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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ondamento della Cheonan

천안함 프로젝트,메가박스는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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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에 부치다
-천안함 프로젝트,메가박스는 응답하라-



잠수함과 진실의 속성은 어떤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잠수함과 '진실의 속성'은 별로 다르지 않다. 잠수함은 시간이 지나면 물 위로 부상해야 하며, 진실은 시간이 문제이지 언제인가 반드시 밝혀지고 만다. 제 아무리 비밀로 분류해 놓고 튼튼한 자물쇠로 봉해 놓아도 때가 되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 역사는 진실을 묻어놓지 못하는 고자질쟁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단된 희한한 사건 때문에, 작년 년말 이후로 '두 번 다시 정치판을 돌아보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한 약속을 깨뜨리고 있다. 누군가 입을 열어야만 한 사람이라도 더 위험한 상황을 알랴줄 수 있겠다는 오지랖 넓은 판단 때문이며, 이같은 위험한 상황을 아들 딸 또는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몇 자 끼적거리고자 한다.

천안함 관련 포스트는 늘 그런 마음가짐으로 블로그에 연재했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발한 직후부터 이어진 관련 포스팅은 인터넷을 통해 한 백명 정도만 봐 주었으면 하고 끼적 거리다 보니, 천안함 침몰사건의 주요 내용들이 주홍글씨처럼 머리 속에 각인돼 있다. 아무때나 누구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아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천안함의 진실은 여전히 백령도 앞 바다에 수장돼 있다는 것. 진실이 밝혀진 건 없다는 뜻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천안함의 진실은 계속 바닷속에 수장된 채 애만 태울 것인가.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제작 되면서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책으로 또 어떤 사람은 강연 등으로 천안함의 진실 내지 의혹에 대한 입장을 사실을 근거로 밝혀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분들 중에 단연코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의 노고가 돋보인다. 노고 정도가 아니라 '천안함이 배 밑에 구멍이 뚫려 침몰'된 직후부터 여태까지 고생을 사서 하신 분이다. 당신은 어느날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느날 뒤를 돌아보니 나 혼자 밖에 없는 겁니다" 




신 선생의 생고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지난 년말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정치포털 <서프라이즈>를 운영할 당시 이야기다. 인터넷 논객들이 너도 나도 관심을 가지고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느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그분들도 이유가 있었다.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한테 선박 또는 해군 등에 관한 지식이 턱 없이 부족했던 것. 따라서 한국해양대학에서 항해학을 전공하고 선박 건조를 해 보는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 경험을 지닌 신 선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짐을 지게 된 것이다. 정말 '아는 게' 죄나 다름없었다. 누가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산을 탕진해 가면서 불통의 권력에 맞서 대항하려 들겠는가.

필자의 경우도 특이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이건 아니다' 싶어 관련 포스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글 몇 자를 끼적거리자면 관련 자료에 대한 조사와 공부도 병행해야 했던 것. 그 것 때문에 지금도 오프라인에서 블로거들을 만나게 되면 '무사한가' 또는 '천안함 블로거'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자기검열을 요구하는 정도가 지나칠 정도라는 게 오프라인에서 묻어나는 것이다. 자칫 잘못걸려들면 국정원 등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포스트를 끼적거리는 동안 그런 질문은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의 진실 찾기 노력은 계속 되었지만 아무런 탈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 1인이 내란음모를 꾸민것도 아니며 의혹 투성이인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 알고자 하는 데 무슨 죄를 뒤집어 씌워 불이익을 주겠는가. 문제는 괜히 지레짐작 겁을 먹고 자기검열에 빠져든 다수 국민들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인터넷상에서는 관련 포스트에 댓글 하나 제대로 달지 못한다. 대명천지가 된 디지털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 스마트폰을 열어 카톡을 두들기며 키득 거리는 동안 '누구인가 해 주겠지' 하는 생각, 아니면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며 '정치판은 늘 거기서 거기야'라며 비관에 빠져드는 것. 틀린 말이 아니다. 돈벼락이라도 쏟아지면 모를까 골머리 섞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않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인가 수수방관하던 자기에게 불이익이 닥친다면 어떨까.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판단이 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 일이 엊그제 일어난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단된 희한한 사건인 것이다. 이 사건은 영화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9월 대한민국에 불어온 광풍의 시작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짓밟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거짓으로 포장된 진실 내지 의혹 등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경고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알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틀전(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영화인들과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상영 도중 중단 통보는 한국 영화계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말하며 "(이 사건은)단순히 천안함 프로젝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걸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라며 비난했다. 


또 "메가박스는 (상영중단을)협박을 했다는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 당국에 고발하라"고 요구하며 "천안함 프로젝트를 누가 침몰시켰는지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하면서 독재정권 시대에도 없던 상영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메가박스 측은 상영 중단을 요구한 단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가박스 측은 "실제로 단체에서 전화가 온 것도 익명이었다. 단체명과 개인의 신상은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 것. 이상하지 않나. 어떤 권력의 손길이 미쳤는지 익명 만으로도 영화 상영을 중단한 것. 마침내 우려하던 불통의 시대가 시작된 것일까.

꽤 오래 전 강 하구의 매립지를 거닐다가 작은 웅덩이를 발견하게 됐다. 그 웅덩이 속에서 이상한 물체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웅덩이에 가까이 다가서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은 웅덩이 속에는 '물 반 고기 반' 정도가 아니라 손바닥 만한 크기의 붕어가 웅덩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녀석들은 좁은 웅덩이 속에서 갇힌 채 수면 위로 입을 내 놓고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한 때 녀석들은 드넓은 습지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살았을 것이며, 사람들이 흙을 실어 날라 매립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습지로 빠져나갈 궁리를 안 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을 것. 그러나 어느날 매립지는 습지 대부분을 메꾸고 작은 웅덩이만 남게 된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이며 지금쯤 화석으로 변할 수순을 밟고 있을 것. 마치 우리 사회를 쏙 빼 닮은 것 같은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침묵은 생각 보다 무섭다. 천안함 침몰사건만 해도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자기하고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동안, 해당 정부와 관련 당사자들은 면죄부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또 백령도 앞 바다에서 '배 밑구멍이 뚫려(파공)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천안함 용사 46명의 호국영령들의 가족들은 정부가 모금해 준 돈으로 보상을 받고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그분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가처분 신청까지 내기도 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신상철 선생이 혼자서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적 용어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의 출처는 이러하다. 

1964년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가 뉴욕 시의 자기 집 근처에서 한밤중(3시 30분)에 강도에게 살해당할 때 그녀는 강도에게 격렬하게 저항했다. 목숨을 건 저항은 30분 이상 계속되었는데 이웃의 38명이 그 소리를 듣거나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녀를 구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결국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 곁에 있었지만 자기 말고 누구인가 구하거나 신고하겠지 하는 방관이 부른 비극이었다. 방관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는 게 제노비스 신드롬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의혹을 밝히려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굳이 이 사건의 방관자를 꼽으라면 대략 수천만 명에 이른다. 우리 국민들 다수가 방관자였던 셈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언론도 포털도 모두 한 통속이었다. 천안함 관련 키워드를 철저히 봉쇄하거니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 사정이 이런 가운데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방관자들을 깨운 셈이고, 또 누구인가 방관자효과를 노려 강도를 자처하고 나선 게 작금의 상영 중단 사태라 할 수 있다.

메가박스는 익명의 단체 또는 사람으로부터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박 당사자를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불이익을 두려운 탓일 게다. 그러나 메가박스가 불이익이 두려워 당사자를 밝힐 수 없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예컨데 강도나 인질범 등으로부터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이 협박을 받게 되면 침묵으로 일관하겠는가.

범인이 노리고 있는 게 방관자 효과란 걸 안다면 메가박스는 당장 입을 여시기 바란다. 메가박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런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란 점 명심해야 한다. 점점 가슴을 옥죄어 오는 불통의 시대에 소통의 창구를 열고자 만든 영화일 뿐이다. 잠수함은 언제인가 부상할 것이며 진실 또한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때 땅을 치고 후회해 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포스트에 사용한 자료사진은 출처를 표기해 두었으며,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기자회견문 전문

한국 영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굴지의 영화 상영관 체인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이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한 것이다. 이는 일찾거으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3년 전 북한의 어뢰에 폭침당했다고 결론지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방부가 발간한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의문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의 보장과 진실 추적을 위한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작품이다.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한 질문이 금지돼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들 중 어디도 없다.  

이 영화는 이미 등급분류위원회에서 '12세 가'의 심의를 받았고 천안함 사건 일부 군 관계자들과 유족들이 사법부에 제출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 판결을 얻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어떤 돌발 사태가 발생했는가? 9월5일 첫 상영부터 다양성 영화 부문 1위의 관객 동원력을 보였으며 개봉 이틀째인 6일 메가박스로부터 상영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의 일이었다. 제작 및 배급을 맡고 있는 ㈜아우라픽처스는 바로 그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이를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한다.  

첫째,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영화 산업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 정체 불명의 단체가 가한 초법적 공갈과 협박에 굴복해 상영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우리 영화 산업계가 허약하다면 이번 사태는 향후 영화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까?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2011년 첫 작품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을 성공시키며 연이어 기록 영화 '영화판'(감독 허철), 극 영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 문제의 작품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 등 짧은 시간에 놀랄 만한 활동력으로 국제 영화제 수상 등을 기록하며 영화계에 모범을 보여 온 ㈜아우라픽처스가 이렇듯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우리 영화인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제작하고 배급하고 상영해야 하는가? 이는 정부의 문화중흥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  

셋째, 한국 영화가 꾸준히 국제 경쟁력을 획득한 이후 한국 영화계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이번 사태가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국제적 망신 사례로 기록되는 건 아닐까? 그것은 문화 후진국이라는 한국의 국제적 평판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정부로서도 바라는 일이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영화계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또 다른 상영관 체인인 CGV나 롯데시네마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메가박스에서 22개 상영관을 내줬다는 소식에 소외받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 메가박스가 단 하루 만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보수 단체의 협박에 상영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식의 협박이 아무런 제재 없이 통하는 곳이 된다면 이는 삼류 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 영화계는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함께 메가박스 측과 정책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보수 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라.
둘째,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 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라.
셋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예술 정책 담당 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한국 영화 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하라.  아울러 우리는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을 선언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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