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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구룡마을,잿더미 속에서 건진 졸업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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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속에서 건진 졸업앨범
-삼학년 팔반 학생들의 건투를 빈다-



"최선을 다하자...!"


지난 달(9일) 오후 2시경,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발생한 화재로 구룡마을 7-B지구는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가 발생한 이틀 뒤 화재현장을 찾아 잿더미 속에서 불에 그을린 졸업앨범 한 권을 발견하게 됐다. 앨범속 모 고등학교 3학년 팔반(담임 윤기호 선생님)의 급훈은 '최선을 다하자'였다. 앨범 제작년도가 '1999학년도'이므로 졸업생들은 어느덧 서른 댓살의 나이가 됐다. 선생님도 그사이 훌쩍 늙으셨을 것. 


이미 관련 포스트를 통해 화재 현장을 생생히 소개해 드렸는 데 이재민들 다수는 집에서 챙겨나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필이면 화재 직후 불어온 바람 때문에 화재현장에는 접근조차 힘들었다. 화마는 닥치는대로 마을 전체를 순식간에 다 삼켜버렸다.(아래 영상 참조) 사정이 그러하다 해도 화재 초기에 불길이 더 옮겨붙기 전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맨 먼저 건져야 할 귀중품(반출 우선순위)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잿더미에서 건진 앨범을 보는 순간 화재 당시 반출 우선순위 속에 앨범이 차지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어야 할 것이며 귀중품(돈이나 귀금속)도 손에 잡히면 우선 반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아둔 추억이 담긴 기록물(앨범 포함)을 잃어버린다면 당신의 삶 일부 혹은 전부가 사라진 듯한 휑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화재현장에서 목놓아 우시던 이재민의 슬픔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소중한 추억을 저장해 둘 수 있긴 하지만 오래된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손때 묻은 물건들은 자기의 분신과 다름없어서 애가 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돈과 귀중품은 다시 장만할 수 있지만 '당신만의 추억'은 세상 그 어떤 물질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며, 삶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잿더미 속에서 건진 졸업앨범을 보면서 혹시라도 재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우선 반출 목록을 작성해 두거나 평소에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제안해 드리는 것. 당신 혹은 당신의 가족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반출 목록의 순서는 어떤 모습일까. 참 궁금하다. 윤기호 선생님과 삼학년 팔반 학생들의 건투를 빈다. 최선을 다하자...!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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