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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에 빠지다
하얀 꿀벌이여,
양귀비에 빠지다
-사랑에 눈 뜬 하루-
May 27, Seoul KOREA
너는 꿀에 취한 채,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리고
연기의 느릿한 소용돌이를 따라
몸을 뒤튼다.
나는
절망에 빠진 사람,
메아리 없는 말,
한때는 모든 것을 가졌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마지막 닻줄이여,
나의 마지막 불안은
네 안에서 삐걱거린다.
너는 나의 황량한
대지의 마지막 장미 한송이
아 말 없는 여인아!
네 깊은 눈을 감으라.
거기 밤이 나래를 펴리니.
아아 겁에 질려 굳어있는
네 몸 그 껍질을 벗어라.
너는 밤의 날개짓 같은
깊디 깊은 눈을,
신선한 꽃의 품속과
장미의 무릎을 가졌다.
네 젖가슴은
하얀 달팽이를 닮았고
네 속에는
그림자처럼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와
잠들어 있다.
아 말 없는 여인아!
네가 없는 곳에서
나는 고독에 절어있다.
비가 내린다,
바닷 바람은
헤매이는 갈매기들을 사냥하는구나.
물은 젖은 길을 따라
맨발로 걸어가는데.
저 나무의 이파리들은
병자들처럼 탄식을 하는데
사라져 없는 하얀 꿀벌이여,
너는 아직껏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리는구나
갸냘프고 말이 없는
너는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데.
아 말 없는 여인아!
-빠블로 네루다의 <스무편의 사랑의 시 中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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