풍경을 가슴에만 묻어두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떽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사랑하는 법을 말한다. 우리가 일상의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 모르던 사랑하는 법은 길들여지는 것. 한 번에 길들여지는 법이 없으므로 사진첩을 사랑하게 되면 일상에서 자주 추억하는 법을 사진첩 속에서 인터넷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랄까..
파타고니아 오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을 깔레따 또르뗄을 생각할 때부터 가슴이 설레며 행복해진다.
하필이며 그 시간이 연말연시라면 기다림의 미학이 풍경들 속에서 듬뿍 묻어난다.
목재로 지어진 허름한 숙소 뒤편의 작은 창을 열면 우리가 몸을 뉘었던 침대 또한 허름 했지.. 추억은 아무리 허름해도 빛나는 법이며, 잘 숙성된 김치나 포르맛지오(치즈)를 코 앞에 두거나 입안에 넣고 킁킁거리거나 애무를 즐기는 것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연말연시가 안겨주는 신의 그림자인 샘이지..
Felice anno nuovo 2023..
Ciao~~~~^^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9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깔레타 또르텔은 칠레의 남부 아이센 주에 속한 작은 포구로 인구는 500명 남짓한 작은 마울이다. 이 마을의 특징은 흙이 없는 곳으로 주변은 온통 피오르드( il fiordo )가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을 뒤편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Rio Cochrane) 하류에 위치한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는 주로 생필품을 운반하고 다시 동네 뒤편 언덕 꼭대기로 이동하여 사람들이 이동한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풍경은 딱 이맘때 남반구 파타고니아 오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하니와 함께 다시 동네 산책을 나섰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특별한 정경이 우리를 꼬드겼다.
우리가 묵고 있는 민박집 바로 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풍경조차 특별한 곳..
하니가 우산을 받치고 걷고 있는 신작로는 최근에 다시 만든 가장 널찍한 길이다. 비에 젖은 신작로..
세상은 참으로 신비롭다. 가랑비가 오시고 있을 뿐인데 어제와 다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포구 가득하다. 포구에는 수초가 자라는 기현상이 생겼다. 리오 꼬끄랑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 민물에서 자라는 수초가 듬성듬성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 지난 편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에 이웃 작가 한 분 <Sarahkang>이 남긴 글을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 응원해 주시면 강동이 배가되는 법일까.. 그분은 이렇게 댓글로 표현해 두었다,
"하늘 아래 천국이 있다면 흙 없는 마을일 것 같네요. 저 동네에도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겠지요? 일 년만 그곳에서 살아 보고 싶네요. 한 달 만이라도요. 코로나 지나가면 그래야겠어요."
"Se c'è un paradiso sotto il cielo sarebbe un villaggio senza terra. Ti trasferirai anche in quel quartiere? Voglio vivere lì per un anno. Solo per un mese. "Lo farò quando passerà la Corona-19."
가랑비 사이 신작로를 걷고 있는 하니의 발아래는 피오르드의 기슭으로 매우 특별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연재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의 그림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다시 이탈리아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니가 최선을 다해 그려낸 드로잉 첫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가슴에 <예술가의 십계명>을 남긴 존경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은 십계명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예술가의 십계명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곁에서 하니의 그림 수업을 통역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팔불출 소리를 백번 천 번 그 이상 들어도 부족함이 그녀의 작품은 기브리엘라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 거실의 벽을 차지하며 지난해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곳.. 그곳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려는 듯 작은 배 한 척이 포구로 다가선다. 우리는 이미 언덕 저 너머에서 피오르드가 솟아있는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께서도 우리처럼 나처럼.. 뷰파인더로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보살피실까..
한 해를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천사들이 늘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면.. 천운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육신의 삶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니와 함께 이 세상 끝까지 동고동락한 시간들..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여행에 목숨을 걸다니..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우리의 선택에 하늘이 감동을 했을까.. 지내놓고 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때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랄까..
지내놓고 보니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아난 것 같은 희한한 법칙..
깔레따 또르뗄의 마을 중심에 위치한 광장(Plaza de Armas)의 크기는 경로당 수준이랄까.. 이 마을 중심에 위치한 편평한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리가 이곳까지 초행길에 목숨을 걸었다면 얼마나 조심했을까.. 하늘의 뜻은 그런 거 같다.
살짝 엿본 어떤 사무실.. 주민이 500명 남짓 살고 있는 이곳에도 인터넷이 들어와 있다. 아닐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세상..
우리는 디지털의 응원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부터 남미 파타고니아 오지까지 이동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견스럽다. 하니는 그 먼데까지 함께 이동하는 동안 한 마디의 푸념도 없었다. 이곳에는 번지르한 호텔도 없고 리스또란떼도 없다. 칠레 본토에서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통해 공수되는 생필품이 전부여서 현지 생필품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었다. 다 썩은(?) 토마토 1개가 우리 돈 2천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낭 깊이 찔러다니는 버너에 질 좋은 쇠고기 조림으로 밥을 해 먹었다. 민박집주인의 눈빛이 투덜거리는 듯.. 하하
민박집주인의 또 다른 눈빛이 말하는 건 우리가 '너무 가난한 여행자'로 비친 것이랄까..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분들은 음식을 만들 때 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히히
아무튼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취사를 스스로 해결했다.
"우린 잠만 자고 취사는 우리가 해결하고 시포효.."
그러면 민박집주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젊은 여행자들도 아닌 사람들이..ㅉㅉ하는 표정이 그려지시는가.. ^^
가랑거리던 비가 그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락모락 굴뚝에서 새파란 빛을 띤 연가가 집을 데운다. 우리가 묵고 있었던 숙소는 보트 맷머리 위에 위치한 바닷가이다. 그 뒤편 언덕으로 줄지어선 집들은 버스 종점이 있는 곳으로 이 마을 사람들 다수가 이곳으로 오르락내리락.. 좌측에 위치란 정자가 또한 흙 없는 마을의 광장이다. 연말연시에 열어본 사진첩이 파릇파릇..
마을의 광자에 들러 둘러본 작은 풍경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면 미래가 더 그리울 것이자만 안 청춘의 연말연시는 고장 난 시계든지 아니면 거꾸로 가는 시계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게 추억의 묘미라고나 할까..
오전부터 이어진 파타고니아 깊숙한 오지 마을 깔레따 또르뗄의 풍경들이 어느덧 오후로 이어진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풍경을 가슴에만 묻어두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떽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사랑하는 법을 말한다. 우리가 일상의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 모르던 사랑하는 법은 길들여지는 것. 한 번에 길들여지는 법이 없으므로 사진첩을 사랑하게 되면 일상에서 자주 추억하는 법을 사진첩 속에서 인터넷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랄까..
파타고니아 오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을 깔레따 또르뗄을 생각할 때부터 가슴이 설레며 행복해진다.
하필이며 그 시간이 연말연시라면 기다림의 미학이 풍경들 속에서 듬뿍 묻어난다.
목재로 지어진 허름한 숙소 뒤편의 작은 창을 열면 우리가 몸을 뉘었던 침대 또한 허름 했지.. 추억은 아무리 허름해도 빛나는 법이며, 잘 숙성된 김치나 포르맛지오(치즈)를 코 앞에 두거나 입안에 넣고 킁킁거리거나 애무를 즐기는 것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연말연시가 안겨주는 신의 그림자인 샘이지..
Felice anno nuovo 2023..
Ciao~~~~^^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9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파타고니아 오지의 연말 풍경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깔레타 또르텔은 칠레의 남부 아이센 주에 속한 작은 포구로 인구는 500명 남짓한 작은 마울이다. 이 마을의 특징은 흙이 없는 곳으로 주변은 온통 피오르드( il fiordo )가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을 뒤편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Rio Cochrane) 하류에 위치한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는 주로 생필품을 운반하고 다시 동네 뒤편 언덕 꼭대기로 이동하여 사람들이 이동한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풍경은 딱 이맘때 남반구 파타고니아 오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하니와 함께 다시 동네 산책을 나섰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특별한 정경이 우리를 꼬드겼다.
우리가 묵고 있는 민박집 바로 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풍경조차 특별한 곳..
하니가 우산을 받치고 걷고 있는 신작로는 최근에 다시 만든 가장 널찍한 길이다. 비에 젖은 신작로..
세상은 참으로 신비롭다. 가랑비가 오시고 있을 뿐인데 어제와 다른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포구 가득하다. 포구에는 수초가 자라는 기현상이 생겼다. 리오 꼬끄랑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 민물에서 자라는 수초가 듬성듬성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 지난 편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에 이웃 작가 한 분 <Sarahkang>이 남긴 글을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 응원해 주시면 강동이 배가되는 법일까.. 그분은 이렇게 댓글로 표현해 두었다,
"하늘 아래 천국이 있다면 흙 없는 마을일 것 같네요. 저 동네에도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겠지요? 일 년만 그곳에서 살아 보고 싶네요. 한 달 만이라도요. 코로나 지나가면 그래야겠어요."
"Se c'è un paradiso sotto il cielo sarebbe un villaggio senza terra. Ti trasferirai anche in quel quartiere? Voglio vivere lì per un anno. Solo per un mese. "Lo farò quando passerà la Corona-19."
가랑비 사이 신작로를 걷고 있는 하니의 발아래는 피오르드의 기슭으로 매우 특별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연재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하니의 그림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다시 이탈리아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하니가 최선을 다해 그려낸 드로잉 첫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가슴에 <예술가의 십계명>을 남긴 존경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은 십계명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예술가의 십계명 원문_Decálogo del artista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예술가의 십계명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곁에서 하니의 그림 수업을 통역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팔불출 소리를 백번 천 번 그 이상 들어도 부족함이 그녀의 작품은 기브리엘라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 거실의 벽을 차지하며 지난해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곳.. 그곳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려는 듯 작은 배 한 척이 포구로 다가선다. 우리는 이미 언덕 저 너머에서 피오르드가 솟아있는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께서도 우리처럼 나처럼.. 뷰파인더로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보살피실까..
한 해를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천사들이 늘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면.. 천운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육신의 삶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니와 함께 이 세상 끝까지 동고동락한 시간들..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여행에 목숨을 걸다니..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우리의 선택에 하늘이 감동을 했을까.. 지내놓고 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때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랄까..
지내놓고 보니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아난 것 같은 희한한 법칙..
깔레따 또르뗄의 마을 중심에 위치한 광장(Plaza de Armas)의 크기는 경로당 수준이랄까.. 이 마을 중심에 위치한 편평한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리가 이곳까지 초행길에 목숨을 걸었다면 얼마나 조심했을까.. 하늘의 뜻은 그런 거 같다.
살짝 엿본 어떤 사무실.. 주민이 500명 남짓 살고 있는 이곳에도 인터넷이 들어와 있다. 아닐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세상..
우리는 디지털의 응원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부터 남미 파타고니아 오지까지 이동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견스럽다. 하니는 그 먼데까지 함께 이동하는 동안 한 마디의 푸념도 없었다. 이곳에는 번지르한 호텔도 없고 리스또란떼도 없다. 칠레 본토에서 까르레떼르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을 통해 공수되는 생필품이 전부여서 현지 생필품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었다. 다 썩은(?) 토마토 1개가 우리 돈 2천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낭 깊이 찔러다니는 버너에 질 좋은 쇠고기 조림으로 밥을 해 먹었다. 민박집주인의 눈빛이 투덜거리는 듯.. 하하
민박집주인의 또 다른 눈빛이 말하는 건 우리가 '너무 가난한 여행자'로 비친 것이랄까..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분들은 음식을 만들 때 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히히
아무튼 우리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취사를 스스로 해결했다.
"우린 잠만 자고 취사는 우리가 해결하고 시포효.."
그러면 민박집주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젊은 여행자들도 아닌 사람들이..ㅉㅉ하는 표정이 그려지시는가.. ^^
가랑거리던 비가 그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락모락 굴뚝에서 새파란 빛을 띤 연가가 집을 데운다. 우리가 묵고 있었던 숙소는 보트 맷머리 위에 위치한 바닷가이다. 그 뒤편 언덕으로 줄지어선 집들은 버스 종점이 있는 곳으로 이 마을 사람들 다수가 이곳으로 오르락내리락.. 좌측에 위치란 정자가 또한 흙 없는 마을의 광장이다. 연말연시에 열어본 사진첩이 파릇파릇..
마을의 광자에 들러 둘러본 작은 풍경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면 미래가 더 그리울 것이자만 안 청춘의 연말연시는 고장 난 시계든지 아니면 거꾸로 가는 시계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게 추억의 묘미라고나 할까..
오전부터 이어진 파타고니아 깊숙한 오지 마을 깔레따 또르뗄의 풍경들이 어느덧 오후로 이어진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풍경을 가슴에만 묻어두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떽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사랑하는 법을 말한다. 우리가 일상의 습관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 모르던 사랑하는 법은 길들여지는 것. 한 번에 길들여지는 법이 없으므로 사진첩을 사랑하게 되면 일상에서 자주 추억하는 법을 사진첩 속에서 인터넷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랄까..
파타고니아 오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을 깔레따 또르뗄을 생각할 때부터 가슴이 설레며 행복해진다.
하필이며 그 시간이 연말연시라면 기다림의 미학이 풍경들 속에서 듬뿍 묻어난다.
목재로 지어진 허름한 숙소 뒤편의 작은 창을 열면 우리가 몸을 뉘었던 침대 또한 허름 했지.. 추억은 아무리 허름해도 빛나는 법이며, 잘 숙성된 김치나 포르맛지오(치즈)를 코 앞에 두거나 입안에 넣고 킁킁거리거나 애무를 즐기는 것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연말연시가 안겨주는 신의 그림자인 샘이지..
Felice anno nuovo 2023..!
Ciao~~~~^^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9 Dicembre 2022, Biblioteca Municipale di Chun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