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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길 위에서 만난 오래된 타임켑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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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오래된 타임켑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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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설지만 친근한 'Gunnera tinctoria' 왜 그런지-



무엇이든 자주 만나게 되면 친근감이 드는 걸까...


칠레의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어지는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따라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오르노삐렌. 그곳에서 먼지길을 따라 리오블랑꼬를 돌아오는 여정에 길동무가 되어준 건 낮선 풍경속을 차지하고 있었던 식물들이었다. 그 식물들 중에는 포스트에 수 차례 등장한 바 있는 잎사귀가 매우 큰 '군네라 틴끄또리아(Gunnera tinctoria)'란 희한한 식물. 영어식 발음에 익숙하신 분들은 필자의 포스트 속에 등장하는 발음 조차 낮설 것이나, 빠따고니아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같은 발음과 친해질 필요도 있다.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여행 떠나서 단번에 털어먹을(?) 게 아니라면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관광을 떠나지 말고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해 주고 싶은 것이다. 빠따고니아 사람들과 친해지면 얻을 게 너무도 많은 것. 여행을 떠나면 단기간 다녀오는 것 보다 최소한 특정 장소에 오랜동안 머물며, 그 땅의 풍물과 기운에 푹 젖어보라는 것.

그래서 우리식(?)으로 거네라(
Gunnera)과 거네라속 '거네라 팅크토리아'를 스페인어 발음기호 체계에 따라 소리나는대로 '군네라 띤끄또리아'로 표기하고 있는 것. 우리는 우리나라의 지명 하나 조차 잘 못 표기해 두면 방방 뜨면서, 다른나라의 지명 등에 대해서는 무조건 영어식 발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언어는 영어라는 말일까.  




세계의 공용어가 영어 밖에 없는 게 아니란 거 다 아시는 사실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주로 에스파냐 사람들이 정복한 땅이라서 토착어인 케츄어나 아이마라어 등 원주민이었던 인디오들의 언어는 거의 말살된 채 오늘날은 스페인어가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제 아무리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 구사한다고 해도 (배낭여행 중)남미땅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별로 써 먹을 데가 없어서 벙어리로 변하게 된다. 면세점이나 호텔 등 몇 몇 곳에서는 유용하겠지만, 이 땅의 사람들 다수는 우리나라 처럼 영어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에서 떡볶이를 파시는 연로하신 할머니 조차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아는 영어 몇마디 조차, 이곳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거나 알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이곳은 아직 대부분의 지역이 농경사회의 모습이며, 영어를 공부해 봤자 별로 써 먹을 데가 없는 데 우리처럼 비싼 비용들여가며 아득바득 영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겠는가. 차라리 이들에게 주로 부수입을 안겨주는 여행국가의 언어를 습득하는 게 더 실용적인 것이다. 


우주를 향해 안테나를 뻗은 듯한 '군네라 띤끄또리아(
Gunnera tinctoria)'의 새 잎사귀


차차 언급하겠지만 빠따고니아는 (기분 찝찝하게도)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점령(?)한 곳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얼마나 귀한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아랍어(히브리어)를 공부하는 한편 민박집이나 버스에 친절하게도 아랍어로 표기를 해 두었다.(우리말을 써 두었으면 얼마나 반가웠겠나.ㅜㅜ) 물론 그 표기는 배낭여행에 나선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써 둔 것.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앞날이 불투명한(?) 입시공부나 대학공부에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 몰두하고 있는 동안, 이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거지꼴(?)을 한 채 어쩌면 인생에 단 한 번 밖에 없을 찬스를 '내 것'으로 만들며 귀중한 추억을 쌓고 있는 것. 그들은 장차 살아가는 동안 지구별 한쪽에 남아있는 대자연의 청정한 모습을 통해 어떤 꿈을 꾸겠는가...




길 위에서 만난 타임켑슐

참 이상하지...시간이 꽤 흘렀는데 노트북 속의 사진첩을 펴 놓고 보니, 먼지길을 아내와 함께 오랜동안 걸었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 기억 속에는 7번 국도변에서 자연스럽게 맡게 된 먼지냄새와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농장의 가축들 냄새가 포함돼 있었다.


그 냄새들은 내리쬐는 땡볕과 함께 어우러져 묘한 추억을 만드는 것. 아울러 우리곁에서 길동무가 되어준 
군네라 띤끄또리아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자주 만나서 그런지 어느덧 (낮설었지만)친근한 식물이 된 것.  따라서 그 장면을 들여다 보며 관련 정보들을 뒤적이다가 이 식물은 '시간을 저장한 타임켑슐'같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식물의 'APG(
The Angiosperm Phylogeny Group-속씨식물의 계통발생, 이는 종 또는 다른 분류군의 계통과 유연관계에 관한 발생 역사) 분류체계'에 따르면, 군네라 틴끄또리아는 핵심진정쌍떡잎식물군(core eudicots)에 속한 군네라과 (Gunneraceae)의 식물.식물의 분류체계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그 중에 투어가 끝난 후 꼭 찾아보고 싶어했던 '속씨식물의 계통발생(생물학)'은, 인간과 자연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와 맞닿아 있었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어떤 한 종(種)이 한 조상에서 나왔다는 이론이 과학계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계통발생의 기초가 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계통발생이론이 신토불이와 같다는 게 아니라, 동식물의 역사는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역사이자, 인간의 오래전 조상들은 삶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을 것. 그 유전자가 한 꼬레아노에게 전해지고 있었으므로 군네라 틴끄또리아가 생소한 듯 친근감이 들어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먼지길 옆으로 모처럼 아이 둘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하며 지나쳤다. 역사의 한 장면이 우리곁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우리는 과거로 변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현재에서 미래로 사라지고 있었던 것. 이들의 기억 속에는 낮선 동양인 두 사람의 모습과 함께 먼지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군네라 띤끄또리아가 기억돼 있을 것이다. 한 먼지길 위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었던 것. 
 




그런 처지는 군네라 띤끄또리아도 매한가지. 다만, 오래된 이 식물은 인간이라는 한 종과 달리 (인간의 입장에서)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어쩌면 영원히 지구의 주인으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들의 역사가 30억 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동안, 전에 살고있던 수 많은 종들이 멸종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네라 띤끄또리아는 여전히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이 식물의 정체를 통해 안 것. 

이 식물은 주로 길 가장자리나 강 옆 습지에 사는 동안, 이들의 번식을 도운 건 주로 물이나 새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그루당 
한 해에 생산되는 (대략)25만 개나 되는 씨앗이, 이런 과정 등을 되풀이 하면서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 따라서 군네라 띤끄또리아는 과거의 시공을 담아둔 '타임켑슐'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화석같은 식물이었다. 그 귀한 식물이 오르노삐렌을 출발 해 먼지길을 따라 리오블랑꼬를 돌아오는 여정에 길동무가 되어준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타임켑슐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요...^^)







동물과 현대문명이 길(역사의 시간)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 군네라 띤끄또리아를 포함한 로스 라고스의 대자연은 그저 우리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 말이 없다. 우리를 설렘속으로 빠뜨린 오르노삐렌이 코 앞에 다가왔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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