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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남미]SF영화 떠올린 나만의 테마 사진들


Daum 블로거뉴스
 


SF영화 떠올린 나만의 테마 사진들

-여행지에서 무엇을 담아올 것인가-




늘 봐 왔던 풍경...그러나 어딘가 다르다.

한 낮의 땡볕이 막 수구러들기 시작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난 평범한 풍경 하나. 자동차 한 대가 앙상한 몰골을 한 채 길가에 버려져 있었다. 사람들이 타고 다니다가 어느날 고장나 폐차된 자동차. 현대인들에게 이런 모습은 별로 낮설지 않다. 우리는 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 자동차 사고 소식을 듣게 되고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동차로부터 멀어질 수가 없다. 자동차는 생활의 일부이자 삶의 일부였다. 그런 자동차가 길가에 버려져 있는 모습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자마자 'SF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노란 풀꽃들 때문이었다.




풀꽃과 폐자동차

만약 껍데기만 남은 이 자동차가 우리 곁에 있었다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평범한 장면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7번 국도변 오르노삐렌의 마을에서 버림받은(?) 이 자동차 주변에는 풀꽃들이 만발해 있다. 폐자동차 곁에서 풀꽃들이 애워싸고 있는 것.

이 장면들은 언제인가 인류가 어떤 이유로 멸망하는 날이 와도 식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 같았다. 우리는 잠시 잠깐 지구별의 역사 끄트머리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구별의 주인인 것 처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란 풀꽃들은 그런 생각들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그 곁에서 잠시 서성이며 묘한 충동질에 이끌린 것이다. 열 댓장의 여행사진은 그렇게 해서 재생되고 있는 것. 천천히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SF영화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돼 보시기 바란다. ^^









































여행지에서 담아 온 '테마'있는 풍경

 맨 마지막의 한 장면을 보시면 어떤 기분이 드시는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비포장도로 너머로 보이는 오르노삐렌 화산(Volcan Hornopirén), 그리고 그 곁에 버려진 폐자동차와 풀꽃들....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들이 한 데 뒤엉켜 있는 장면이다. 여행을 통해 얻어진 이런 풍경들은 각각 필자에게 '스토리텔링'을 요구하고 있었다. 테마있는 풍경이라는 뜻. 

우리는 가까운 곳 또는 먼 곳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여행을 떠난다. 그 때 마다 여행자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고 무수한 여행지의 풍경들이 인터넷 등지에 기록된다. 필자가 촬영한 사진도 그 중 하나. 그러나 적지않은 여행자들이 찍어온 사진들 속에는 여행지의 기록만 있을 뿐 현지의 풍경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메세지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의 기록들만 메세지가 있다?...천만에 말씀. ^^




여행지에서 무엇을 담아올 것인가
-나만의 테마 사진들-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올려놓는 순간 '콘티(
continuity)'가 떠오르는 것.(콘티를 떠올려 보세요) 여행지에서 블로깅에 익숙한 필자의 사진촬영 습관은 주로 그랬다. 여행지에 가면 우리 주변에서 보지못한 낮선 장면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데 여행자들의 눈높이는 거의 고정돼 있다.

남들이 다 감탄하는 장소에 가서, 남들이 서 있던 뷰포인트에서, 같은 포즈의 사진을 담아온다. 그렇게 촬영된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감동이 없더라. 필자의 경험상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장소에 다시 가 보니 이전에 느꼈던 감동은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감동이 없었다는 것. 그 대신 그곳은 어느새 친근해 있었을 뿐이었다. 일상의 한 장면과 다름없었다.

예컨데 남미여행시 마츄피츄의 아구아깔리엔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이과수 폭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뻬리또 모레노 빙하 혹은 또레스 델 빠이네 등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풍경일 뿐. 감동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여행을 떠나 눈높이를 바꾸면 또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주장. 평범해 보이는 한 장면이 SF영화의 한 장면 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장면들이 외장하드에 빼곡하게 기록되어 이제나 저제나 개봉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테마있는 여행지의 사진들이 스토리텔링을 요구하고 있는 것. 낮선 나라의 한 마을에 버려진 풀꽃과 폐자동차를 보면 SF영화가 떠오르지 않는가. 여행을 떠나면 반드시 무엇을 챙겨오는 건 아닐 것. 그러나 여행을 끝마치고 보면 남는 건 사진 뿐이란 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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