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2017년 티스토리 결산을 하면서 티스토리가 내게 물었다. 내가 누구냐고. 사진 몇 장을 설명하며 내 블로그를 결산하고자 한다. 중세의 복장을 한 미녀 한 분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곳은 르네상스의 발상지 이탈리아 피렌체 중심가이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새해가 되면 중세의 복장을 한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한다. 그 현장을 곁에서 지켜보면 마치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이 든다. 행진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진지함은 물론 이분들이 차려입은 복장을 자세히 보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지 모른다. 무슨 일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은 '이탈리아 셰프'였으므로 매우 바쁘고 진지한 시간을 이탈리아의 한 요리 학교에서 보내게 됐다. 나는 내 목표대로 디플로마를 취득해 귀국했고, 다시 이탈리아로 출국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국을 앞두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나와 이웃들에게 일어났다. 그게 요즘 내 블로그에 끼적거리는 '철거민의 투쟁기록'이다. 요리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발생한 것.
2017년 티스토리 결산 리포트를 열어보니 그곳에는 내가 10년차 블로그로 소개돼 있고, 세계여행,캠핑.등산,이탈리아 요리 등 그동안 나의 족적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참 꼼꼼한 '티스토리 담당자 님들'이다. 동시에 '참 고맙다'는 감사의 말씀 전해드린다. 내가 어떤 이유 등으로 잠시 블로그를 떠나 있을 때도 한결같이 나를 기억해 주신 고마운 분들.
티스토리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동안 내가 뭘했지' 하고 돌아보니, 지금 내 앞에 놓인 키워드는 '이탈리아 요리'와 '소외된 이웃들'에 관한 것들. 그러나 정작 이탈리아 요리에 관한 포스트는 몇 되지않고 철거민의 투쟁기록이 더 진지하다. 계획대로라면 이탈리아 현지의 미식여행 등에 관한 이야기가 블로그를 도배하겠지만, 내 앞에 놓인 운명적인 일을 나몰라라고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 블로그의 기록은 주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중세의 복장을 한 미녀 몇 분을 인터뷰 하고 기록을 남길 때까지 '기록의 습관'을 만들어 준 곳은 티스토리였다. 한 때 '블로그 뉴스'를 생산할 때 보다 사뭇 달라진 플랫폼이지만,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가 그러했듯이 예술의 도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 티스토리가 포털의 르네상스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또 반갑다.
시방 나는 요리사. 누군가 잔치 음식을 준비하면 잔칫상을 둘러싼 이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란 게 귀족들만을 위한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걸인과 소외된 이웃들이 늘 잔칫상 곁에 있게 마련이다. 행사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피렌체 시민들은 이날 자기들이 지켜온 르네상스의 발상지를 지키기 위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행진을 멈춘 시각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온 것. 시민들이 '퍼레이드에 참가해 기쁘다'는 등의 대답을 할 줄 알았지만, 이분들은 '너무 추워요.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수고를 떠올리니 르네상스의 본질을 들여다 보는 듯 감탄하고 말았다. 블로깅도 그런 것 같다. 보다 진지하고 솔직하며 전문적인 내용들이 빼곡히 쌓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기폭제가 되지않을까. 무술년 한 해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티스토리 결산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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