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비친 한국의 자화상

Posted by boramirang Boramirang 2014 나와 우리덜 : 2014.02.2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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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의 위대한 승리
-우크라이나 사태에 비친 한국의 자화상-
 




배부른 민주주의는 야성을 잃게 만드는 것일까...



요즘 필자의 시선은 주로 딴나라에 가 있었다. 외신을 수 놓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수 많은 희생자를 통해 오렌지혁명(민주혁명)을 이루어 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유혈사태가 위대한 시민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유혈사태를 만든 빅토르 야누코비치(63) 대통령은 어디론가 도피했다는 소식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오는 5월 새 대통령을 뽑는 조기 대선에 돌입했다. 

지난 3개월동안 약 100명의 사망자를 내며 혼란이 계속됐던 우크라이나 정국이 야권이 주도권을 잡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의회(라다)가 유일 합법 권력 기구를 자임하면서 빅토르 야누코비치대통령 퇴진과 5월 조기 대선을 선언한 것이다. 친러시아파 야누코비치는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쿠데타라고 비난했지만, 그가 속한 '지역당' 의원들도 속속 탈당하고 있고 군대와 경찰도 등을 돌렸다는 소식이다. 위대한 시민들이 일구어낸 오렌지혁명의 결실인 것.


가스관이 도화선이 된 오렌지혁명
 

몇 줄 안 되는 외신을 통해서 느껴지는 키워드 몇 개는 한국의 정치상황과 매우 흡사한 데 시민들의 모습이나 야권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것. 우크라이나 사태의 속을 들여다 보면 러시아가 소치 동계올림픽 중에도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핵심 이슈가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추진하고 있었던 FTA에서 최대 걸림돌이 우크라이나를 관통하고 있었던 가스관이었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두 차례에 걸쳐 가스분쟁이 일어난 적 있었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우크라이나에서 가스를 몰래 빼 쓰고 가스 대금을 체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의 밸브를 잠궈버린 것이다. 그런데 두 나라간의 가스분쟁 피해는 유럽연합(EU)국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가스공급이 중단되자 이들 국가의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가스난방이 안 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 

EU는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수출 지역이자 수입지역이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자국 영토를 가로질러 가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얽힌 통관료와 흑해 함대사용 비용 등이 정치 쟁점화 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관계는 불편함 이상의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오렌지혁명이 완성된 것이다. 미국이 이 사태를 예의 주시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가스분쟁 등은 우리에게 별로 친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직접적인 관계도 없어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쟌다르크 '티모셴코'의 야성
 

그래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오렌지혁명의 주역으로 눈길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말 차기 대선 후보로 옥중 지명된 율랴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날 의회 결의에 따라 수감 2년6개월만에 풀려났다. 티모센코는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주역으로 '우크라이나의 쟌다르크'로 불릴 만큼 지지도가 높다. 티모센코는 석방된 직후 대선출마 의사를 밝혔으며 바로 키예프 독립광장으로 가 시위대를 만났다. 그녀는 지병인 척추 디스크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10만 군중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 관계를 끝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야누코비치와 주변 '쓰레기'를 독립광장으로 데려와야 한다.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티모센코의 발언에 묻어난 몇 마디의 수사는 우크라이나 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야누코비치를 '끔찍한 독재자'로 표현하며 그 추종자들을 '쓰레기'로 지칭했다. 독립국가라지만 친러시아파 독재자의 해(害)를 입은 모습이 역력한 것. 아마도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이런 모습을 눈여겨 보고 있거나 봤다면 숨을 죽이며 딴청을 피우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렌지혁명이 시사하는 바 너무 컷기 때문이다. 

독립국가연합의 중심에 있었던 러시아는 
야누코비치를 통해 유럽연합에게 우크라이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EU가입을 중단한 게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오렌지혁명을 불렀다. 국가와 국민들의 권익 보다 러시아의 눈치를 더 살피고 있었던 게 오렌지혁명을 불러온 원인이 됐던 것. 그렇다면 오렌지혁명을 바라보는 우리는 뭔가 켕기는 게 없을까.

불과 1년 전, 우리는 국가기관에 의한 댓글사건 등으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거 결과가 민주 애국시민들을 멘붕 상태로 만들게 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초유의 사태를 놓고 관련 당사자 처벌을 요구하며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를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문제를 쟁점화 시킬 것으로 여겨진 민주당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잠시 천막농성을 통해 대선개입 의혹 문제를 제기했으나 사람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야성을 잃은 김한길 대표 체재의 민주당이 강한 의지로 밀어부칠 것을 믿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역공당한 내부 고발자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은 달랐다. 이정희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뭉친 통진당에서는 국정원장 퇴진과 대통령 하야를 끝까지 쟁점화 시키며 국가기관에 의한 댓글사건을 시민들에게 고발하고 있었다. 관련자를 처벌하고 수혜자는 사과를 표명
해야 옳았다. 그렇게 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역풍이 불어왔다. 새누리당 등 관련 당사자들이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 등을 내란음모 혐의를 통해 역공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을 고발하는 당사자들을 '좌빨종북' 논리로 되려 고발하고 나선 것.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고발한 대가로 돌아온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좌익 빨갱이'라는 굴레였다. 그런데...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부정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야 마땅한 민주당 등 야권에서 나왔다. 새누리당의 좌빨종북 논리에 손을 놓은 민주당과 안철수 측은 통진당과 이석기 의원 등으로부터 분명한 선을 긋고 있었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진당과 다른 이념을 가진 자유민주주의자라며 등을 돌린 것이다. 

그 순간부터 국가기관에 의한 댓글사건 피해자는 통진당과 이석기 의원 등으로 한정됐다. 민주당과 안철수는 통진당과 등을 돌리는 순간부터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자유방임주의자'가 된 지도 모른 채 연예인들처럼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김한길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국 투어에 나섰고, 안철수는 발기불능의 발기대회를 치르며 새정치를 외치고 다녔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관련자들은 자기들의 부정을 세탁하는 일에 몰두했다. 

댓글사건을 지휘하던 검찰총장을 찍어냈고,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한 김용판을 무죄판결하는 한편 이석기 의원에게 1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하며 '댓글사건의 추억'을 사람들의 뇌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사건은 민주당과 안철수 측이 면죄부를 준 결과로 나타나면서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것. 기막힌 일이었다. 권력을 통째로 빼앗겨도 그만, 새정치를 외치는 자들은 이웃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조차 외면하며, 새누리당 등이 저지른 부정을 용납해 주며 자기들만 살아남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 



*포스트의 우크라이나 사태 자료사진은 AP,Reuter 등 구글이미지를 사용했음.



닭대가리를 더 선호한 야생의 꿩들


그런 정당과 정치인들이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어떤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지는 뻔해 보인다. 민주당이 야성을 잃고 쥐약에 취한 닭대가리처럼 우로만 빙글빙글 도는 사이, 새정치연합의 안철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체로 뽀얀 분을 바르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앵벌이를 하는 격. 사람들이 제 아무리 민주에 목말랐다고 한들 이런 '짝퉁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할까. 적당히 배도 부른 마당에...그 시각, 
우크라이나의 쟌다르크로 불리우는 티모센코는 오렌지혁명 끝에 시민들을 향해 공약과 다름없는 약속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 관계를 끝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야누코비치와 주변 '쓰레기'를 독립광장으로 데려와야 한다.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티모센코의 외침은 간략하며 강한 어조였다. 자국민의 권익을 러시아에 두었던 짝퉁 대통령에게 '끔찍한 독재자'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정리했다. 아울러 그를 추종하던 무리를 향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로 분류했다. 우리나라의 야권에서 이런 야성을 보인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할 것. 당신께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 외길을 걸으며 우리에게 '마음 속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독재를 보고도 독재라 부르지도 못하고, 부정한 짓을 보고도 부정이라 말 못하며 긍정하지도 않는 희한한 정체성을 지닌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우크라이나의 경제사정은 국가 디폴트를 선언할 만큼 최악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가계와 나라빚 1000조원 시대에도 흥청망청 하는 듯 하다. 당장은 민주주의가 밥을 안 먹여줘도 살 만한 형편으로 착각할 수 있는 환경인 셈.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숙명처럼 껴 안고(?)사는 가스관이 오렌지혁명의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면, 대한민국의 숙명은 여전히 종북좌빨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그 숙명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야당 내지 야권의 존재이유는 전무해 보인다. 차라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체성처럼 새누리당 민주당 허울좋은 새정치연합이 통째로 야합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게 오렌지혁명일 지 모르겠지만, 가스관 분쟁이 남의 나라 일로 여겨지는 것처럼 오렌지혁명은 우리와 전혀 별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배고픈 우크라이나 시민이 위대해 보이는 반면, 우리는 밥술 꽤나 뜨면서 왜 이렇게 초라해 졌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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