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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그 숲에 밀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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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밀뱀이 산다
-무더위 식혀줄 또아리 튼 밀뱀 깜놀-



"또아리 튼 

 밀뱀을 

 보신 적 있나요?..."


지난 5월 11일 안성시 죽산면 장계리 청보리밭 곁에서 일어난 일이다. (포스트 하단에 밀뱀이 또아리를 튼 장면이 등장하므로 심신 노약자 및 배암을 혐오하는 분들은 스크롤바를 내리지 마시기 바란다. 바로 곁에 있는 녀석을 못 알아보고 발견한 즉시 속으로 깜짝 놀란 장면...ㅠ ) 지난봄에는 사생과 출사를 많이 다녔는 데 장계리의 나지막한 청보리 밭에 서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렸다.





그 언덕에 올라서는 순간 세상 만사가 기억에서 멀어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경지 아님.ㅜ)에 빠진다고나 할까. 바람이 살랑거리는 장계리의 언덕 위에는 찔레향이 바람에 실려 달콤한 향기를 날리고 있었다. 누구든 이곳에 가면 한 시름을 덜고 대자연이 주는 넉넉함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 아내는 밑그림 헌팅을 나서고 나는 장계리의 5월을 담기 위해 아내와 멀어졌다.





서울을 벗어나는 것만 해도 기분좋은 일이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 속에는 직선으로 깍아지른 빌딩들이 안 보이고, 

모내기를 앞둔 질펀한 곡선과 초록색이 시선을 푸짐하게 만들고 있었다. 




찔레순 몇 개를 꺽어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 속으로 달콤하고 약간은 떫은 맛이 향긋하게 묻어났다. 

까치들이 바람을 타고 비행을 즐기는 곳.




이런 맛과 풍경은 유년기의 추억을 무한 증폭시키는 참 기분좋은 일이다. 

작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모내기를 앞 둔 논 이랑은 또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 지. 

그 곁으로 샛노란 애기똥풀꽃이 듬성듬성 무리를 지어 피어있고, 

아카시향이 바람에 날려 아찔하다.




도톰한 찔레순 몇 개를 꺽다 보니 

점점 더 수풀 속으로 숲 속으로 발을 옮기고 있는 것.




이날 찔레순은 스파게티 도시락에 곁들여 먹을 예정이었으므로 

찔레순이 많이 돋은 풀숲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이곳 장계리 들판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 외에는 

풀숲이 우거져 사람의 출입이 불편할정도였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나가야 했다.





그때였다. 

언제부터 내 곁에 있었는 지, 

풀더미 위에서 능청스럽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한 녀석...!!

속으로 깜짝 놀랬다.ㅜㅜ




지난해 수북했던 칡덩굴 마른 잎 위에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녀석.

눈을 마주쳐도 녀석은 자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한 동물의 움직임을 세세히 관찰하고 있었던걸까.


녀석의 바로곁에 서서 뷰파인더로 살펴 볼동안 또아리는 미동도 않았지만,

기분나쁜 혀 놀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확대해 보니 이런 모습이었다.





칡덤불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녀석을 보는 순간 속으로 깜짝놀란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동영상을 남기는동안 꿈쩍도 하지않았다.

날름거리는 혀를 영상을 담으려는 순간 순식간에 덤불 속으로 사라진 녀석...!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또 있다. 강원도 오지의 부연동 골짜기에서 만난 밀뱀이 그랬다. 여름휴가 때 더위를 피해 잠시 멱감으로 간 골짜기. 발을 담그자마자 눈 앞에 나타난 풍경 하나. 녀석의 몸은 주변의 색깔과 기막히게 어우러져 골짜기 개울의 작은 돌 색깔과 비슷했다. 한 인간이 다가서면 도망을 치던지 발을 담글 때까지 꼼짝않고 있다가 고개를 들자마자 스르륵 사라지는 것. 더위가 싹 가셨다. 녀석들은 왜 이렇게 음흉(?)한 지...그래서 멱감기를 포기하고 그 골짜기를 더듬어 올라가 보니 밀뱀들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아보니 이런 모습들...


 



난 뱀을 무서워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싫어한다.

어떤 인간들은 뱀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존에 서식하는 아나콘다 같은 녀석들은 사람을 통째로 삼킬 정도로 덩치도 크다.

어떤 뱀들은 치명적인 독을 가진 녀석들도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들.


(아래)풀숲에서 바라 본 장계리의 풍경. 

아내는 저곳에서 일행과 함께 수채화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런 일을 아는 지 모르는 지...ㅜ)





배암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란 기억도 있다.

어릴 적 멱 감고 귀가하다가 저녁나절 어스럼 길에 우연히 밟힌 배암의 추억이 그것.

고무신 발에 물~컹 밟힌 녀석은 직감적으로 뱀이었다.

그땐 뱀들이 지천에 널려있을 때였다.


어떤 때는 장독대 뒤로 스스르 사라지는 엄청난 크기의 구렁이.

또 어떤 때는 아나콘다 만큼 커 보인 구렁이가 보리밭으로 사라지던 모습들.

장마철이 되면 흙탕물 사이로 뱀이 S자를 그리며 둥둥 떠내려가는 풍경은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온 천지가 배암 세상처럼 넘쳐났다.




그래도 녀석들은 무섭지 않았다. 

그저 싫었다.

뱀을 싫어한 이유는 딱 하나.

녀석이 무시로 날름거리는 혓바닥 때문이었다.

무슨 원죄가 녀석을 그렇게 만들었는 지...


5월 어느날

죽산벌 장계리 풀숲 속에서 

밀뱀이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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