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토그래퍼가 주시하고 있는 곳은 철새들이 모여든 곳. 곁으로 인기척이 느껴질 테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큼직한 망원렌즈 속으로 포착된 피사체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눈을 떼지 못할까.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는 세상에 단 한 장 밖에 없는 '나만의 사진'을 위해 숨죽이며 피사체를 바라보고 있는 것.
수원의 축만제(서호)에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철새들이 날아와 쉬고있는 도래지로 변한 지 꽤 오래됐단다. 축만제로 흘러드는 서호천의 수질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축만제의 수질이 동시에 좋아지며 물고기들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축만제 한가운데 만들어 둔 작은 인공섬은 사람들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으므로, 철새들이 쉴 수 있는 쉼터로 안성맞춤인 것.
도시에서 보기드문 친환경 호수
지난 주말 '수원의 단풍이 아름다운 곳'을 다녀오면서 정조대왕 재위 당시 축조한 저수지 축만제에 대해 꽤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축만제는 정조대왕 당시 수원화성의 동서남북에 둔전을 만들고 둔전에 물을 대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창덕궁의 부용지의 조경형태와 비슷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저수지 하나를 축조해도 심오한 사상이 깃들었고 아름다움을 더한 곳이 축만제 저수지였던 것.
그런데 축만제는 200 여 년이 흐른 오늘날, 당시의 축조 목적과 다른 형태로 다가오며 사람들과 철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아침 호수로 산책을 나온 시민(구운동 거주 강인덕 씨, 61세)에게 축만제를 자주 찾는 이유 등에 대해 물어봤다. 중학교 때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온 강 씨에 따르면 '축만제는 경치도 좋고 짜임새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데이트족도 많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철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는 데 "수질이 나아지면서 물고기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트족을 끌어모았던 축만제 뚝방길
인터뷰 중에 강 씨가 손을 가리킨 곳은 조금 전 필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던 축만제 뚝방길이었다. 뚝방길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운치있게 늘어서 있었는 데 축만제의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정리되어 오늘날 뚝방길에 남은 노송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뚝방길은 여전히 시민들과 삼남길 투어에 나선 시민들의 산책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원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화서역 인근에 이런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않을까. 서울에서 (전철을 이용하면)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장소에 정중동의 분위기 충만한 뚝방길은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 나지막한 숨소리까지 다 들릴 듯한 곳이다.
곧 겨울이 다가와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기막힌 장관이 연출될 것 같은 곳이기도 하다.
수원시민의 데이트 장소로 낙점을 받았던 운치있는 노송은 여전히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며 운치를 더하는 곳.
축만제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쉽게 눈에 띄는 녀석들...
철새가 아니라 텃새로 자리잡은 듯한 청둥오리들의 걸음(?)이 바쁘다.
볕 좋은 날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 카메라 셔터음이 줄지을 만큼 시선이 편안한 곳.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면 오래토록 기억에 남지않을까.
축만제에서 만난 철새들
의외였다. 축만제를 둘러보면서 맨처음 눈에 띈 게 수 많은 가마우지와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 도시 한복판에이런 호수를 가진 곳도 드물 텐데 축만제는 '서호 낙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은 오전이어서 낙조는 구경할 수 없었지만 셔터를 작렬시킨 가마우지 떼들 때문에 별천지에 온 듯. 이런 모습이었다.
호수에 다가서면 철새들을 놀래키지 않게 조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가마우지들이 새까맣게 나무에 매달려있는 모습.
녀석들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희귀한 광경을 혼자 남몰래 즐긴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바쁘게 사는동안 가슴 한구석에 휑~한 바람이 부는 듯 하면, 홀로 나서도 좋고 연인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의 데이트 장소가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 말로만 들었던 축만제를 처음 발을 들여놓고 촌놈이 되고있는 것.ㅜ
다시 돌아봐도 아름다운 호수 한쪽에 왜가리들이 조각품들처럼 서 있는 모습. 이곳은 생각 보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이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축만제로 흘러드는 서호천 아래로 청둥오리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축만제 둘레길을 따라 대략 1시간 남짓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동안 꽤 많은 사진을 남겼다.
축만제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호수 하나에 얽힌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한 것.
정조대왕의 선견지명이 어느날 백성 1인을 붙들어 놓고 가슴에 남은 회한을 다 털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서호천으로부터 들어온 맑은 물이 잠시 축만제에 고였다가 다시 둔전으로 흘러 백성들의 배를 불리던 곳. 당시엔 배가 불렀지만 2014년 가을 어느날 눈이 시리도록 시선이 호강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둘레길을 돌아봤지만, 긴 여행을 다녀온 듯 여운을 남긴 곳도 축만제였다. 수원화성문화제 등 수원투어에 나설 때 강추해 드리고 싶은 가볼만한 곳.
맨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서호천에 다시 가 보니 왜가리의 사냥을 위한 오랜 기다림이 눈에 띈다. 축만제는 1799년(정조 23)에 내탕금(內帑金,조선 시대 임금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재물) 3만냥을 들여 축조했다. 축만제의 길이는 문헌상 1,246척(尺)에 높이 8척,두께 7.5척으로 기록된 제방(저수지)으로 우리 곁에 오롯이 남아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