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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스티브잡스 떠올린 사과 하나



 www.tsori.net


누가 선악과를 베어먹었나
-스티브잡스 떠올린 사과 하나-




"스티브 잡스
 사과를 따 먹지 않았다.
 그저 한 입 
 베어먹었을 뿐이다."

맨처음, 누군가 한 쪽을 베어문 듯한 사과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이틀 전의 일이었다. 서울 강남의 ㄱ아파트단지의 뒷뜰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 데 그곳에는 모두 세 알의 사과가 달려있었다. 9월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너무 이른 추석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사과나무는 이파리 대부분을 떨군채 세 알의 사과를 힘겹게 매달고 있었다. 이랬다.



사과 한 알은 너무 잘 익어 속이 곪아터졌는 지 

단물이 스물스물 배어나왔다.




두번째 사과는 상태가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벌레 한 마리(진딧물인가...)가 달려들어

어떻게 해볼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세 알의 사과 중에서 

눈여겨 본 사과는 

한 쪽이 누군가 베어먹은 듯한 모습.

그곳에 시선이 쏠렸다.




에이피피엘이!...

애플!!...




Apple...!!
이거...
모르는 사람들 있나?...




우리는 그냥 사과라고 부르지만, 만약 스티브 잡스가 이 사과를 한 입 베어물지 않았다면, 인류문화사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며 '대명천지'가 무엇인지 조차 모른 채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반군이 인명을 함부로 살상하는 지 조차 모를 것이며, 미국이 이라크에서 무기장사를 하고 있는 지 조차 모를 것이며, 제3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족살상 행위가 실시간으로 노트북 앞으로 전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방관하에 저질러진 학살극이란 의혹을 부풀릴 때까지...혹은 그게 사실 등으로 드러날 때까지 인터넷 등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건 'IT세상을 창조한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공로 때문이었다'고 힘 주어 말 할 수 있다. 그는 컴맹이었던 나를 통해 세상을 관조한 결과를 전파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노인들이)더 이상 경로당 같은 아날로그 산물에 기대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모바일 황제'였다. 



그를 떠나 보낸 건 어느덧 4년 전, 

2011년의 일이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나선 하루 전,

그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파타고니아로 떠나게 됐다.

서로 엇갈린 참 묘한 운명의 모습이었다.





그의 소식을 듣게 된 건 대한항공 비지니스석...

생전 처음 타 본 비지니스석에 올라온 신문의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를 '악마의 화신'으로 떠올렸다.

당시 나는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기내에서 만난 '스티브잡스'와 엇갈린 운명>이란 포스트를 통해 이렇게 끼적거렸다.


"(상략)...사람들이 애플이나 잡스에 열광하는 동안 못 본 게 있는데, 잡스와 애플 아니 오늘날 IT산업은 사람들이 지닌 매우 중요한 감각 대부분을 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오감 중에 다수를 애플이나 잡스 내지 오늘날 컴퓨터나 인터넷 산업이 빼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아이팟이나 아이패드 등을 들고 다니며 기계속의 어플에 열광하는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를 교주로 여기게 되며, 그 기계를 만든 사람을 영웅시 하고 있었던 것이다.(하략)"





...그렇게 썼지만,

이른바 나는 '잡스빠'였다.

잡스가 세상을 바꾼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 함께 살 수 있었던 

행복했던 시간들...




나는 아직도...

스티브 잡스가 왜 사과 한 쪽을 베어물었는 지 

잘 알지 못한다. 

또 알아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랴...


그러나 신의 영역 한켠을 오롯이 비켜나간,

당신의 심오한 생각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세상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또 깊게 배려했는 지 

얼른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티브 잡스의 자료사진은, 파타고니아 투어에 나설 때, 태평양 상공 대한항공 비지니스석에서 촬영된 사진 임.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관심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뒤로 한 채

 기분좋은 놀이와 놀이터를 세상에 남긴 것!!..."


난...미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인류문화사를 통털어 

그야말로 '위대한' 당신을 존경하는 이유가 사과 하나에 묻어났다.

잡스가 없었다면 지금 이 시간 바보상자 앞에 쪼구리고 앉았을까...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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