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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야 가 보는 오래된 솔향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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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야 가 보는 오래된 솔향기 길
-너만 궁금해?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마침내 줄을 서야 했다.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수원 화성으로 팸투어를 다녀온 후 해가 바뀌어 다시 찾게 됐다. 해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불과 수 개월 전의 일이다. 당시 수원 화성은 호젓했다. 동장대 앞 연무대에서 활쏘기 체험을 한 후, 동북공심돈을 돌아 화성열차를 타고, 서장대 아래 성신사 옆길을 통해 서장대와 서이치 서포루 서일치 및 서북각루와 화서문 서북공심돈을 거쳐, 북포루 북서포루 북서적대 장안문을 걸어 수원 화성의 묘미를 접하는 동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주말의 수원화성은 수원 시민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을 정도로 호젓했다. 수원 화성의 호젓한 모습을 더해 준 건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밭이 한 몫 거들었으며, 정조임금의 얼이 깃든 아름다운 성곽이 발산하는 엔틱하고 모던한 느낌이 수원화성의 격을 드높이고 있었다. 삶에 쫏기다 보니 코 앞에 둔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볼 시간적 여유 조차 없었던지. 아니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수원 화성 
관련포스트 고인돌과 석공들의 얼이 깃든 화성  
 




따라서 호젓한 수원화성으로 주말 여행을 떠나면 화성도 돌아보고 수원의 맛집에서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에는 재래시장만 22개나 되는 곳이자 화성 주변에는 맛집들이 수두룩 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며 연거푸 두 번 방문한 수원 화성은 본래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수원 화성이 '호젓하다'는 수식어는 빼야 마땅했다. 삶에 쫏겨서 수원 화성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고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누구인가 수원 화성의 참 맛을 알려줬어야 마땅했다. 수원 화성에 대해 아는 듯 몰랐던 것이다. 그건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수원...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정조임금과 사도세자와 감초같이 따라다니는 정약용선생 등이었다. 그러나 수원...하면 삼성전자와 수원삼성축구단이 더 많이 알려졌을 정도였다. 거의 매일 같이 홍보되는 이들의 브랜드 파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너만 궁금해?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그렇지만 요즘은 수원화성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가 많이도 달라져있었다. 지난해 가을 전국 파워 소셜러 팸투어에 이어 KBS-2TV의 '1박 2일'이 수원 화성의 진가를 소개하면서 수원은 아우성이었다. 수원화성은 물론 성곽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들이 발을 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즐거운 비명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 만약 정조임금과 우리 선조님들이 하늘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다면 얼마나 흡족해 하실까. 

 




당신의 후손들이 수원 화성에 모여들어 당신을 기리며 음식을 나누는 등, 잔치 분위기를 연출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겨울 정도였을 것 같다. 수원 화성을 축조한 이후 200여 년 후에 일어난 축제이자, 단군 할아버지 이후 5천여 년 만에 이 땅에 펼쳐진 기적같은 '연화세상'의 모습일 것. 지난 3월 16~17일 이틀 동안 수원 화성을 돌아보며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화성은 마침내 주말마다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이 곤란하거나 서둘러 나서야 그나마 한적한 곳을 찾을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어쩌면 수원 화성은 (지금 공사중인)전철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한적하고 호젓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은, 수원의 슬로건 '사람이 반갑습니다'에 힘 입어,이곳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여 주차 공간이 턱 없이 모자란다는 게 그 이유이다. 

투어 첫 날, 달라진 수원 화성의 모습에 은근히 놀라고 있었다. 지난해 가 보지 못한 서남각루와 서삼치 서남암문 남포루를 돌아 화성행궁으로 이어지는 '솔향기 길'을 걸으면서 눈에 도드라진 수원화성의 달라진 풍경이다. 솔향기 날리는 그 현장을 둘러 본다.
 

줄서야 가 보는 오래된 솔향기 길
 




한 어린이가 궁금해 하며 머리 숙여 들여다 보고있는 곳은 솔 숲을 따라 서삼치에서 서남암문에 이른 모습이다. 조금 전 성곽 아랫길을 돌아 이곳에 도달했다. 수령 200년은 거뜬히 넘어보이는 소나무들이 성곽 옆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곳이다. 가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날리는 솔향기와 역사의 숨결.




그 숨결을 따라 서남암문에 도착해 있다.




서남암문에서 서남각루로 이어지는 솔향기 날리는 길. 아마도 이런 길은 국내에서 유일무이 할 것 같다.




서남암문 아래서 잠시 생각에 잠긴 여행 전문 블로거 김천령님



여행은 느림의 미학...뛰어다니며 즐기는 건 마라톤과 다이어트 외 뭐가 있을까.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솔향기 길을 걷다보면 세상이 달라보일 것.




다 아시는 사실이다. 느리게 걸으며 솔향기를 맡게되면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때문에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는 거...




거기에 어질고 착한 임금의 얼이 깃든 역사의 향기까지 더하면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 아닌가. 이 때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일석 삼조. ^^




서남각루는 화양루라고도 부른다.




서남각루는 수원화성의 최남단 방어시설로 화양루로 부르는데 화양루의 '華'자는 화성을 뜻하고 '陽'자는 팔달산의 남쪽을 가르키는 말이다. 각루는 성곽의 비교적 높은 위치에 세워져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비상시 각 방면의 군사지휘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서남각루는 화성의 4개 각루 중 팔달산 남쪽 능선에 설치한 용도(甬道)의 남쪽 끝에 세워졌다. 1796년(정조20년) 4월 16일 공사를 시작하여 7월 20일에 완성하였다. 용도(甬道)란 양쪽에 담이 있는 길을 말하며, 양쪽에 여장(女牆, 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이 있는 성벽을 말한다. 용도의 시설은 적의 접근로로 예상되는 곳에 적과 종심(從心)으로 길게 성곽을 내어 쌓고 적을 분산시켜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시설이다. 
 



또 서남암문에서 서남각루까지 170m정도 이어지는 용도 좌우측에는 치(용도동치,용도서치)가 각 1개씩 시설되어 있다. 수원 화성의 장안문과 화서문 서북공심돈 팔달문 등과 함께 수원 화성을 이루고 있는 최고의 볼거리이자 솔향기 날리는 귀품 넘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돌아 남포루를 거쳐 화성행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남포루에 서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보인다




이곳은 남포루. 서남암문에서 성곽을 따라 내려오게 되면 만나게 된다. 포루(砲樓)는 성벽의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치섬과 유사하게 축조하면서 내부를 공심돈과 같이 비워 그 안에 화포 등을 감추어 두었다가, 위.아래와 삼면에서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성곽시설물 중에서 가장 중무장된 시설이라 할 수있다.




수원 화성에는 벽돌을 사용하여 남포루(南砲樓)를 비롯 서포루(西砲樓), 북서포루(北西砲樓), 북동포루(北東砲樓), 동포루(東砲樓) 등 모두 5개의 포루를 만들었는데, 서포루만 약간 작고 4개의 포루는 동일한 규격이라고 한다. 포루는 3층으로서 지대 위에 혈석(穴石: 대포발사를 위해 구멍을 뚫은 돌)을 전면 2개, 좌우 3개씩 놓았다. 




그 위에 벽돌을 쌓았고 안쪽으로 판자를 잇대어 2층으로 구분하였으며, 총혈 15개를 만들었다. 지대 위에 뚫은 혈석은 포루(砲樓)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상부에 문루 3칸을 만들어 총안과 전안을 뚫어 놓았고, 문루 바깥 면에는 용맹스러운 모습의 짐승그림을 그렸다. 처마는 납도리 홀처마에 우진 각지붕이다.

남포루는 팔달문에서 화양루(서남각루)에 이르는 방어역할을 수행하였으며, 현재 팔달산 남쪽 중턱의 팔달문과 서남암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남포루는 1796년 7월 9일에 완성되었으며, 만드는데 3,203냥의 비용이 들었다고 전한다. 그곳에 서면 수원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성곽(우편) 동남각루를 따라가면 지동벽화마을과 수원제일교회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포루가 왜 이곳에 시설되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건 팔달문의 위치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성곽을 따라 조성된 마을이 너무 아름답다. 과거와 현재가 기막히게 공존하고 있는 도시가 수원이다. 또 수원제일교회 종탑 꼭대기 '노을빛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수원의 일몰과 야경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해가 뉘엿거리면 그곳으로 가 볼 예정이었다.




정조임금 당시 수원 화성의 남포루의 위치는 팔달문에서 화양루(서남각루)에 이르는 방어역할을 수행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망좋은 이곳에 서면 수원 화성의 북동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다. 발 아래로 팔달문의 위용과 함께 지동 재래시장이 코 앞에 보인다. 그곳은 수원 화성 투어를 끝마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었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오래된 솔향기 길을 따라 화성행궁으로 향하는 길에 모 대학 대학생들을 만났다. 주말 MT를 수원 화성으로 나온 착한 학생들. 이들 곁을 지나치다가 노는 모습이 너무 착해 아예 양해를 구하여 촬영 허락을 받았다. 이들이 성신사 옆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놀이에 열중하는 건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낮선 게임. 



 


우리 땐 겨우 '수건 돌리기' 정도였지만 다소 머리를 짜야 가능해 보였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모처럼 짬내 착한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과 함께 놀이 제목이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화두가, 이웃을 중시하는 우리 선조님들의 홍익사상이 또다른 모습으로 발현된 것 같았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학생들의 게임을 돌아보는 것을 끝으로 솔향기 길 투어는 끝났다. 필자는 이번 투어를 통해 일행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가능하면 화성의 풍경을 좀 더 즐기는 것과 함께 사진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덜어내고(?) 화성의 본 모습만 담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무리였다.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사람들이 줄을 이어 주말을 화성에서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은 화성행궁으로 이동하면서 단박에 확인되고 있었다. 빈 공터를 메운 때 이른(?) 상춘객은 물론 화성의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줄을 서시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원 화성을 찾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차장 앞에 길게 줄을 잇고 있었다. 그래서 주차관리를 하시는 아저씨께 "아저씨, 전에도 이랬어요?..."라고 물어봤다.


"전에는 안 그랬지요. 1박 2일(TV 프로그램)에 수원 화성이 소개된 뒤로 차 댈 곳이 없어요."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인솔자 하주성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지금 와서 어쩌자는 것인지...시계가 몇씬 데...그것도 줄까지 서서...ㅋ" 

이미 오후 3시가 다 된 시점이었다. 




줄 줄 줄...




빈자리 없음...-.-;;




관련 포스트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한 적 있다. 수원 화성은 다이어트 하듯 마라톤처럼 뜀박질로 돌아보면 모를까. 절대로 1박 2일 만에 다 돌아볼 수 없는 명소였다. 오죽했으면 작년에 이어 금년까지 두 번에 나눠 투어를 할 정도일까. 그것도 늦은 밤 시간까지 할애해야 다 돌아볼 수 있는 곳이 화성이 지닌 매력이자 마력이었다. 그 꿈같은 장면들을 다시 엮어 보여드린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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