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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세상을 그리는 '모악산'의 아이들

세상을 그리는 '모악산'의 아이들


 그 산에 가면 마치 어미품에 안긴 '새끼'가 포근함을 느끼는 곳이란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태고적 평화로움이 피부로 부터 느껴지며
마음 깊은곳에서 요동치던 심란이 호수의 물처럼 고요해 지는 곳이라 한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 예불소리에 화들짝 놀라 깬 나는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하얗게 새고 말았다.




 여명이 동으로 부터 서서히 깨어 오면서 나는 고요한 산사의 새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전에 모악산에 자리잡은 대원사에는 300년도 넘은 산벚나무가 여명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동녘 먼 곳에서 밝아오는 태양의 빛이 아니라 모악의 산벚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밤을 새며 가슴을 설레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을 터인데
 축제를 준비하던 산사람들도 새벽일찍 길을 나선다.
이곳에서는 생필품 모두를 지게로 져 날라야 한다.



 대웅전은 밤새 뜬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산사밖으로 눈을 내려다 보고 있다.




 아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산벚도 같은 마음이었다.
1년에 단 한차례 아이들을 품어 볼 수 있는 4월의 어느날에 산벚은 밤새 뽀오얀 분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잠시...피었다가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아이들




세상은 그렇게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깨우친 자의 '말씀'이 2,700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있지만 있는 것이 아닌 것...





없는 듯 존재하는 사물들을 보며 어미의 눈에 내가 비치고
내 눈에 비친 어미의 모습이 여명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미도 쓸쓸하긴 마찬가지다.



 새끼들이 안보일 때 마다 어미의 마음은 늘 콩닥이는데




 새끼는 새끼대로 어미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을 졸인다.




 오늘은 모악에서 모자가 상봉하는 날이다.




 텅비어 있던 모악의 품에는 '대원사'라는 절이 납짝 엎드려 있다.
소원하는 일이 크게 이루어지는 곳이라 전해지는 이곳의 기운은 '깨달음'을 얻는 곳이기도 했다.




 그 깨달음은 세상을 '자유'하는 사람을 만들고
당신을 가두어 두는 '죄업'으로 부터 벗어나서 마침내 세상과 하나가 되는 기쁨을 누리는 곳이기도 하다.




 세월이 비늘처럼 벗겨진 담벼락에도 불사의 공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조금만 있으면 이곳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그리는 축제가 열린다.




 그 아이들은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며 순백의 도화지에 세상을 그릴 것인데
나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다.




 아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속의 세상은 모난곳은 모난대로 둥근곳은 둥근대로 그려낼 것이다.




 곧은 곳은 곧은대로 비뚤어진 곳은 틀어진 모습 그대로 도화지에 옮겨질 것인데
나는 세월을 보낼 때 마다 내 시선이 바르지 못함을 늘 자책하고 있었다.

"...왜?...오감을 거부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오감의 거부를 통해서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대숲에서 오솔길을 바라보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산사를 향해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기뻐하는 것은 모악의 산사에 자리잡은 산벚이었다.




 대숲 오솔길에도 발길은 이어졌다.




 아이들을 보자 말자 산벚은 너무 기뻐 감격하여 눈시울을 적시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산벚뿐만 아니라 느티나무도 팔을 벌려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가 입은 연초록 적삼이 너무도 고왔다.




 아이들은 모악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얼마나 쫄랑거리는지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그 아이들은 오늘 하루 잠시 동안만 허락된 상봉을  그려두고 또 한해를 건너서 모악을 만날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어미의 품에 안겨 보고 싶은 아이들...




 나는 먼 발치에서 모자가 상봉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모자간의 상봉을 알리는 '모악산 진달래화전 축제'가 막을 올린 것이다.




















































































































































































































 잠시 피었다가 세월 저편으로 흘러가는 모악의 산벚과
아이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세상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모악산 진달래화전 축제'는 산사를 잠시 빌려서 '놀다가는' 축제다.

세상에서 갈 곳 없기는 남녀노소 다를 바 없지만
잊고산 풍경이 이곳에서 새롬처럼 파릇 거리며 돋아나는 축제의 모습은
두고두고 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세상의 그림'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보여준 그림이자 모악이 내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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