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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태극기 게양한 착한 아파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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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도 모르는 국기게양대
-태극기 게양한 착한 아파트 이상하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게 이상해 보이다니...!"

오늘은 3.1절이다. 3.1절은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3.1 운동'을 기념하여 제정된 대한민국의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우리 국민들이라면 이 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국기를 게양하는 5대 국경일은 3.1절(3월1일), 제헌절(7월17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및 현충일(6월 6일,조기)과 국군의 날(10월 1일)이다. 




또 국기를 연중 달아야 하는 곳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청사, 각급 학교와 군부대 (낮에만 게양)이며, 가능한 한 국기를  연중 달아야 하는 곳은 공항, 호텔 등 국제적인 교류 장소, 대형건물, 공원, 경기장 등 많은 사람이 출입하는 장소, 주요 정부청사의 울타리, 많은 깃대가 함께 설치된 장소,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소라고 행정자치부 홈피에 기록돼 있다. 

태극기 게양한 착한 아파트 이상하다



그러나 홈피 어디를 뒤져봐도 대한민국 각 가정에서 국경일 등에 국기를 반드시 달아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관공서 등을 제외한 각 가정은 애국심 정도에 따라 태극기를 내 걸게 되는 것. 그런데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동안 태극기를 다는 일이 귀한 일이 됐다. 한 집 건너 걸어두었던 태극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거리에 형식적으로 내 건 태극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일이 생긴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 정치적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위정자들이 국민들을 정치 밖으로 떠밀어 내면서 나라의 구심점이 점점 더 흐려지거나, 위정자의 정체성에 상당한 흠집이 발견되고 있었던 것. 조국 광복을 맞았다고 하지만 권력의 핵심은 여전히 친일파 일색이다. 겉으로는 3.1절 행사를 통해 만세 삼창을 부르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특정 정치집단의 정치쇼로 변질된 지 꽤 오래다. 



사정이 이러한 때 최근 정부가 태극기 게양 의무화 추진 움직을 보인 바 있다.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서고 있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강제로 국기게양을 의무화할 계획은 없다'며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여러 단체와 함께 태극기 달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해, 애국심을 강요(?)하는 듯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사랑이든 애국심이든 강요해서 될 법한가. 시민들이 정치권 혹은 정부로부터 등을 돌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정치인들 혹은 정치판이 국민들의 권익이나 행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 뿐이라는 인식이 점점 더 뿌리를 내리는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거는 일 보다 휴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정부가 태극기 게양 의무화를 슬쩍 내보인 것도 정부의 레임덕과 정치판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자국민 300여 명이 원인도 모른 채 수장돼도 모른채 하고 딴청을 피우는 데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고취되겠는가. 사정이 대략 이러한 때 어제(28일) 오후 서울 강남의 ㄱ아파트단지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면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건 착한 아파트 쯤으로 보일 것. 그러나 가끔씩 마실출사를 다니면서 관찰해 온 오래된 이 아파트단지는 최근 주민들도 모르는 국기 게양대가 시설돼 있었다. 



여기까지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태극기가 게양된 착한 아파트'의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 그러나 자세히 살며보면 급조된 국기게양대가 눈길을 끈다.




최근에 급조된 게양대는 이렇게 생겼다. 낡은 아파트 벽에 구멍을 뚫고 앵커볼트를 박은 다음 게양대를 고정한 것. 게양대를 고정한 나사가 아직 뺀질뺀질 하다. 
또다른 게양대를 살펴봐도 시설된 지 며칠 안 되는게 눈에 띌 정도. 이날 혹시나 한 동에만 이런 시설이 됐나 싶어 아파트단지 전체와 주변 아파트단지까지 살펴봤다. 그런데 유독 이 아파트단지에만 국기 게양대가 신설된 것. 



주변 아파트들은 곧 재건축에 들어갈 정도로 낡은 아파트이자 여태껏 변변한 국기 게양대 하나 없었던 곳이다. 따라서 경비실에 들러 경비아저씨께 국기게양대가 새로 만들어진 걸 아느냐고 물어봤다. 경비아저씨는 그제서야 가까운 아파트에 게양된 태극기를 둘러보며 "지침을 받은 바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태극기 게양 의무화를 말하는 즉시 관할 구청 등지에서 압력을 넣은 것일까.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거는 일은 중요한 일이자 장려할만한 일이다. 국민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없다면 외침 등 나라가 위태로울 때, 나라를 지키는 힘이 미약하거나 분산될 것. 그러나 애국심을 강요하는 듯한 섣부른 모습은 정부와 정치인들이 남긴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국기를 다는 일이 의무화 되거나 겉치레로 한다면 국경일의 의의는 크게 퇴색될 것. 전국을 태극기로 도배를 해도 국민들의 마음이 태극기로부터 멀어져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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